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연기 술김에 해치웠죠”
▲ 3년 만에 안방 극장으로 컴백한 장서희. 그녀는 한때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불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인어아가씨>의 ‘아리영’과 새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은재’를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죠. 그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이에요. ‘은재’는 많이 달라요. ‘아리영’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아왔다면 ‘은재’는 한순간의 배신으로 예고 없이 복수를 시작하게 되거든요.”
2년간 중국에서 40부작 드라마를 촬영하고 돌아와 1년여의 공백기간을 가졌다는 장서희는 많이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1년 동안 정신적인 휴식을 충분히 취해 거울을 봐도 내 얼굴이 정말 편안해 보인다”는 그는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제가 독실한 불교 신자거든요.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지난 1년간 전국의 사찰을 다 돌아다녔어요. 새벽에도 종종 가곤 했는데 지금은 촬영 때문에 자주 가지는 못해요. 대본이 35부까지 나와 있어서 촬영을 해도 해도 끝이 없거든요(웃음).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봉은사를 찾곤 해요.”
불교는 장서희를 지탱하는 큰 힘이었다고 한다. <인어아가씨>를 끝내고 난 후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 힘들었던 데다 곧바로 드라마, 영화에 뛰어들었고 예능프로그램 MC를 맡고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꿋꿋하게 이겨 낸 장서희는 “정신적 여유가 얼마나 절실한지 깨달았다”며 미소를 짓는다.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는 캐릭터의 10대부터 30대 후반까지를 모두 연기한다. 고등학교 교복 장면에선 부담이 됐을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너무 즐거웠단다.
“사실 교복 장면이 술 마시는 장면 바로 다음에 촬영한 거라서 자세히 보면 제 눈 밑 볼이 발그레해진 걸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교복 장면을 흑백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마음 놓고 맥주를 마셨었는데 세상에, 컬러로 나오더라고요. 실제로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든요. 정말 많이 마셨을 때가 소주 반 병인데다 활동 중에는 술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또 한 장면을 더 언급한다. 바로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계기인 바닷가 장면. “날씨가 따뜻할 때 찍어서 별로 춥지는 않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장서희는 물을 무서워해 수영장도 잘 가지 않는다고. 이 장면은 동해에서 하루 내내 촬영했다는데 주변 사람들이 장서희가 물을 무서워하는지조차 몰랐다니 그가 얼마나 프로인지 알 수 있다.
“배우인데 이것저것 가릴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편이에요.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뭐든 잘 먹고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친해요. 아, 십수 년 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전미선 씨와는 <인어아가씨>에서 친구로 출연한 후 특히 각별한 사이가 됐지만 많은 분들과 두루두루 친하답니다.”
오랜만에 시청자 곁으로 돌아온 장서희한테선 도도해 보이는 외견과 달리 살가운 향기가 풍겼다. 사근사근한 수다스러움은 그가 얼마나 맑은 사람인지를 알게 한다. “주름은 한두 개 더 늘었지만 나이가 가져다주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하는 그는 마치 오랜 시간 정성들여 다듬어 온 장인의 예술품과 같았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