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유해성 조사 올해말 발표…‘승승장구’ 안용찬 부회장 행보 발목 잡힐 수도
애경 가습기메이트(위)와 이마트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 포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애경산업은 지난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SK케미칼이 제조한 염화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의 총판을 맡아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메이트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주원료로 하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옥시 싹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가습기살균제다.
애경산업은 이 제품을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란 이름으로 이마트에 PB(자사상표) 상품으로 공급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참사넷 등은 현재까지 애경 상품을 사용한 사망자가 39명, 이마트 상품을 사용하다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한다. 애경은 165만 개를 팔았고 이마트는 35만 개를 팔았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11월 동물실험을 통해 PHMG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 폐 섬유화를 일으킨다고 결론지었다. 질병관리본부는 CMIT와 MIT에 대해 폐 섬유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3사는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에서 제외됐고 공식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CMIT와 MIT는 지난 1990년대 말 미국 환경보호국(EPA)을 비롯해 유럽연합 등에서 유해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환경부는 질병관리본부와 달리 CMIT와 MIT 위해성 심사 결과 독성을 확인해 2012년 9월 유독물로 지정했다.
가습기참사넷 등에 따르면 CMIT와 MIT 원료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들도 간질성 폐질환, 심장질환, 내분비 등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가능성 낮음’과 ‘가능성 거의 없음’이라는 3, 4등급으로 분류해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검찰도 사건 발생 4년이 넘은 2016년 1월에야 전담수사팀을 꾸렸지만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PHMG와 PGH를 원료로 하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롯데마트 PB제품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4개 제품에 대해 폐손상을 유발했다고 잠정 결론짓고 관계자들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CMIT와 MIT 원료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인체 유해성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실험은 단기간에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식이었다. 우리 부는 안전성평가연구소에 의뢰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신중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CMIT와 MIT에 대한 조사는 올해 말 완료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과학적인 독성 실험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부가 CMIT와 MIT의 원료의 가습기살균 사용 시 폐 손상 등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결론 낼 경우 제조사와 판매사들은 검찰의 수사와 공정위의 조사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존중하며 특별법 분담금 협의 관련 조사 등의 절차에 현재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다”라고 해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결과를 기다릴 뿐 현재로선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관련 업체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한 기금을 조성할 예정인데 우리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애경 관계자는 “환경부의 조사 결과가 빠른 시간 내에 발표되기를 희망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판매사인 당사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업체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가습기메이트 총판 계약서에 제품에 문제 발생 시 제조사가 책임을 진다는 조문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사가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제조사도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판매사가 먼저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고 덧붙였다.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사진=애경 홈페이지
장영신 회장은 고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와 사이에 3남 1녀를 두었는데 외동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 안 부회장이다. 장 회장의 장남으로 2006년부터 그룹을 이끄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을 제외하면 안 부회장은 차남 채동석 부회장(유통·부동산개발부문)과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에 비해 월등한 경영실적을 올려 ‘아들보다 나은 사위’로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안 부회장은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생활항공부문을 2006년 12월부터 총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제주항공 대표를 겸임하는 그는 회사의 2015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주도했다. 아울러 애경산업 사내이사를 겸임하면서 부인 채 부사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을 올해 상반기 내 기업공개(IPO·상장)에 나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제주항공은 2014년 5106억 원, 2015년 6080억 원, 2016년 7476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이 기간 1400억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애경산업 역시 같은 기간 매출 1000억 원이 늘어났고 1440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처럼 잘나가던 안용찬 부회장이 애경산업 상장 무기한 보류라는 장애물에 부딪혔다. 여러 요인들이 얽혀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강화, 재발 방지 등을 거듭 천명해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애경 관계자는 “증시 상장은 기업 안팎의 여건이 최적에 도달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요인만으로 애경산업의 IPO시기가 연기됐다고 할 수 없다”며 “탄핵, 조기 대선 등으로 인한 정국 혼란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여려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여건이 좋아지면 언제든 IPO를 바로 시도할 계획이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안 부회장에 대한 지적은 적절치 않다”며 “장 회장의 차남과 삼남이 경영하는 유통·부동산개발부문 업종은 어느 기업이 운영해도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 경기가 좋을 경우 즉각 반등하는 업종으로 알고 있다”고 보탰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
※이 기사는 축약본으로, 비즈한국 홈페이지(가습기 살균제 ‘태풍의 눈’ 애경그룹 속으로)에 가시면 더욱 자세한 스토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