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니 일단 빠지고 나중에 보상 적극적으로 해라”고 말해
울산 동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일부 학생을 임의로 가해자 선상에서 제외시켰다.
지난 6월 15일 ‘극단적 선택’을 한 울산 동구의 중학교 1학년생 故 이승민 군(13)은 앞선 4월 28일 한 차례 ‘결정적 신호’를 보냈다. 주위 동급생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승민 군은 학교 3층 복도 창문 밖으로 투신을 시도했다. 경찰청과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부터 승민 군의 죽음을 두고 학교폭력 여부를 조사해 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학교는 승민 군의 투신 시도 뒤 바로 학교폭력 여부 파악에 나섰다. 승민 군의 반 전체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경위서를 받았다. 3명이 가해학생 선상에 올랐다. 학교는 이 3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6일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한 가해학생은 3명이었지만 최초 학교가 사안을 조사할 때 가해학생이 10여 명이었다고 나타났다. 학교는 승민 군 동급생 25명의 경위서에서 3번 이상 이름이 거론된 학생만 가해학생으로 파악했다. 가해학생으로 1번~2번 지목된 학생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이 현재 파악한 가해학생은 총 13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가해학생 선상에 올랐었던 맞벌이 부부의 아이 1명은 “경제 사정이 좋으니 나중에 변상 시 적극적으로 금전 보상에 도와주라”라는 조건으로 조사 대상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가해학생으로 지목됐던 한 학생의 학부모는 “2명에게 지목되면 가해학생이 아니고 3명에게 지목되면 가해학생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장의 지위 탓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이제껏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뒤로는 일부 학생에게 서면사과를 받고 교내 봉사활동을 시켰다. 서면사과와 교내 봉사활동 등은 학교폭력 인정 뒤에 처분할 수 있는 징계다. 교장은 “경찰 조사 중이라 더 이상 말씀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학교와 달리 가해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미 학교폭력을 인정하며 사과까지 했다. 가해학생들과 동급생, 학부모 등 30명은 지난달 28일 승민 군의 납골당에 방문했다. 일부 가해학생과 학부모는 승민 군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를 작성해 왔다.
사과 편지 12장 가운데 2장에서는 “나는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입학식이 얼마 안 되고 애들이 너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당장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은 굴뚝 같았지만 그때는 처음 본 애들이고 나보다 덩치도 있는 애들이어서 무서웠어” 등의 구체적 괴롭힘이 서술돼 승민 군을 향한 일부 학생의 학교폭력은 사실로 드러났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