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벌 오너들 주로 참석…얽히고설킨 한중관계 해법 모색 관심 집중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포럼’은 경제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2001년 시작됐다. 매년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은 중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외교무대로 평가받고 있으며 과거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이 기조연설을 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다. 중국에서는 보아오포럼을 통해 향후 정권과 주요 인물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5년 보아오포럼 당시 행사 모습. 일요신문DB
중국 고위 인사뿐 아니라 포춘 500대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보아오포럼에는 자연스럽게 경제외교를 할 수 있는 장이 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직면한 미래’를 주제로 지난 23~26일 열린 2017년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재계 인사는 1600여 명이다.
재계에서는 올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내 기업 총수들이 검찰 조사와 출국금지 등의 이유로 대거 불참하면서 사드로 경색된 한중관계와 소원해진 경제협력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어 안타깝다고 아쉬워한다. 특히 보아오포럼 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3년 연속 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각 구치소 수감, 출국금지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보아오포럼 참석에 의미를 두는 재계 관계자가 적지 않다. 중국 정·재계 고위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인 데다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중국 내 인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전문경영인보다 오너 일가가 직접 참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대기업 중 보아오포럼에 특히 공을 들인 곳은 SK그룹이다. SK그룹과 보아오포럼의 관계는 꽤 돈독하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02년 포럼의 창립멤버이자 이사로 활동해왔고, 최태원 회장은 2005년부터 포럼에 참석해왔다. 최 회장은 2007년 보아오포럼 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돼 2013년까지 활동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후임 이사로 추천했다.
최 회장이 보아오포럼에 특히 신경 쓴 배경에는 중국에 ‘제2의 SK’를 세우겠다는 목표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사업에 보탬이 되기 위해 보아오포럼을 통해 중국 내 인맥을 쌓는 데 애써왔다는 것이 재계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중국 인맥을 쌓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왔다”며 “지금까지 SK그룹의 중국사업은 최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올해 보아오포럼에는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최 회장 대신 유정준 SK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이 참석했다. 그러나 최 회장과 비교하면 위상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중국은 최소 6년 이상 관계를 맺지 않으면 협력관계가 되기 어렵다”며 “그룹의 2인자가 참석하더라도 중국 인사들과 관계를 맺어온 최 회장을 대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 정·관계 및 재계 관계자가 대거 참석하는 이번 포럼에 최 회장이 불참해 SK로서는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그룹도 이재용 부회장 대신 다른 사람이 참석했지만 보아오포럼의 이사인 이 부회장의 빈 자리를 완벽히 메울 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