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자금 흘러나간 ‘별꼬리’ 잡았나
2008년 연예계는 모두 네 차례 도박 파문을 치렀다. 우선 그 시작은 연예계 비리수사 과정에서 연예기획사들이 방송국 PD들에게 도박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연예인이 직접 연루된 사안은 아니었다. 지난 7월에는 검찰이 유명 연예인 A를 비롯한 고위층 인사들의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A가 유명 연예인 출신 사업가로 알려지면서 주병진에게 의혹의 눈길이 집중됐지만 당시 외유 중이던 주병진은 급거 귀국해 해명, 관련 소문이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어 졌다.
결정타는 해외 원정 도박이 아닌 인터넷 불법 도박 사건이 됐다. 다만 필리핀 도박장을 생중계하는 사이트였음을 감안할 때 해외와의 연관성을 배제할 순 없는 사건이었다. 강병규가 해당 사이트에 돈을 입금한 정황이 드러났고 결국 그는 검찰 소환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 사건의 수사 범위는 이후 프로야구 선수들에게까지 확대됐다. 그리고 최근 검찰이 다시 연예인의 해외 원정 도박 실태를 대대적으로 수사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하나하나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모두 하나의 얼개로 얽혀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연예비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도박 혐의를 제외하면 나머지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마조부)가 담당하고 있는 것. 지난 7월 이후 마조부가 해외 원정 도박 실태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에 들어 갔으며 수사 관련 정보가 약간씩 흘러나오고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실질적인 수사 성과가 나오고 있는 부분은 해외 원정 도박이 아닌 인터넷 불법 도박이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소식통은 “해외 원정 도박 수사 과정에서 환치기 관련 계좌를 추적하다 오히려 해외 도박장과 연관된 인터넷 불법 도박 계좌가 드러나 관련 수사가 빠른 진척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그럼에도 수사의 핵심은 해외 원정 도박”이라고 얘기한다. 검찰 관계자들을 통해 이런 정보가 중복확인 되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연예인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마조부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마조부 김주선 부장검사는 “그런 내용은 보고된 바 없다”면서 “우리 부에서는 더 이상 조사 중인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강병규가 인터넷 불법 도박 혐의에 휘말렸을 당시에도 마조부는 “더 이상 유명인은 수사 선상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이후 수사는 프로야구 선수로 확대됐다.
해외 원정 도박 관련 수사의 핵심은 환치기 관련 계좌를 찾아내느냐 하는 부분이다. 지금껏 검경이 여러 차례 해외 원정 도박 관련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도 혐의자들을 기소하지 못한 이유는 물증을 잡지 못해서였다. 불법으로 해외 원정 도박을 즐기는 이들은 하나같이 환치기 업자를 통해 도박 자금을 송금한 뒤 해외로 떠난다. 이런 까닭에 환치기 업자들이 이용하는 계좌를 적발하지 못할 경우 원정 도박을 위한 출국인지, 비즈니스 내지는 단순 여행을 위한 출국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검찰 주변에선 이미 마조부가 환치기 관련 계좌를 입수했거나 최소한 근접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연예인의 실명이 드러났다는 것. 검찰 소식통은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관련 계좌를 입수한 뒤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한다. 다만 관련 계좌에 입금하는 과정에서도 실명이 아닌 차명이 많이 사용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마조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연예계는 초긴장 상태다. 과연 검찰 수사망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를 두고 걱정어린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 게다가 연예계 비리 수사가 재점화될 위험성도 재기되고 있다.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도박 자금 로비 의혹을 받았지만 물증이 없어 검찰 수사를 피해간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미 검찰에서 관련 물증을 모두 확보해놓고 혐의자 소환 등의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지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로 연예계가 최대 위기인데 결정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얘기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