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기업들 성장…“코리아 디스카운트 떨쳐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을 치른 지난 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외환딜링룸.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초반 급등세를 보이다 하락 반전, 전날보다 22.64포인트 떨어진 채 마감했다. 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기존의 순환출자 해소 추진 ▲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 도입 추진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엄정 처벌 및 사면권 제한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후려치기 같은 재벌의 갑질 횡포 엄벌 ▲금산분리로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계열사 지분 매각, 지주사 주목
우선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순환출자 해소다. 삼성, 현대차, 롯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롯데는 지주사 전환 작업에 돌입했지만, 삼성과 현대차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더라도 순환출자 해소 작업은 진행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는 계열사 간 지분거래가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무수익 자산이던 계열사 지분이 유동화될 수 있다. 이 경우 그만큼 자기자본수익률(ROE) 개선 가능성이 커져 주가에 긍정적이다. 또 지배구조 상위 또는 지주사 지분의 경우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총수가 직접 지배하는 회사는 배당성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역시 ROE 개선 요인이다. 지주사 기업 가치가 제고된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국회 밖에서 기다리는 국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를 강조하며 취임 직후부터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인 상법개정안(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기존 순환출자 해소, 자사주 의결권 행사 금지 등) 등에 대한 법안처리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투표제 도입과 함께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등이 시행되면 그동안 주가에서 배제됐던 일반주주 지분의 ‘경영권 가치’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지분가치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가 상승할 것이며, 그룹 전체적으로 순기능이 발생하면 궁극적으로는 지주회사 기업가치 상승에 일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 받은 기업 한계 드러날 듯
일감몰아주기 처벌 강화는 현대차, 한화, 한진, 현대백화점 등이 해당된다. 총수 일가 개인 회사에 회사 관련 또는 회사에서 파생되는 일감을 몰아준 경우다. 일단 현행법상 규제는 피하고 있지만 새 정부에서 규제와 처벌이 더 강화된다면 해소가 불가피하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해소 과정에서 총수 일가 개인회사의 지분을 누가 인수하느냐다. 계열사가 동원된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의 재계 관계자는 “총수 가족회사라 그룹 일감을 주고 값도 후하게 쳐줬는데, 일반 계열사로 주주가 바뀌면 굳이 후한 값을 치를 이유가 없다”며 “기업가치가 지금처럼 높지 못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금산분리 강화, 금융사에는 득
금산분리 강화도 삼성, 현대차, 한화에는 중요한 현안이다. 삼성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현대차는 알짜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처리가 과제다. 정몽구 회장의 둘째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에 이어 현대캐피탈 경영권까지 거머쥘지가 관심이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에서 소비자금융그룹이 하나 독립하는 셈이 된다.
한화도 한화생명 지분 처리 과제가 남는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김승연 회장이나 세 아들이 직접 한화생명을 지배해야 한다. 금산분리로 금융계열사들이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다면 주가에 긍정적이다. 비유동자산의 유동화 효과 때문이다.
#국민연금, 투명경영 감시자 된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변화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다. 대부분 국내 대기업의 대주주에 올라 있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마크 모비우스(Mark Mobius)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한국에서 재벌개혁이 이뤄지면 기업지배구조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한국 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며 “재벌시스템이 약화하면 소규모 기업이 재벌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에서 이런 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
코스피 추가 상승 키는 외국인 코스피가 2300선에 닿으며 ‘장밋빛 전망’을 선호하는 증권사들은 추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을 하지만, 개인들은 이달 들어 차익매물을 내놓고 있다. 과연 더 오를까. 해답은 외국인에 있다. 올해도 외국인은 7조 원가량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해는 10조 원 정도를 순매수했다. 2000년 이후 누적 순매수 규모에서 올해 들어 기관을 앞서기 시작했다. 기관은 매도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매도물량이 많지 않다. 2009~2011년 시장 상승기에 국내 기관 매도물량이 급증했던 반면 이번에는 매도물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연기금은 계속 주식을 매수하는 주체다. 기관 매도는 주식형펀드 설정액 축소와 관련이 깊지만 이미 설정 규모가 많이 쪼그라들어 앞으로 더 줄어들 여지도 크지 않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지수와 코스피200 지수가 고점을 넘어선 것은 의미가 크다. 대형주 80%가량이 수출주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해 외국인은 한국시장을 통해 매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수는 주로 비차익거래와 개별주식 매수로 구분된다. 비차익거래란 코스피는 15개 이상, 코스닥은 10개 이상의 종목을 묶음으로(바스켓) 매매하는 형태다.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흐름에 연동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현물매매에서 비차익거래를 제외한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흐름과 일치하는데 최근 상승 흐름의 핵심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2005년 코스피 1000 돌파 때부터 2007년 2000을 넘어설 때까지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힘이 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는 외국인이 반등을 주도해왔다. 외국인 순매수 추이는 코스피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외국인 순매수세 지속 여부가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인 셈이다. 미국의 경기개선, 프랑스의 유로존 잔류 등이 글로벌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작업이 한국 증시의 가치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까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최근 외국인 순매수 종목을 보면 반도체 및 가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낙폭 과대와 턴어라운드 기대가 겹친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현대모비스, 그리고 내수시장 장악력이 높은 네이버와 은행지주 등이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