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몰려들자 소송 도중 급화해…요즘엔 다시 잉꼬부부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둘만의 싸움이 아닌 변호사를 대동하고 법원까지 가서 싸우는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부부 관계를 끝내기 위한 싸움인 만큼 이혼 소송은 부부 싸움으로 분류할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또 화해할 수 있는 게 부부이기도 하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양육권을 두고 이혼 소송을 벌이던 부부가 아이가 둘이었다면 한 명씩 나눠서 양육하면 되는데 아이가 한 명뿐이라 그럴 수도 없으니 차라리 빨리 둘째를 낳고 다시 이혼 소송을 하자며 소송을 철회했다는. 그리고 바로 그날 둘째 만들기에 돌입했다고 하니 또 한 번 용감하게 칼로 물을 베어보려 한 부부가 아닐 수 없다.
법조관계자들은 예상 외로 많은 연예인이 이혼 소송까지 갔다가 화해하고 다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매스컴을 통해 잉꼬부부로 알려진 연예인이지만 사실은 수년 전 이혼 소송을 벌이다 중간에 급화해한 경우도 있다고 얘기한다. 이들의 얘기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까닭은 이혼 소송 자체가 기삿거리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의 경우 중간에 소송을 철회하면 아무런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계에 두루 인맥이 넓은 한 변호사는 언론 때문에 화해한 연예인의 사례를 소개해줬다.
“평소 이미지가 매우 좋은 방송인이 부부 사이의 성격차이로 고민하다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워낙 속이 깊은 분이라 이혼 소송을 결심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소송이 막 시작되려는 찰나에 그 소식이 일부 기자들에게도 알려졌다. 기자들이 그분께도 직접 전화를 해서 이혼 소송과 관련해 문의했는데 일단은 사실무근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미 아니라고 얘기한 상황에서 취재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이혼 소송을 철회했다. 그 과정에서 부부가 많은 대화를 나눈 모양이다. 그렇게 화해해서 요즘에는 잘 지낸다고 알고 있다.”
요즘에는 연예인과 배우자가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부부가 함께 예능 프로그램 등에 고정 출연을 하기도 하고 연예인과 그 가족을 소개하는 방송에 단발성이지만 배우자와 자녀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연예인 부부의 모습을 통해 우리네 부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콘셉트의 방송이지만 이런 방송에서 부부 관계의 위기를 보여준 이들이 실제로 이혼하면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이런 방송이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어준 경우도 있다. 한 공중파 방송사 중견 PD의 얘기다.
“섭외 과정에선 전혀 몰랐다. 어렵게 남자 연예인과 그 부인의 방송 출연을 성사시켰고 방송도 잘됐다. 이로 인해 그 연예인 부인도 방송 출연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사실은 이들이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실제론 이혼 소송 중인 부부가 방송에선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니 프로그램의 진정성까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혼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방송을 위해 참아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이혼 소송을 접었다는 얘길 들었다. 뭔가 부부 사이에 문제가 많았겠지만 부인이 방송 출연 자체를 워낙 좋아한 데다 이 과정에서 남편의 평소 방송 활동에 대한 이해도도 커졌다고 한다. 그렇게 화해한 이들 부부는 최근에도 매우 잘 지내고 있다.”
때론 부부에게 다가온 위기가 이혼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많이 싸웠고 그로 인해 이혼까지 결심했지만 더 큰 위기 앞에선 결국 다시 손을 잡는 것. 연예인이라는 유명세를 가진 직업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혼 소송을 철회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이 가능한 곳이 바로 연예계이며 정치권과 재계에서도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고 얘기한다. 연예 전문으로 알려진 한 변호사의 얘기다.
“연예인 부부가 이혼 소송을 진행하다 갑자기 소송을 접은 사연이 한때 법조계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한 쪽이 치명적인 잘못이 있어 상대방이 이혼 소송을 제기해 이혼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혼 소송을 제기한 연예인이 다른 사안으로 물의를 빚으며 상당한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에 이혼 얘기까지 더해지면 그 연예인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들은 이혼 소송 철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우자가 물의를 빚어 힘겨운 상황에서 이혼까지 하게 될 경우 상대방의 이미지에도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양측이 공감했던 모양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당장의 위기는 잘 극복한 뒤에 다시 논의하자며 이혼 소송을 접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 이후 다시 이혼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화해를 해서 다시 잘 지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