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 등 4개사, 수천만원씩 상납 ‘조직적 관리’ 검찰 수사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원이 제약사로부터 금품수수를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경. 사진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난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검찰은 제약사의 리베이트 정황을 포착하고 대형 제약업체인 LG생명과학, 동아ST, 휴온스, 초당약품공업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배경은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약사들이 영업을 이유로 리베이트나 금품을 건네는 일이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가 심평원에 로비하는 이유는 자사 제품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심평원에서 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업체 약품 청구서를 심평원이 심사할 때 불필요한 약이어도 넘어가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초 법조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원에 대해 제약사들의 조직적인 금품 살포 혐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심평원 A 전 위원을 4개 업체가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각 제약업체가 A 전 위원에게 제공한 품목과 금액을 구체적 수준까지 파악했다고 알려진다.
제약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A 전 위원은 휴온스로부터 약 7500만 원, LG생명과학으로부터 약 1000만 원, 동아ST로부터 약 20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초당약품공업으로부터는 여행경비 명목으로 1500만 원가량을 받았다. A 전 위원이 받은 금액은 총 1억 4000만 원으로 모두 배임수재에 해당할 수 있다. A 전 위원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라고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특히 주목받은 기업은 LG생명과학이다. 다른 제약회사들은 리베이트로 인해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있지만 LG생명과학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압수수색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최대한 검찰의 자료 요구 등에 협조하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제약사들은 압수수색 이후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진다. 동아ST 관계자도 “(이번 사건에 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심평원 측은 “지난해 12월 압수수색 이후 따로 검찰을 통해 연락 받은 바 없다. 해당 위원은 오래 전 퇴사해 현재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그 위원이 퇴사한 이후에 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퇴사 전에 어떤 일을 해줬는지 여부를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검찰 발표가 있은 후에 심평원 내부 조치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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