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료의 성기를 빨고 있는 이라크 포로들. 미 CBS 방영 | ||
1년 전만 하더라도 미군을 ‘해방군’으로 반기며 환호하던 이라크인들이 이제는 미군을 잔혹한 ‘점령군’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아예 “후세인이 그립다”고 말할 정도니 전쟁 후 미군의 만행이 얼마나 잔혹했는지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듯싶다. 또한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최근 불거진 미군의 포로 학대 소식을 듣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고 있다. “올 것이 오고야 만 것뿐인데 뭘 그리 놀라는가”란 이라크인들의 냉소적인 반응처럼 미군의 혐오스러운 성고문과 학대는 전쟁 직후 계속해서 자행되어 왔다는 것이 이라크 포로들의 증언이다.
현재 합법적인 재판은커녕 변호사조차 대지 못한 채 이라크 내 미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이라크 포로들은 대략 8천 명. 미군은 이들 대부분이 연합군에 대한 공격에 가담 또는 관여했거나 테러범, 혹은 후세인 정권의 고위 간부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군의 이런 주장과 달리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석방된 이라크인들이나 포로의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미군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죄 없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체포해가고 있다. 일단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무조건 잡아가고 본다”는 것.
이렇게 잡혀간 사람들은 심한 고문과 학대를 받다가 더 이상 밝혀낼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혐의로 다시 풀려 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역시 극히 드물다는 것이 한 경험자의 증언이다.
또한 미군당국은 사건이 불거지자 “야만적인 행동은 일부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며,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미군은 20명 이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각종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포로들의 생생한 증언은 이와는 상반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군들이 학대에 참가하고 있고, 이라크 전역의 교도소에서 비일비재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사진 중 미군 여성이 손가락으로 포로의 성기를 가리키며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한 하이더 사바르 아브드(34)의 증언은 이런 주장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진 속의 학대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한 그는 “몸에 난 작은 흉터를 보고 사진 속의 포로가 난 줄 알아봤다”며 “고문 중 가장 수치스러웠던 것은 알몸으로 당한 성적인 굴욕감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택시 운전사였던 그가 미군에 의해 잡혀갔던 것은 지난해 6월. 전직 군인이라는 이유로 미군의 검문 과정에서 억울하게 붙잡힌 그는 9월경 문제의 성고문이 자행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로 이감되었다. 그후 11월경 수감자들 간에 싸움이 벌어지자 주동자로 지목된 그를 포함한 7명이 특별감방으로 보내졌고, 여기에서 그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을 했다.
머리에는 두건을 쓴 채 2시간 동안 50대 정도를 쉼없이 구타당하는가 하면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등 가혹한 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이런 폭력보다 더욱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성고문이었다. 벌거벗겨진 채 10일 동안 밤마다 진행된 성고문은 무슬림인 그에게는 가장 괴로운 순간이었다. 현장에 있던 3명의 미군 남성과 2명의 미군 여성은 7명의 포로들 모두에게 벌거벗으라고 명령한 후 서로의 성기를 입으로 빨도록 강요했다. 또한 아브드는 “미군들이 나를 벽에 붙여 세우고는 자위를 하라고 명령했다. 내 앞에는 여군이 한 명 서있었고, 그 여군은 자신의 가슴을 더듬으며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 <데일리 미러> 5월1일자 표지로 포로 얼굴에 오줌을 발사하는 영국 병사. | ||
뿐만 아니라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알몸으로 피라미드를 쌓도록 한 후 사진을 찍거나 목에 줄을 맨 후 끌고 다니면서 “내가 휘파람을 불면 멍멍 짖으라”는 명령도 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당시 학대를 주도했던 ‘조이너’라는 별명의 찰스 그레이너 교도관은 이미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에서 가정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전 부인에 의해 세 차례에 걸쳐 기소된 바 있었으며, 그의 약혼녀이자 사진 속의 미군 여성인 린디 잉글랜드는 현재 임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뉴요커> <가디언> 등을 통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참혹한 실상을 증언한 아부 살렘(41)은 지난 8월부터 2월까지 6개월 동안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인터뷰를 통해 낱낱이 털어 놓았다. 그는 “지난 1월 국제적십자사가 교도소를 방문하기 하루 전날 밤 미군들이 수감자 전원에게 새 옷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는 만일 적십자 사람들에게 교도소의 행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경우 평생 감옥살이를 시키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고문이 일부 미군의 소행이라는 주장은 모두 거짓이다. 대다수의 미군들이 여기에 가담했고, 학대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변호사인 무와파크 사미 압바스는 지난 3월 한밤중에 집으로 쳐들어온 미군들에 의해 교도소로 붙잡혀 갔다.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검은 색 두건을 쓴 채 9일 동안 심문을 받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고 증언했으며, 그때 손목에 채워져 있던 플라스틱 수갑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멍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피커를 통해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랩 음악 때문에 단 1분도 제대로 쉴 수 없었노라며 당시의 악몽을 떠올렸다.
