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나사렛대학교 전경.
[천안=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부정입학’ 파문에 휩싸인 천안 나사렛대가 지시를 받고 성적을 조작한 무기계약 직원은 해임한 반면 정작 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교수에게는 아무런 징계없이 직위해제 조차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 나사렛대 등에 따르면 재활자립학과 A교수와 이 학과 전 사무원 B씨(무기계약직)는 지난 5월 정시모집과정 중 부정입학을 도운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8월18일자 천안 나사렛대, 부정입학시키려 성적조작 ‘파문’).
나사렛대는 지난해 10월 B씨가 수시모집 선발에 지원자들의 성적을 조작했다는 내부 신고에 따라 학교 자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
특조위의 조사에서 B씨는 성적 조작을 시인했으며 A교수의 지시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A교수는 지시는 없었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조사가 끝난 후 나사렛대는 지난해 11월 B씨를 대기발령 조치시키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자 올 7월 B씨를 해임했다.
그러나 A교수에게는 학과장 보직해임 외에는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으며 직위해제없이 교수직을 유지토록 했다. 경찰 고발 또한 A교수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경찰의 의견을 들은 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학교 안팎에서는 형평성에 맞지 않은 처사라며 “전형적인 학교의 ‘꼬리자르기’이자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직원의 비위 혐의가 드러나거나 사법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 해당 직원에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을 내 현직을 멈추도록 조치한다. 교수의 경우는 모든 연구활동과 강의가 중지된다.
실제 이화여대의 경우 올 1월 정유라의 부정입학에 연루된 최경희 전 총장 등 관련 교수들을 법원의 판결 전 모두 직위해제 했으며 홍익대도 지난 2008년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해당 교수들을 직위해제해 연구와 강의를 중단시켰다.
사립학교법 58조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또는 금품비위, 성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행위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나 수사 중인 자는 직위해제돼야 한다.
하지만 나사렛대는 현재까지도 A교수에게는 학과장 보직해임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A교수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올해 1학기 동안 학교 수업을 진행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이화여대 사태 당시에도 학교는 교수들이 법원에 기소되자 모두 직위해제시키고 연구와 강의 일체를 중지시켰다. 이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렛대 한 학생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교수라고 봐주고 직원이라 해고되는 것은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다”며 “가뜩이나 요즘 우리학교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학교가 제대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는 다시 안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나사렛대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B씨는 현장에서 바로 적발됐으며 학교 자체조사에서 이미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A교수는 B씨에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A교수가 지시했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행정 번복을 피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A교수의 1심 결과가 확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징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A교수는 징계를 피할 정도의 영향력은 없다. 부정입학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 인원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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