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가닥···이재용 위기마다 이부진 거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우/연합뉴스)
삼성그룹 경영공백 우려속 이재용-이부진 후계 경쟁 가능성 부상돼
[일요신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해 15시간에 걸친 고강도 수사를 마치고 구속영장 재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연초 200만 원을 바라보던 삼성전자의 주식이 180만 원대로 급락하는 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여부와 맞물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부상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 주가는 연일 급등세를 보였다. 여기에 이 사장에 대한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삼성리움 미술관장의 총애를 받았던 전례가 이 부회장의 특검조사로 인한 경영공백 우려와 오버랩 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 부회장 체제의 그룹 경영구도가 이 사장 체제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 호텔신라 주가는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9일엔 4만235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과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이 1월 흑자로 돌아서면서, 주가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여기에 특검이 13일 오전 이재용 부회장과 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재소환하는 등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 수사 영향마저 미치면서 이날 직전거래일보다 3.44%오른 4만5150원에 마감했다. 다음날엔 4만5600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삼성그룹 계열사들 가운데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밀접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그룹 내에서 이 사장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특히, 최근 최순실 씨가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자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의 모친인 홍라희 씨가 이 부회장보다 이 사장을 추켜세우는 발언을 했다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주장이 주목받기도 했다.
일부 외신조차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이끌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이부진 사장이 그룹 경영 중심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등 특검 수사에 따라서 삼성그룹 후계구도 경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부진 부상론은 단순히 이재용 대안론이 아닌 삼성 경영 DNA와도 결부되어 보인다. 이 사장은 삼성家 3세 중에서 이건희 회장과 외모뿐만이 아닌 성격, 경영 스타일, 승부사적 기질까지 가장 닮아 ‘리틀 이건희’로 불려졌다. 실제로 2011년 2월 호텔신라 사장에 취임한 후 강력한 사업 추진력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루이비통 등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 유치나 특허권 경쟁에서도 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엔 4전5기 끝에 한옥호텔 사업 건축허가가 서울시에 통과되면서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는 호텔신라가 운영 중인 한식당 라연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는 쾌거와 함께 한국 전통이미지 발전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사업적으로 관철시킨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좌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삼성리움 미술관장=연합뉴스
하지만,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구속수사 등으로 경영공백이 생기더라도 이 사장이 그룹을 이끌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 사장, 윤부근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 2008년 삼성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을때에도 사장단협의회를 가동해 계열사별 최고경영자 중심의 독자경영을 통해 각 계열사간 비상경영을 공조한 적이 있다.
또한,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경영 외엔 전자, 금융 등의 사업 경험이 없는데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 지분 없이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 보유도 미진한 상태다. 당장에 이부진 사장 중심의 경영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부진 사장 중심의 삼성그룹 후계 경쟁은 재점화될 가능성에 대해선 선뜻 단정짓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편, 이부진 사장 입장에선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과의 경쟁 구도가 불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건희 회장 등 과거 삼성의 권력 승계과정에 빗대어 그룹의 후계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의 지분도 여전히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은 상태다. 삼성과 이 부회장을 정조준한 특검 수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