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반도체 리스크 ‘에너지’ 키워서 넘는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SK사옥 전경. 일요신문DB
이번 세미나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뉴SK’다. 지난 6월 최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급사)’ 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이후 최 회장은 서울 서린동 SK 본사 사옥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 등을 오가며 뉴SK 구상에 골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인 ▲석유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등을 통해 국내 재계 서열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SK이노베이션, 정보통신 부문은 SK텔레콤, 반도체 부문은 SK하이닉스가 각각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그룹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서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17조 1370억 원, SK하이닉스는 18조 79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롤러코스터 실적으로 최 회장의 속을 태웠다. 2014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65조 860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SK이노베이션은 다음해인 2015년 48조 3560억여 원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2014~2015년) 저유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은 2014년 적자에서 2015년 흑자로 전환했다. 올 반기 매출 역시 19조 7380억여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 3000억 원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000억 원 이상 늘어 올 4분기에 이르러서는 3조 원대의 누적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자동차’와 ‘친환경 에너지’ 등을 꼽았다고 전해진다. 전기자동차 주행을 돕는 유·무선 기술, 석유 이외의 에너지원 저장 및 공급 등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찾겠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는 최근 가석방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애착을 가져 온 배터리 사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2011년 무렵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중국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며 “시기적으로는 삼성SDI보다 빨랐고, 오너 일가 또한 의지를 보였는데 아직 중요 시장인 중국 현지에 정착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신사업이 당장 그룹의 주력 사업 모델을 대체할 수는 없다. SK 관계자는 “검토하고 있는 여러 사업 가운데 일부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14일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 2016 CEO 세미나’에서 최태원 SK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그러나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하며 신성장동력을 고민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7조 59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가 감소했다. 영업이익 또한 1조 1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8%가 줄었다. D램 등 반도체 제품에 대한 공급 과잉 및 수요 감소,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율 변동 등이 세계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미래가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올 반기 매출은 8조 4957억 원, 이 가운데 국내 매출은 8조 4115억 원으로 내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이동통신시장에선 앞으로 큰 폭의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익 모델 다변화를 위해 추진한 CJ헬로비전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세미나에서 기업가치(시가총액) 30조 원 회사를 이룩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중국 내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한 배터리 공장 설립 여부다. 이 같은 대형 투자는 최 회장의 결단에 따라 그 속도가 빨라지거나 지체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LG화학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폴란드 등 해외 설비를 늘리는 추세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패는 ‘전력 손실률’을 줄이고 최대한 긴 시간 동안 ‘안정적인 출력’을 내는 것인데 현재까지 LG가 이 부분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후발주자로 SK, 삼성이 나서고 있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벤츠, 현대자동차 등 바이어를 기술력으로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국내 배터리사업부를 재편하고 중국사업실을 신설해 현지 업체들과 인수합병(M&A)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의 중국 진출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 변수로 꼽힌다. 이번 세미나에서 ‘과감한 M&A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천명한 최 회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