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후원’하나 열 ‘로또’안 부럽다
▲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스폰서의 실체가 가수 아이비의 언급으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SBS 드라마 <온에어>의 한 장면. | ||
“만나만 줘도 3억을 주겠다”
연예계에서 ‘스폰서’란 재력(또는 권력 등)을 가진 남성이 여자 연예인에게 금전을 비롯한 다양한 이익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대개의 경우 육체적인 관계를 포함한 은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이비는 미니홈피에 적은 글을 통해 ‘만나주는 것’만으로 3억 원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정말 더 이상의 요구 없이 만나는 것만으로 3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조금 순화해서 표현한 것일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매니저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스폰서가 무조건 성적인 관계는 아니라는 얘기. 대표가 성상납 강요 파문에 휩싸여 공중 분해된 한 연예기획사 출신의 매니저는 연예계 스폰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사실 그 사람들 입장에서 3억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다. 정말 만나서 차 한잔 마시는 대가로 3억 원 이상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그 상대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극소수 톱스타들이다. 그들을 만나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차원에서 큰돈을 내놓는 스폰서들도 분명 있다. 아이비가 그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나기만 하면 되는 형태’의 스폰서는 대부분 소속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만남 자체가 순수하고 그렇게 맺은 인연이 인맥을 통해 CF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즈니스를 위해 누군가를 접대하는 술자리에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며 스폰서 관계인 여자 연예인을 부르는 이들도 있다. 여자 연예인이 합석하면 분위기가 금세 좋아진다. 술 몇 잔 따라주면서 기분을 좋게 만들다 보면 뭔가를 부탁하기 좋은 분위기가 된다.”
물론 이런 관계가 깊은 사이로 발전할 수도 있다. 스폰서와 연예인으로 만나 연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이런 경우는 대부분 여자 연예인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다. 이런 애매한 관계가 간혹 스타와 재벌가 자제와의 열애설로 발전하곤 한다.
“한 다리만 건너도 찾을 수 있다”
아이비의 발언 가운데 더 충격적인 대목은 “마음만 먹으면 솔직히 연예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주변에서 한 다리만 건너도 그런 사람들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라는 부분이다. 결국 여자 연예인이 스폰서를 구하는 방법은 ‘마음만 먹으면’ 된다는 것. 현직 매니저들 역시 이 부분에 강하게 동감했다.
“요즘에는 직접 스폰서 찾기에 나서는 여자 연예인도 있다. 대부분 인기가 시들해진 이들인데 이런 경우 스폰서는 당연히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아파트랑 외제차를 받고 만날 때마다 거액을 용돈으로 받는 형식이다.”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매니저의 얘기다.
이런 부적절한 만남을 주선하는 브로커는 누구일까. 과거에는 마담뚜라 불리는 이들이 전문적으로 연예인과 스폰서를 연결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연예인들과 직접 접촉하는 연예관계자들을 통해 스폰서 제안이 오가는 형태라 ‘한 다리만 건너면 쉽게’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까닭에 신인 여자 연예인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은 방송국 등 연예계 현장에서 접촉하는 연예관계자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스폰서 관계를 갖고 있는 연예인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아이비는 “실질적으로 연예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적어도 저는 그런 여자는 아닙니다”라는 얘기를 덧붙여 ‘누구나 스폰서가 있지만 난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연예계에 이런 일 비일비재하다”
매니저들은 그런 제안이 비일비재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매니저들에게도 그런 전화가 자주 걸려오곤 한다고. 그렇다고 이에 응해 실제 스폰서 관계를 맺은 여자 연예인이 비일비재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매니저들이 하나같이 “우리 회사엔 그런 여자 연예인이 없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스폰서 있는 여자 연예인이 꽤 있다고 듣긴 했다”고 얘기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스폰서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대부분 계약서상으로 금지하고 있다. 만약 계약자 몰래 스폰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다 적발되면 정말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소속사 몰래 스폰서 관계를 맺었다가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해지한 여자 연예인도 있다. 게다가 연예인 A는 결혼 뒤에도 스폰서와 은밀히 만나다 이혼 당했다는 소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연예계의 심연에서 비밀리에 이뤄지는 일이라 그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