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에 서 있기만 해도…
예를 들어 전화를 걸거나 문자로 “언제 촬영이 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방송국에서 직접 만나 얘기를 해야겠다”고 간접적으로 얘기하거나 아예 드러내놓고 “인터넷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어떻게 될 것 같냐”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2단계는 가까이 접근하는 것이다. 실제 촬영 현장으로 찾아가거나 해당 연예인 홈페이지나 팬클럽 사이트에 둘만 알 수 있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협박을 가하진 않는다. 촬영 현장을 찾아가도 사채 얘기는 전혀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하고 홈페이지에도 사채와는 무관한 둘만 알 수 있는 글을 남긴다. 극한 상황으로 내몰 경우 되레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 그 다음 단계는 가족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대다수의 연예인은 외부 공개를 꺼려해 가족들에게 알리기 이전에 사채를 해결하거나 밤무대 출연이나 스폰서 관계 등 사채업자가 제시하는 채무 변제 방안을 따르기로 약속한다.
슬픈 일이지만 안재환의 자살이 바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몇 차례 사채업자로 보이는 이들이 방송국까지 찾아온 뒤 고인의 생방송 펑크가 뒤따랐다고 한다. 이후 가족인 부인 정선희에게도 사채업자들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그 즈음 고인은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