10대 청년인 압둘라 모하메드 압둘라자크(19)는 6개월 동안 이라크 전역의 수용소를 떠돌아다니며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새벽 무렵 집안으로 들이닥친 미군에 의해 연행된 그의 체포 사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로켓 추진 수류탄 발사기를 갖고 있는 단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현재 미군 구금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우다이 후세인의 거주지였던 아드하미야 궁으로 잡혀간 그는 그곳에서 미군과 쿠웨이트 복장을 한 사람들로부터 대량 살상무기 위치와 후세인의 행방, 그리고 반란군의 위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3일 동안 전기 고문을 당하고 알몸으로 의자에 묶인 채 심문을 당했던 그는 결국 육체적 스트레스와 굶주림,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으며, 며칠 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로 이송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40명의 이라크인 포로와 함께 한 텐트에서 생활했으며, 일주일에 단 1ℓ의 물과 하루 한 끼 식사로 연명했다. 또한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일주일에 단 한 번 샤워가 허락되었으며, 거의 2주마다 혹독한 심문을 당했다. 그래도 그는 나은 편이었다. 말을 듣지 않는 일부 포로들은 군용견들의 우리인 컨테이너에 수감되어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서 개들과 함께 몇날 며칠을 생활해야 했다.
▲ 워싱턴포스트 | ||
교도소 내의 학대와 고문에 대한 소문은 비단 출소자들의 증언뿐만 아니라 구금되어 있는 이라크인들의 가족을 통해서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아들, 남편 또는 딸이 석방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매일 아침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가족들은 면회를 통해 주워들은 교도소 내의 가혹 행위를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전달했다.
히얌 압바스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 하산이 지난 11월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온 미군에 의해 잡혀간 후 여태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두 달 전 단 한 차례 면회가 허용되었는데 그때 아들로부터 들은 몇 마디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때 아들은 ‘엄마, 미군들이 제 옷을 벗겼어요. 하루종일 벌거벗은 채로 지내야 해요. 개들을 풀어 놓고 우리들 항문에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게 해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 전선으로 마구 때리기도 한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면회 중에는 미군이 바짝 붙어 있어서 더 이상의 대화는 용납되지 않았으며, 미군의 눈치를 살피던 아들은 흐느껴 울기만 했다. 압바스는 “미군들은 쓰레기 같은 놈들이다. 후세인이 우리를 억압했지만 미군보단 나았다”며 가슴을 쳤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수감된 포로는 이처럼 젊은 사람이나 저항군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저항군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웃집 사람에 의해 미군에 신고되어 4개월째 수감중인 콰타 알 살림의 경우에는 70세의 고령으로 심장병까지 앓고 있는 환자다. 사마라의 유명한 이슬람교주이기도 한 그는 교도소에 수감된 직후 12시간 동안 서 있도록 강요당했다.
이와 같은 미군의 포로 학대 소문을 전해 들은 대다수의 이라크인들이 미군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제 미군을 ‘구세주’라고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반기는 이라크인들은 거의 드물다.
엔지니어인 아부 하셈은 “미군의 학대 소식을 듣고 별로 놀랄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그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폭로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이미 몇 달 전부터 이라크 전역에서는 미군 수용소에 감금된 이라크인들이 잔혹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번 사건은 그저 우리가 소문으로만 듣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라며 비아냥거렸다.
은퇴한 교사인 카림 하산 역시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군들이 이라크인들을 고문하고 있다는 소문이 이미 오래 전부터 떠돌고 있었다. 여성 수감자들이 미군에 의해 강간당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이로써 코너에 몰린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를 하는 등 사태 수습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미 터져 버린 강둑을 막을 재간은 없어 보이는 듯하다. 과연 부시 행정부는 이쯤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용감한 후퇴’를 할 것인가. 전세계의 눈과 귀가 현재 워싱턴의 현명한 결단에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