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독립전쟁…‘이유’ 있는 연합군 뜰까

이재오 중심 비박연대·친유연대 뭉쳐 ‘부당공천연대’로 가면 해볼만

[일요신문]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라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혼란을 거듭했던 새누리당의 공천이 후보 등록일까지도 ‘옥새 파동’으로 몸살을 앓자 여권 내부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즉, 새누리당의 묻지마 절대지지층에서는 모르겠지만 중간지지층, 혹은 약지지층에서 당에 혐오를 느끼고 무소속 후보에게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무소속 후보들끼리 어떤 구심을 만들어 연대를 한다면 강풍이 될지 미풍이 될지 알 수 없게 된다.
 

유승민 의원(왼쪽)과 이재오 의원. 사진공동취재단·박은숙 기자 [e-mail]

새누리당에서 일찌감치 공천배제(컷오프)된 예비후보들 중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부류는 비박계와 친유승민계로 나뉜다. 그래서 ‘비박무소속연대’냐 ‘친유무소속연대’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 정가 인사는 “무소속끼리 연대를 하려면 굳이 나뉠 필요도 없다. ‘부당공천연대’로 가면 설득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비박연대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중심을 잡을 것이란 말이 많다. 이 의원은 본인이 컷오프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과 통화했고, 서울 마포갑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공천장을 뺏긴 강승규 전 의원과도 추후의 행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원의 경우 은평을 지역구에서의 조직력과 주민친화력을 앞세워 누가 붙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비박연대와 친유연대 사이에는 임 전 의원이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임 전 의원은 유 의원의 공천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국회에서 이틀간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유 의원 공천을 빨리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임 전 의원은 지난 23일 “공당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발언 수위를 높였고 유 의원이 탈당을 결정하자 다음날 “이한구 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출세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가장 저열한 성공처세길만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임 전 의원은 유 의원과도 당일 전화통화를 하며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성걸(대구 동갑), 유승민(대구 동을),권은희(대구 북갑)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대구 동구선관위에서 후보자등록 마친 뒤 손을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e-mail]

유 의원도 대구에서 컷오프된 권은희, 류성걸 의원과 25일 후보 등록을 함께 하면서 손을 잡았다. 연대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국민만 보고 한번 가보자”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지역일꾼론을 설파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나선 조해진 의원(컷오프)까지 가세하면 영남권은 친유연대, 수도권은 비박연대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대구에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무소속 바람이 분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천을 받았지만 그와 친했던 홍사덕 박종근 조원진 이해봉 의원 등은 당시 무소속으로 생환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대구의 13곳 중 자민련 당선자가 8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구심으로서 박 대통령만큼 역할을 해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본인부터 생존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여당 내 분열보다 야권 분열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은 이유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