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요신문] 하호선 기자 = 경성대(총장 송수건)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한문학전공·교육학과·정치외교학전공·무용학과 등 4개 학과 및 전공 폐지를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성대 대학평의원회는 지난 23일 4개 학과 및 전공의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학칙개정안을 검토하고 원안대로 심의를 종결했다.
이후 폐지를 반대하는 학생·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각 학과 대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 다시 한 번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8일 오후 2시 경성대 29호관에서 열기로 한 대학평의원회가 각 학과 대표 등 회의 참석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이 학교 측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회의장 건물에 난입함으로써 정상적 진행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과격인사들에 의해 학교 기물이 파손되고 만류하는 교직원이 폭행을 당하는 불상사도 있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회의 개최가 무산된 직후, 총학생회 대표와 원래 참석하기로 한 각 학과 학생·학부모 대표들은 폭력사태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일임을 밝혔다.
그리고 제3의 장소에서라도 회의를 개최해 원래 예정된 대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학평의원회가 이 요청을 수락했고, 결국 저녁 늦게 외부에서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3개 학과 대표들은 한 시간 이상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했고, 평의원들은 상당시간의 논의 끝에 원안대로 심의를 종결한 후 그 결과를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이후 경성대 학칙개정은 29일 총장 승인을 거쳐 확정 공고됐다.
경성대의 이번 폐지 조치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가 사회가 직면한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심각한 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알려진 바처럼, 출산율 감소로 인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온 대학진학자 수가 2018년에는 대학 입학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 이후의 감소는 그야말로 ‘절벽’이란 단어를 연상할 만큼 더욱 급격해 2015년 53만 명이었던 대학진학자가 2023년이면 40만 명으로 격감하게 된다.
이를 단순하게 해석하면, 향후 수년 안에 전국 대학의 약 1/4이 사라지거나 각 대학의 학과들의 1/4이 문을 닫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닥치리라는 것은 인구통계상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실이라 각 대학은 존립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경성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2011년 ‘학과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매년 10개 항목의 지표를 종합한 평가에서 하위 15% 범위에 속한 학과에 대해서는 적절한 자구책을 주문하고, 2년 연속 위험군에 속한 학과의 정원조정 권한을 본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특히 이는 특정학과의 입시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을 때, 사회적 수요가 크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선제적으로 정원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평가에서 ‘취업률’과 ‘중도탈락률’, ‘연구비수혜실적’, ‘연구실적’ 지표의 순위는, 교내 타 학과와 비교한 성적보다 타 대학 유사학과와 비교한 성적에 훨씬 더 큰 가중치(교내 30 : 교외 70)를 부여해 산출된다.
때문에 인문예술계열이 상경계열이나 공학계열에 비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대학 측의 입장이다.
폐지되는 4개 학과 및 전공의 사유가 모두 동일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조치는 이처럼 사전 합의되고 공지된 원칙을 근간으로 시행된 것이다.
이 조치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경성대는 해당학과 전체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의 불가피성과 판단 기준, 그리고 향후 조치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그리고 교수, 학생 대표, 동문, 학부모 등 관련자들과의 여러 차례 회의에서 의견을 듣고 고민을 나눴다.
경성대 권융 기획부총장은 “그간 해당학과의 인재양성에 매진해오신 교수님들과 더 이상 후배를 받을 수 없게 된 재학생 및 동문, 그리고 학부모님들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대학 본부도 이것이 정말 피할 수 없는 길인지 오랫동안 깊이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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