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선발 구축돼 PS 선발 장담 못해…매 등판마다 시험대 오르는 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다저스가 다르빗슈 합류 이후 류현진을 어떤 카드로 활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류현진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측 관계자와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인터뷰를 토대로 류현진의 남은 시즌을 예상해본다.
# 류현진 트레이드 소문과 진실
7월 25일 미 유력지인 <뉴욕포스트>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선발 투수 보강을 꾀하는 LA 다저스의 상황에 포커스를 맞췄다.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에이스급 보강을 위해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의 다르빗슈 유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저스핀 벌랜더, 소니 그레이(현 뉴욕 양키스) 등을 놓고 다저스가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내용의 요지였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다르빗슈 유를 영입한 다저스가 류현진을 어떤 카드로 활용할지 관심을 모은다.
그중 저스틴 벌랜더를 두고 시카고 컵스와 다저스가 트레이드 경쟁에 나섰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뉴욕포스트>는 트레이드 파트너인 디트로이트가 스캇 카즈미어나 류현진과 같은 선발들의 연봉 보조와 함께 다저스 유망주를 내준다면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저스가 빅스타 급의 선발투수를 데려오려면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는 류현진이 트레이드 패키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많다는 소문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이 모든 ‘설’은 다르빗슈 유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설’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 소문의 배경이 궁금했다. 기자는 류현진 에이전트 보라스 코퍼레이션 관계자인 A 씨에게 류현진의 트레이드 루머의 진실에 대해 물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레이드 관련 얘기가 오간 적은 있지만 실제로 진행된 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5월 말 즈음 류현진이 불펜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물론 한 차례 불펜으로 나와 좋은 내용으로 경기 마무리까지 끝냈지만 그 불펜행을 앞두고 구단과 논의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트레이드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선수 입장에선 선발로 계속 뛰고 싶고, 구단에서 선발로 나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트레이드 시켜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부분은 에이전트 측에서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고 거기서 끝을 맺었다. 선수가 구단의 방침에 서운해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이성적인 메시지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류현진의 트레이드는 수면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류현진 관련 루머는 끊이질 않았다. A 씨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7월 30일 선발 등판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에서 류현진이 보인 호투로 인해 더 이상 트레이드 관련 내용은 나올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호투가 다저스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었다.
“그 경기는 올 시즌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들 중 최고의 피칭이었다. 공교롭게 트레이드 데드라인 하루 전에 던진 경기에서 최고의 피칭을 한 것이다. 더욱이 커쇼가 허리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고 다른 선발 투수들의 상태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 류현진의 트레이드 루머는 루머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드가 되려면 구단과 에이전트가 긴밀한 대화를 거듭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수긍을 하게 되면 선수한테 의견이 전달되고 선수의 판단에 따라 에이전트는 구단에 선수의 의사를 전한다. 따라서 에이전트가 모르는 트레이드는 있을 수 없는 것. 즉, 류현진 관련된 내용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제기됐을 뿐 실제 물밑에서 움직인 부분이 전혀 없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 다르빗슈의 합류, 류현진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난 3일, LA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 애틀랜타 선트러스트 파크에 나타난 다르빗슈 유를 보고 크게 반색했다. 이미 구단에서 다르빗슈 유의 영입을 발표했고, 로버츠 감독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실제 다르빗슈 유를 본 로버츠 감독은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정말 좋아했다. 다르빗슈의 다저스행은 일반 투수의 영입과는 차원이 다른 부분이었다. 다른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선수를 데려온 것이고,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수 있는 뛰어난 투수의 영입이었기 때문에 감독으로선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다르빗슈 유. 사진= 다르빗슈 유 페이스북
흥미로운 건 다르빗슈의 등장이 다른 투수들에게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마에다 겐타는 2일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0승째(4패)를 챙겼다. 올 시즌 마에다의 최고 피칭이었다. 이번 시즌 17경기에 선발로 나온 마에다는 이날 전까지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단 3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지난 6월 28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7회까지 4피안타 6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애틀랜타를 상대로는 단 2안타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오는 7일 뉴욕 메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하게 되는 류현진으로선 더욱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마에다와 구단 내 경쟁을 벌이는 그로선 메츠 경기에서 이전 샌프란시스코 경기에서 보인 것 이상의 투구를 펼쳐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메츠전에서 선발 투수로서 퀄리티스타트를 이끌지 못하고 실점이 늘어난다면 류현진의 입지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다르빗슈의 영입, 마에다의 호투가 류현진한테는 경쟁이란 정글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부상 중인 커쇼가 돌아온다면 다르빗슈와 알렉스 우드가 다저스의 1~3선발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나머지 자리는 마에다와 류현진, 리치 힐, 브랜든 맥카시의 다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류현진은 남은 등판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 포스트시즌에서 류현진의 활용도는?
