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발굴 알고 보니 집안끼리 나눠먹기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GS건설로부터 파르나스호텔 지분 67.56%를 7600억 원에 매입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호텔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파르나스호텔이 2014년부터 운영해오던 광화문 나인트리 컨벤션 사업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철수한다”며 “내년 초 명동에 나인트리호텔 2호점을 오픈해 비즈니스호텔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파르나스호텔의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파르나스호텔의 사업 확장을 두고 GS 계열사 간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논란이 있다. 이미 GS건설이 파르나스호텔을 매각할 당시에도 계열사 간 거래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인수전에 참여한 사모펀드 IMM PE, CXC 캐피탈 컨소시엄 등을 제치고 계열사인 GS리테일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이 현금이 부족해 매각하지만 GS그룹 차원에서는 버리기 아까운 매물로 판단해 같은 계열사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당시 GS리테일이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GS리테일도 “잠재력이 큰 파르나스호텔 인수를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기준 GS리테일의 유동자산은 8500억 원. 즉 7600억 원에 파르나스호텔을 인수할 정도로 자금의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GS리테일은 파르나스호텔 인수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9월 평촌몰 상업시설과 토지를 이지스자산운용·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에 7845억 원에 매각했다.
파르나스호텔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 중심에는 파르나스호텔과 용역 계약을 맺은 업체 엔씨타스가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가 엔씨타스 지분 29.30%를 보유한 것을 비롯해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의 장녀 허정현 씨(21.92%),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의 장남 허주홍 씨(12.76%) 등 오너일가가 엔씨타스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엔씨타스의 매출은 274억 원이다. 그런데 파르나스호텔과 파르나스호텔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PNS와 거래에서만 65억 5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의 약 24%가 파르나스호텔에서 나온 것이다. 엔씨타스는 올해 초에도 파르나스호텔과 1년 70억 7600만 원 규모의 용역 계약을 맺었다. 지난 9월에는 계약 내용이 추가돼 3분기에만 22억 4700만 원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엔씨타스는 GS네오텍과도 1년 5억 7600만 원의 사옥시설관리 용역 계약을 맺었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 간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 원이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을 경우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다만 12%를 넘는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체보다 명백히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을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전했다. 엔씨타스의 경우 내부 거래액의 비율이 12%가 넘지만 타 업체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업체 선정 기준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엔씨타스가 기준에 제일 부합하는 기업이라서 계약을 맺었다”며 “오너일가의 회사라고 해서 특혜를 준 것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사진출처=GS리테일 홈페이지
GS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심을 받는 곳은 엔씨타스만 있는 게 아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0월 10일 “허창수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인 알토, 창조건축사무소, 피플웍스, 피플웍스커뮤니케이션, 에이치플러스에코 등 5곳의 회사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친인척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출과 수익을 향유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혈연관계 자체가 경쟁력이 돼 경제적 이익을 얻는 등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소비자 후생에도 역행한다”고 전했다.
GS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율이 12%가 넘는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법이 시행된 2013년 이전에 맺은 계약 등 여러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며 “GS그룹 전체 규모로 따지면 내부거래 비율이 3% 정도이며 공정위 기준을 초과하는 회사들은 비율을 낮추기 위해 각 회사별로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