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박수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친하다” 법정 진술 논란
‘박수환 게이트’ 칼날 박삼구 회장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연합뉴스
급기야 정치권과 언론의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등 사태는 확전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메가톤급 게이트인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해당 사건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이번엔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 중심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조사에서 박삼구 회장이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를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회장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주선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내용은 10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열린 박수환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공개했다.
검찰은 올 2월 1심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자 증거 보강을 위해 박 회장을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09년 3월 경영난을 겪던 금호 측에 재무구조개선약정 업무협약(MOU)을 맺겠다고 통보했다. MOU 체결은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의미로 박 회장은 MOU 체결 과정에서 산업은행 고위인사를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송 전 주필로부터 당시 박 전 대표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친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으며, 금호 측이 같은 해 4월 뉴스컴과 수십억 대(33억 원 가량) 홍보계약을 맺은 것은 로비 목적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뉴스컴과 금호아시아나의 홍보계약은 정당한 계약으로 보고 박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는바가 없다며,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6월 산업은행과 금호그룹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약정체결 전후 무렵에 박 전 대표가 대표로 있던 뉴스컴과 금호아시아나는 수십억대의 홍보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금호타이어 등 금호 측의 핵심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 측에 금호산업 경영권 및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건을 부여한다. 이에 박 회장과 민 전 행장의 이면계약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금호그룹이 2009년~2011년간 자금난 및 유동성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로비로 박 전 대표의 뉴스컴과 30억 원대의 홍보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환게이트’는 박 전 대표가 민 전 행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대우조선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대가로 대우조선으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긴 사건이다. 검찰은 박 전 대표가 법조계와 현직 고위관료, 유력 언론인 등 관계를 통해 효성과 금호아시아나 등 재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 측은 ‘박수환 게이트’에 박삼구 회장이 언급되는 것조차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중국의 더블스타 매각에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상황에서 MB정권부터 이어진 비리 의혹에 개입된 정황이 들어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정부가 사드 보복 여파에 따른 악화된 한중 관계를 타계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박 회장 입장에선 ‘박수환 게이트’가 재조명되는 게 달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