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으로 잡음 일자 물밑으로 공들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무림캐피탈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사회 당일에야 회사명을 공개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은 새마을금고중앙회 건물.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지난 2010년 제15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신종백 회장은 새마을금고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격적으로 세 확장을 추진해 오고 있다. MG손해보험은 그의 첫 작품인 셈이다. 그러나 관련법상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새마을금고는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그린손해보험 인수 당시 불법 인수 논란이 일었다. 보험업법상 새마을금고는 보험사를 인수할 수 없는데도, 중앙회는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인수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MG손해보험은 중앙회와는 관계없는 완전한 독립 사업체다. 중앙회는 MG손보의 재무적투자자일 뿐”이라며 “다만 MG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은 새마을금고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보험사의 영업력 상승효과를 노린 것이다. 중앙회는 MG손보 측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도 꼬박꼬박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수 이후 MG손해보험의 적자가 누적되자 부실 관리 의혹이 제기됐다. 때문에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정종섭 행자부 장관과 신종백 회장은 의원들로부터 추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국감장에서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로 편법 인수한데다, 매각 차익실현과 기업공개 등 수익을 낼 계획도 전혀 없지 않느냐”고 질타한 바 있다.
중앙회의 영역 확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새마을금고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및 중앙회는 1982년 제정된 ‘새마을금고법’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다. 법 제1조에는 “국민의 자주적인 협동 조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하여 자금의 조성과 이용, 회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 지역사회 개발을 통한 건전한 국민정신의 함양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 새마을금고가 비록 금융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여타 금융회사와 다르게 지역민, 나아가 국민의 권익 향상을 우선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중앙회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저신용 계층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새마을금고 본연의 역할이 훼손될 수 있기에 고금리의 캐피탈업 진출 시도를 두고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회 관계자는 “만약 중앙회가 캐피탈업을 한다면 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더 낮은 비용으로 중앙회가 캐피탈사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기존 캐피탈사보다는 더 낮은 금리로 개인 신용대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새마을금고가 금융권으로 영역을 확대해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한 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의 자산이 120조가 넘는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게 누구 덕분인가. 모두 단위 금고의 회원들 덕분이다. 중앙회에 자금이 넘쳐난다고 새마을금고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돈벌이만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사진출처=새마을금고중앙회 홈페이지
중앙회는 지난 3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캐피탈사 인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런데 인수대상 캐피탈사의 기업 실사까지 마쳐놓고도 이사회 당일에야 이사진들에게 회사명을 공개했다. 사전에 이를 알고 있던 이는 신 회장과 극소수의 이사들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결 이후 인수 관련 추가 진행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사실상 신 회장에게 전권을 쥐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앙회가 인수대상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무림캐피탈’이다. 무림페이퍼 등 제지산업으로 잘 알려진 무림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금융회사다. 캐피탈 매각과 관련해 무림그룹 관계자는 “캐피탈 매각에 대한 내용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 그룹 임원에게도 문의했지만 모르는 일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무림캐피탈 관계자도 “회사 매각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며 “다만 지난주 본사에서 무슨 컨설팅 관련 자료가 필요하다며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회사 재무 상황 등 모든 내용을 확인하고 갔다”고 전했다.
중앙회 측과 무림그룹 측의 행보와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캐피탈사 인수 추진 건은 마치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나도 이사회에 참석하지만, 인수‧합병 관련된 안건에서 이사들에게까지 비공개로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비밀리에 기업 실사까지 마친 것에 비춰볼 때, 양측 당사자 간에 매각 및 인수에 관한 충분한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인수금액도 916억 원 ±5%로 정해졌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무림캐피탈의 납입자본금 500억 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인수를 추진 중인 무림캐피탈 홈페이지 캡처.
사실 그동안 중앙회는 여러 다른 캐피탈사도 인수대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무림캐피탈을 선택한 이유로는 △100% 지분 취득 가능 △지속적인 흑자 회사 △노동조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한다. 또 캐피탈사는 법적으로 중앙회가 직접 경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금융회사라는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하면 중앙회는 ‘겸영여신업자’로 분류돼 캐피탈사 운영주체가 될 수 있다.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복수의 이사들이 캐피탈사 인수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안건이 처리되지 못 했다. 캐피탈사 인수 결의안은 폐기하지 않고, 다음 이사회까지 계류시킨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이사회 의결 절차만 남겨둔 상황에서 중앙회의 인수 의지가 꺾일 일은 없어 보인다.
한편 새마을금고 및 중앙회의 관리‧감독 소관 부처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캐피탈사 인수와 관련해 중앙회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보고 받은 내용은 없다. 다만 (인수 관련) 정황은 파악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새마을금고는 법에 명시된 목적이나 취지에 맞게 정체성을 유지하고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귀띔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