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석으로 주세요.”
몇년전까지만 해도 담배 연기가 싫은 사람들은 식당이나 찻집 같은 곳에서 ‘금연석’을 찾아 앉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담배를 꼭 피워야만 하는 사람들이 ‘흡연석’을 찾아 앉아야만 하게 됐다. 정부의 금연구역 확대지정에 따라 대부분의 공공, 공중시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거나 흡연실 설치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마련된 규칙에 따라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금연구역 확대로 애연가들은 이제 한 개비 담배를 태우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자유지대는 어디일까.
▲학교 유아원을 포함한 아동 청소년관련 시설과 의료시설은 절대 금연구역이다.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보육원, 그리고 모든 병의원과 보건소에는 ‘금연시설’ 표지가 부착됐다. 규모가 큰 연면적 1천㎡ 이상의 학원 강의실과 대기실 휴게실도 금연구역이다. 허용되는 공간은 옥상 옥외계단 등 실외공간으로 한정됐다.
▲전자오락실 만화방 PC방 등 대중이 모여 사용하는 실내 오락 문화사업장과 면적 150㎡ 이상의 대중음식점 휴게실 다방 패스트푸드점 등에서의 흡연도 사실상 금지된다. 이들 업소들은 규정상 흡연석을 설치할 수 있지만, 흡연석은 전체 업장 면적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되고, 연기가 금연석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환기시설을 갖춘 독립공간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실제로 별도의 영업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므로 특히 별도의 투자가 어려운 영세한 만화방이나 PC방, 오락실 등에서는 흡연이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규정상 흡연이 가능한 곳은 업장 면적 150㎡ 이하의 소규모 음식점과 찻집 등이다.
▲대중교통 시설의 금연구역도 확대됐다. 철도의 경우 예전에는 객실 내에서만 금지되던 것이 7월부터는 차량내부 통로 모든 곳에서 금지된다. 그동안 항공기 기내, 전철 내부, 지하역사 및 지하보도, 16인승 이상의 승합자동차 안으로 한정됐던 일반교통 관련 금연구역도 터미널과 역의 대합실(승객대합실), 전철 승강장, 여객선의 부두, 선실 등까지 확대 적용된다.
▲체육시설의 경우 농구장 배구장 등 1천명 이상 규모의 실내체육관에 한해 흡연을 금지했으나 이번 규정으로 같은 인원 규모의 실외 체육시설도 금연구역이 됐다. 피우고 싶으면 운동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연면적 3천㎡ 이상의 사무용 건물과 2천㎡ 이상 복합건물의 사무실 회의장 강당 로비도 금연구역이다.
이 밖에도 ▲객석 3백석 이상 공연장의 공연장과 대기실 사무실 ▲관광숙박업소의 현관과 로비 복도 ▲공중목욕탕의 탈의실과 탕 내부 ▲연면적 1천㎡ 이상의 관공서 내부와 민원인 대기실 ▲대학교의 강의실과 휴게실 구내식당 사무실 ▲사회복지시설의 내부와 부대시설 ▲공중이용시설의 승강기 복도 화장실 등도 모두 금연구역이다.
금연시설로 지정된 사업자들은 독립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지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실이나 화장실 복도 계단 등은 흡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게 됐다.
시설 보유자들이 별도의 투자를 해서 흡연실을 만들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전면 금연구역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