단역도 서러운데… 단칸에 꾸역꾸역
▲ 지난 4월 SBS탄현드라마제작센터 대기실에서 리포터 김태진이 박미선과 일요신문 ‘맛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 ||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꼽는 가장 불편한 대기실은 바로 공동 대기실이다. 드라마의 주연 배우는 그나마 개인 대기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조연급 연기자들을 비롯한 여타 연기자들은 공동 대기실을 사용해야 한다. 의상을 갈아입는 것부터 메이크업, 대본 연습까지 여러 명의 연기자들과 한 공간을 사용하다보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KBS수원드라마제작센터 야외에 마련된 시대 세트장이 그렇다. 개인 대기실도 있긴 하지만 야외 세트장이란 점 때문에 개인 대기실이 부족해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공동 대기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야외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 여자 연기자 매니저는 “젊은 주연 배우는 몇 개 없는 개인 대기실을 차지하는데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중년 배우들은 공동 대기실을 사용한다”며 “특히 여름에는 선풍기를 틀고 문을 열어놓은 채 남녀 배우들이 같이 이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의도에 위치한 KBS별관 대기실도 얼마 전 리모델링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개인 대기실이 없다. 여러 연기자들과 공동 대기실을 이용하는 게 불편한 사람들은 아예 개인 차량이나 KBS 내에 위치한 다른 휴게실 및 카페를 이용한다.
SB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BS탄현드라마제작센터의 A, B, C 세트장은 개인 대기실이 구비되어 있는 반면 D 세트장은 아예 공동대기실밖에 없다. 현재 D 세트를 사용하고 있는 한 드라마 연기자는 “탈의실이 있지만 여러 사람이 쓰다 보니 화장실 가서 옷을 갈아입는 일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신인과 스타가 함께 있는 게 좋을 때도 있다”고 말한다. 이유인즉 신인 연기자 입장에선 스타급 연기자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공동 대기실을 함께 사용하다보면 그 차이점을 못 느끼게 된다는 것.
▲ KBS 드라마 촬영 공동 대기실 | ||
A 같은 연기자도 있지만 개인대기실에 욕심을 내는 연기자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까닭에 각 방송사 드라마제작센터 측은 여러 개의 드라마가 같은 날 촬영 예약을 하기라도 하는 날엔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각 드라마마다 대기실이 부족하다며 “우리 드라마에 대기실을 더 달라”고 드라마제작센터 측에 요구하기 바쁘기 때문이.
이런 까닭에 얼마 전 한 사극과 트렌디드라마 측 조연출끼리 싸움이 붙은 적도 있다. 한 방송사 드라마제작센터에서 근무하는 김 아무개 씨(30)는 “사극은 중견배우들도 많은데다 전체 출연자가 100명이 넘는 탓에 대기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트렌디드라마 쪽에서는 주연배우 4명이 각자 개인 대기실을 쓰겠다고 우겨 곤란했다”며 “결국 센터 측에서 해결이 되지 않자 두 드라마 조연출끼리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연출 한 아무개 씨(34)는 “상황에 따라 개인 대기실에 2명의 연기자가 들어갈 때도 있고, 아예 개인 대기실이 없을 때도 있는데 개인 대기실을 주지 않으면 촬영하지 않겠다는 연기자들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그런가 하면 연기자들끼리 서로 개인 대기실을 쓰겠다며 싸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이런 대기실 부족 현상과 그로 인한 파장에 대해 한 방송사 관계자는 “연기자들의 불편함은 알고 있지만 적정수준을 고려해 대기실을 만들었다”며 “대기실을 많이 만들 공간도 부족하지만 매일 드라마 촬영하는 것도 아니라서 많은 대기실은 방송사 손실이다”라고 일축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