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들 등골 빼 톱스타 덤 주나
![]() |
||
연예인 지망생이라면 누구든 톱스타가 배출된 유명 대형 연예기획사에 소속되기를 희망하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까닭에 우후죽순처럼 퍼져 있는 여러 연예기획사 중 한 곳과 계약, 톱 연예인으로 도약해가려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계약이 만만치 않다.
그중 수익 배분 문제가 가장 크다. 보통 신인은 소속사와 3 대 7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고, 처우가 괜찮은 경우에 4 대 6 수준이다. 그런데 수익 배분이 소속사 10, 연예인 0인 계약도 종종 있다.
매니저 생활 5년차로 현재 인기 여자가수 매니저인 A 씨는 “자의든 타의든 본인이 우선 연예인이 되고 싶어 무턱대고 계약을 하는 일이 많은데 내가 초창기에 맡았던 한 가수도 5년 계약기간 동안 수익 0%에 동의해서 무척 고생했었다”고 말한다. 비록 연예인의 연습생 시절과 무명활동 기간 동안 소속사 측의 손실도 있긴 했지만 무명 당시 여러 가수들의 코러스 및 지방 행사를 뛴 가수의 수익도 만만치 않았다는 게 A 씨의 전언.
그런데 이런 불공정 계약은 중소연예기획사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대형연예기획사의 수익 배분은 6 대 4, 7 대 3 수준을 지키지만 대신 계약기간이 10년, 18년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W 연예기획사 대표는 “5~8년 계약으로 연예인 수익배분이 적은 것은 회사에서 투자한 금액의 회수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10년, 18년은 톱스타가 돼도 똑같은 배분이라는 얘긴데 햇수만으로도 족쇄 같은 계약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비단 수익배분의 불공정계약만 있는 것은 아니다. 7년 동안 무명생활을 지낸 여자 연예인 B는 이상한 계약서에 사인을 해 5년 동안 고생했다고 말한다. B가 본 계약서 중 한 조항은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어 일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문맥상으로 협력해서 잘 해나가자는 의미인 줄 알았다는 B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계약서에 동의했지만 그 문장 안에 포함된 의미는 전혀 달랐다.
계약서에 동의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소속사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것. 그 내용은 “한 방송 관계자와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B는 펄쩍 뛰었지만 대표는 “계약서에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보지 못했느냐”며 “잔말 말고 저녁에 나오라”고 말했다.
“당시 톱스타가 되기 위한 욕심이 앞선 데다 다른 연예인들도 이런 경험은 다 해봤다는 루머를 위안 삼아 바보같이 하라는 대로 했다”는 B는 “결국 죽도 밥도 되지 못해 아직도 무명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밖에 ‘성관계’ 관련 조항을 명시할 때 교묘히 말을 돌린 “계약기간 동안 술자리에 ○○번 참석해야 한다”, “스폰서의 요구에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등의 조항도 실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연예인 및 매니저들의 증언이다.
그런데 이런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연예인들의 복수일까. 일부 톱스타들의 이른바 ‘황제계약’은 반대로 소속사를 노예로 만든다.
유명한 케이스가 여자 톱스타 K다. 1년에 수십 편의 CF를 찍는 K는 전 소속사와의 계약을 만료하고 현 소속사로 옮기면서 수익배분 10 대 0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수익의 전부인 10은 K의 몫이다. 메이크업, 유류비, 이동비 등 갖가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소속사는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K의 수익에서 한 푼도 떼어가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11년째 매니저 생활을 하고 있는 C 씨의 말에 따르면 K는 약과다. 몇몇 톱스타는 10 대 0 수익배분도 모자라 12 대 -2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연예인이 출연료로 100만 원을 받았을 경우 소속사가 20만 원을 더 얹어준다는 것이다. 몇 억~몇 십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톱스타라면 소속사 부담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 C 씨는 “소속사의 입장에선 톱스타의 존재만으로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기업 등에서 톱스타 이름만으로 50억 원도 투자해주는 마당이니 무리한 계약이라도 우선 하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의 계약은 가수보다는 배우 쪽이 월등히 많다고도 덧붙였다.
이뿐 아니다. 자신의 집과 차를 바꿔 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부모님 집도 바꿔달라는 스타도 있다. 게다가 스타가 성형하고 싶다고 하면 그 성형비용조차도 소속사의 몫으로 돌리는 계약 조항도 존재한다.
몇 년째 활동을 쉬고 있는 한 톱스타는 자신이 쉬는 동안 본인이 타던 밴을 아무도 타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 탓에 소속사는 다른 연예인의 활동을 위해 차량을 한 대 더 구입해야 했다. 이 톱스타의 매니저는 “소속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강남 한복판에 서 있는 밴 주차비용도 몇 달째 내지 못하고 있다”며 “‘노예계약’도 ‘황제계약’도 하루 빨리 없어져야 연예계의 거품과 허황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