송재우 해설위원은 포스트시즌 체제에서 다저스는 선발 로테이션을 3선발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전 3선승제로 치르는 디비전시리즈에선 커쇼, 다르빗슈, 우드가, 7전 4선승제로 열리는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에선 류현진에게 한 차례 정도의 선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류현진이 수술하기 전에는 포스트시즌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다르빗슈의 합류로 지금은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로버츠 감독의 특성상 3선발 체제로 운영하되 형식적으로 4선발로 돌리며 4선발은 두 명의 선발 투수를 짧게 쓰고 교체할 수도 있다. 정규리그 동안 류현진이 남은 경기에서 얼마나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커쇼가 복귀하기 전까지 건강함과 꾸준함을 증명해야 한다. 한 경기 반짝 잘 던지고, 다음 경기에서 흔들리면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류현진으로선 남은 등판마다 시험대에 오르는 거나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다저스는 총력을 기울일 게 분명하고, 이런 팀 상황은 류현진에게 배려와 여유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 점이 류현진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할 따름이다.”
송 위원은 다르빗슈가 다저스의 기존 포수들, 즉 야스마니 그랜달과 오스틴 반스와 어떤 호흡을 보이느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호흡을 맞춘 게 아니라 시즌 후반기 들어 새로운 투수와 포수가 만난다는 건 어려운 문제이다. 남은 정규시즌 동안 다르빗슈가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서너 차례밖에 없을 텐데 그 시간 동안 포수랑 완벽한 호흡을 보이는 건 불가능하다. 이 점이 포스트시즌 돌입 후 다르빗슈의 숙제로 떠오를 수가 있다.”
# 다르빗슈 카드는 다저스한테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다르빗슈는 7월 27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10실점하고 시즌 9패째(6승)를 당했다. 10실점은 다르빗슈의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다. 다르빗슈라는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기였는데 이를 두고 메이저리그 현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송재우 위원은 “다르빗슈가 트레이드설에 휘말리면서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했던 것 같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몸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텍사스와 재계약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했거나 계속되는 트레이드 루머로 마인드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였다. 몸에 이상이 없고, 자신의 공을 믿고 투구한다면 다저스에선 텍사스 때와는 다른 구위를 선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다저스는 커쇼가 복귀할 때까지 다르빗슈를 믿고 갈 수밖에 없다. 텍사스에선 받아 보지 못한 극진한 대우가 다르빗슈한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향방은 다르빗슈한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추신수 트레이드 소문 돈 까닭? 구단 물밑작업 안해…완전 ‘뜬금포’ MLB의 트레이드 마감이 정리된 가운데 지난 1일 텍사스 지역방송 매체 <WFAA>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트레이드 마감시한 직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대형 트레이드를 진행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면서 ‘레인저스의 추신수, 조너단 루크로이와 몇몇 유망주들을 묶어 시고 화이트삭스에 내주고 멜키 카브레라, 토미 케일, 베르나르도 플로레스를 받는 트레이드를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 매체에선 추신수의 높은 몸값이 트레이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면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입장에선 추신수 영입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7년 간 1억 4000만 달러(약 1574억 3000만 원)에 텍사스와 계약을 맺은 추신수의 연봉은 약 2000만 달러(약 225억 원)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반응 여부보다는 텍사스에서 추신수를 트레이드 대상에 올려놓았다는 게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추신수 보라스 코퍼레이션 관계자 A 씨는 “구단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우리로선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에이전트한테 추신수 관련해서 텍사스 구단이 문의를 해온 적이 없었다”면서 “추신수 트레이드 소문이야말로 완전 뜬금포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이사도 “금시초문인 내용이다. 텍사스에서 올 시즌 잘하고 있는 추신수를 왜, 굳이 트레이드시키려고 하겠느냐. 설령 트레이드시키려 한다 해도 추신수를 데려갈 만큼 재정적인 여유가 많은 팀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한 지역 매체에서 소문으로 나돌던 내용을 정리한 기사가 한국 미디어에 소개됐고, 이 기사는 ‘추신수 트레이드’로 여러 매체에서 기사로 다뤄졌다. 추신수로선 다소 황당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추신수는 8월 4일 현재 98경기에 나서 타율 0.257(358타수 92안타) 14홈런 51타점 62득점, 출루율 0.371을 기록 중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