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고 화재경보기 오작동’ 2년간 방치 부글부글
LH 강남힐스테이트가 소방안전시설 문제 등 부실시공과 갑질 관리 의혹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된 자곡동 LH 강남힐스테이트가 주민들과의 갈등에 휩싸였다. 장마철이면 물이 새기 일쑤이고 화재가 발생해도 경보기조차 울리지 않는 등 주민들의 안전 위협과 불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갑질 관리에 부실시공 의혹까지 불거져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시행사인 LH대한주택공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리업체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2년 동안 겪었을 입주민들의 불편은 뒤로한 채 ‘책임 떠넘기기’ 공방으로 확전되면서 오히려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LH 강남힐스테이트의 입주민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여전히 불만의 글로 가득차 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봤다.
자곡동 LH 강남힐스테이트는 2009년부터 야심차게 진행한 보금자리주택으로 2015년 6월 완공돼 1300여 세대가 입주했다.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동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타원형의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강남권에 입지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이 사업은 6500여 가구 규모의 강남보금자리지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LH는 이곳에서 단순히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거생활 양식을 도입하고, 서민층 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명품 주거단지를 선보이고자 했다. 집이라는 것이 투자나 성공 후에 따라오는 대가가 아니라 좋은 집에 사는 것이 사회적 성공과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밑바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건물의 독특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LH 강남힐스테이트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설계를 도입한 만큼 기능적으로는 불편한 측면에 대한 지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사지에 위치해 있어 단지 내 계단이 많고 단지 중앙에 위치한 중정으로 인해 소음이 심하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전기 등 배선·배관 관리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이는 곧 현실이 됐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의 한계였는지, 입주 후 줄곧 각종 민원이 쏟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LH와 관리업체인 A 사가 공사하자 등 입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하거나 지연 조치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선이 빠져 있는 소방중계기선의 모습
LH와 A 사는 경보기 오작동 사례는 인정 하면서도 화재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방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소방 관련 화재안전기준법 위반이라고 잘라 말했다. 화재안전을 위한 음향장치 및 시각경보장치는 유효하게 경보를 발할 수 있도록 시설 설치와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과거에도 경보기 오작동으로 특정 구역이 아닌 건물 전체가 시끄럽게 경보음이 울려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구역으로 나눠져야 할 경보장치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이유다.
LH와 A 사는 장마철 등 비가 많이 오면 경보 감지기 등의 오작동이 발생하는 것은 다반사란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방수감지기 등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가격차와 시공 당시 기준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감지기만 교체하면 될 것이란 뉘앙스이지만, 이마저도 1년 넘게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주민들은 현재까지 아파트의 감지기 등 문제가 된 소방안전시설은 방치돼 있어 자칫 인명 피해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불안감에 노출된 상태다.
주민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타원형 건물은 주거물로 현실성이 떨어지고 배선 배관, 창호, 도화장치 등 결로 현상으로 인한 문제가 최근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런 하자들이 다른 건설사들이 지은 다른 단지에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인데도 비가 오면 지하주차장과 건물 곳곳이 침수되는 것은 다반사였다. 또 거리등에 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아파트 출입구에서 주민이 다치는 등 소란이 계속되는데도 개선은커녕 관리 책임인 A 사 관계자와 주민 간에 폭행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LH와 A 사가 주민 안전과 불편을 뒤로한 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가장 화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LH 측은 “건축디자인 대상을 받은 우수한 아파트”라며 “입주 전 이미 시설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다만, 대부분의 아파트가 입주 후 상당기간 하자 보수가 이뤄진다”고 해명했다. A 사 측 관계자는 “이만한 하자가 없는 아파트가 어딨냐”며 오히려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 사사건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LH 강남힐스테이트 입주민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만글들.
건물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관리 소홀 의혹에 대해선 제기된 대부분의 민원을 해결했는데 일부 주민이나 관계자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6월 LH 측은 A 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 등을 불러 대책회의를 가졌다. LH 측은 주민들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고 해결하는 게 당연한 처사라고 본지에 해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LH가 주민들의 원성을 감안해 책임 있는 사과와 관리업체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관리업체의 재계약이 다가오는 시점에 LH가 사태해결에 나선 점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를 두고 LH 일부 관계자와 A 사 간의 암묵적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당초 LH가 부실시공을 한 것은 아닌지 등 각종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보수를 위해 업체들에 의뢰했을 때 이들은 건물자체 하자로 일부분만 보수해선 안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소방시설의 경우 보수 조치를 완료하겠다고 강조했지만, A 사 조차 LH 측이 밝힌 기간까지 보수 완료가 힘들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이어온 하자보수가 단 몇 달 만에 완료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그동안 임대아파트, 반값아파트 입주민이란 꼬리표로 관리업체나 LH가 자신들을 무시한 처사에 이번만은 조용히 넘어갈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