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회장님 ‘동심’ 공략해 롯데몰에 손님몰이
지난 22일 개장한 서울 은평구 롯데월드 키즈파크. 연합뉴스
롯데월드 키즈파크가 위치한 서울 은평뉴타운은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 층의 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은평구가 공개한 ‘2016년 11월 인구현황’을 보면 총 49만 2500여 명의 구민 가운데 0~13세 구성비는 10.89%, 결혼 적령기 또는 영유아 자녀를 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5~45세 구성비는 32.54%로 집계됐다. 즉 전체 은평구민 가운데 43.43%가 롯데월드 키즈파크의 잠재 고객인 셈이다.
또 ‘바이럴마케팅’ 등의 효과로 서울 또는 수도권에서 외부 유입될 방문객을 더하면 잠재 고객 수는 훨씬 많아질 수 있다. 바이럴마케팅이란 개인 블로그,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관련 상품을 홍보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을 가리킨다. 온라인상에선 벌써 롯데월드 키즈파크를 다녀온 학부모들의 후기가 자주 올라온다.
앞서 롯데는 쇼핑은 물론 여가생활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은평구를 공략하기 위해 대형 복합쇼핑몰 설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어린이 체험학습 공간인 ‘키자니아’ 모델을 심화시킨 롯데월드 키즈파크를 롯데몰에 입점시키고자 했다. 롯데 관계자는 “학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는 키자니아에 대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롯데몰에도 같은 콘셉트의 놀이공간을 만든 것”이라며 “향후 또 다른 지역에 대한 상권 분석을 통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키즈파크 2호점 설립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즈파크의 ‘측면 지원’에 힘입어 롯데몰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롯데 측은 키즈파크와 각 쇼핑 매장을 가오픈한 지난 12월 1~20일 모두 122만여 명이 롯데몰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한 하남 스타필드의 100일 간 방문객이 720만 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그보다 작은 규모의 롯데몰이 나름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스타필드의 연면적(46만㎡, 약 13만 9000평)은 롯데몰의 연면적(16만㎡, 4만 8000평)보다 3배가량 넓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휴일인 지난 12월 18일 롯데몰을 직접 방문하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쇼핑몰과 대형마트를 연달아 살핀 신 회장은 당시 개장을 앞뒀던 롯데월드 키즈파크를 구석구석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높은 입장료(어린이 2만 5000원, 성인 1만 2000원)가 부담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홍보와 함께 키즈파크가 일종의 ‘명소’로 자리 잡으면 롯데몰이 올리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키즈파크의 자체 수입보다 중요한 것은 롯데몰 전체 매출에 ‘어린이 놀이공원’의 존재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업체 관계자는 “키즈파크가 실제 롯데몰 매출 신장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 계량화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며 “요즘 유통업계 트렌드가 쇼핑공간에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닌 고객들이 무언가를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키즈파크는)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다른 복합쇼핑몰 사례에서 보듯 방문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보인다”며 “롯데몰의 성공은 서울 서북권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2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오후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16.12.06.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년간 롯데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국적 논란’을 겪은 데 이어 그룹 오너를 겨냥한 전방위 수사를 받는 등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해 추진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신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 관계자는 “주간사를 통해 협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오너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면세점 입점 로비 등 혐의로 ‘박영수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사정기관 관계자가 “(롯데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에) 언제 압수수색을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잃었던 면세점 특허권을 재발급받은 것이지만 이마저도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비리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특허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의 경쟁업체 관계자는 “롯데의 면세점 운영 능력이 다른 업체에 비해 월등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부 스스로 면세점 심사 기준이 정치 논리에 따라 들쭉날쭉했던 것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연이은 악재에 시름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키즈파크 흥행’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비자금 기업’이란 오명을 씻고 ‘동심’을 공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도 있다. 실제 롯데가 면세점 시장을 선점한 중국에서는 영유아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 강점이 있는 롯데가 유아 관련 산업에 투자한다면 다른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롯데는 키즈파크 설립이 유아산업 투자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롯데 관계자는 “키즈파크는 (롯데월드와 달리) 완성도 높은 쇼핑 서비스 제공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국내에서 유아 관련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