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금 연예통신 - 성현아 성매매혐의 “무죄” 대법 판결 앞과 뒤

스폰 면죄부냐고? 그녀의 특수사정 있었다

[일요신문] 1, 2심에서 연이어 유죄 판결을 받으며 ‘성매매 연예인’이라는 오명을 썼던 성현아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지난 18일 오전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성현아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 이로써 성현아는 성매매 연예인이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실명이 공개되는 것을 감내하며 약식기소를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성현아가 대법원까지 가서 비로소 자신의 결백을 입증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성매매특별법의 불특정인이라는 개념을 두고 다소 모호한 판결이라는 부분이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이 자칫 연예인 스폰서 관계를 합법화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성매매 연예인이라는 오명을 썼던 성현아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일요신문DB

‘불특정인’이라는 개념이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성매매특별법에서 정의하는 성매매가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 재판부는 “성매매특별법에서 처벌하는 ‘성매매’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의미한다”며 “성현아 씨가 자신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개의치 않고 성관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불특정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대현 대법원 홍보심의관 역시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먹고 돈 받고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면 성매매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일부 연예인 스폰서 관계는 적발될지라도 사법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사실 연예인 스폰서 관계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인이나 무명 여자 연예인이 브로커 등을 통해 돈 많은 남성을 소개 받아 스폰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끝나면 또 다른 남성과 스폰서 관계를 맺기도 한다. 이런 경우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갖는 성매매가 맞다고 볼 수 있지만 유명 연예인이 이런 사례에 포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그보다 더 거액이 오가며 나름 유명한 스타급 연예인의 스폰서 관계다. 예를 들어 A라는 스타급 여자 연예인이 있다고 치자. 그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재계 관계자나 연예계 투자자 등과 그런 관계를 가지게 됐다. 거액을 받고 일정 기간 동안 연인 관계로 지내는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연예인 스폰서이며 지금까지는 사법 처벌 대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보면 성매매가 아닐 수 있다. 우선 A 입장에서 그 남성은 평소 알고 지내던 관계로 불특정인이 아니다. 또한 A는 스타인 만큼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질 리도 없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단 한 번만 맺었다. 그렇다면 A는 분명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먹고 돈 받고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라면 돈 받고 성관계를 했을지라도 성매매가 아니라는 뜻 아니겠는가.”

이번 성현아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대법원에선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먹고 돈 받고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면 성매매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매우 민감하게 고려하는 스타급 여자 연예인의 스폰서 관계는 성매매가 아니라는 것을 대법원이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그렇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의 취지를 이렇게 국한해서 봐선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성현아의 경우 단순히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먹고 돈 받고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 성현아만의 상황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이번 성현아의 승소는 1, 2심 재판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결혼 전제 교제설’을 대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지난 2010년 2월에서 3월 사이 성현아는 상대 남성 B 씨와 3차례의 성관계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5000만 원을 받았으며 B 씨는 성매매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1, 2심에서 성현아 역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성현아는 줄곧 당시 B 씨와의 관계를 스폰서가 아닌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을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당시 성현아가 전 남편과 별거에 돌입하고 재혼할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성현아는 B 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성현아의 지인이 당시 성현아가 B 씨를 결혼상대로 고민했다고 진술한 부분도 대법원은 받아들였다. 결국 대법원은 당시 전 남편과 이혼한 성현아가 재혼하길 원했으며 그 과정에서 B 씨를 만나 진지한 만남을 가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B 씨와의 관계가 끝나고 두 달 뒤 실제로 재혼한 부분에도 의미를 뒀다. 재혼을 위해 상대 남성을 찾던 성현아가 B 씨를 두고 고민하다 결별한 뒤 다른 남성을 만나 결국 재혼을 한 것. 따라서 당시 성현아가 간절히 원한 것은 돈이 아닌 재혼 상대였다고 대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먹고 돈 받고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면 성매매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는 성현아의 당시 상황과 맞물려 해석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상대방이 누구인지 상관하면 된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 따라서 앞서 연예기획사 대표가 언급한 A의 경우 성현아와 달리 성매매 특별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