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상시 인사 등 주식 거래로 거액 챙겨…주식 보유 회사 선정되도록 ‘입김’ 가능성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2015~2016년에 실시된 면세점 입찰이 비리로 얼룩졌다는 것은 감사원 결과에서 드러났다. 정권과의 친분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됐다는 것에 국민들, 그리고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비선 라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감사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의 수사가 ‘국정농단 2라운드’ 성격을 띠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관세청이 선정업체에 특혜를 줬는지, 또 부당하게 탈락한 곳은 없는지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일요신문>은 1314호 ‘롯데가 찍힌 진짜 이유’ 기사를 통해 최순실과 재벌 여성들 모임에서 면세점 입찰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부분 역시 수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인사는 “그런 내용들은 검찰과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 때도 파악됐었다”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친박계로 통하는 몇몇 인사들이 면세점 입찰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엔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십상시’에 이름이 올랐던 인사, 최순실과 가까운 사업가, 친박 정치인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 친박 전직 의원은 “면세점 발표를 앞두고 결과가 공공연히 나돌았던 건 사실”이라면서 “우리끼리 사석에서 주식을 사자고 농담을 했던 적이 있다. 몇몇이 주식대박을 터트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했다.
앞서의 ‘십상시’ 인사는 지인 명의의 계좌로 면세점에 선정된 한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뒤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지인과 가까운 한 종교인은 “그 십상시 인사가 정확히 종목을 찍어줬다고 한다. 언제 팔아야 할지도 알려줬다”면서 “그런데 나중에 돈 문제로 둘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그래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십상시에게 계좌를 빌려준 그 지인 역시 별도로 투자를 해 돈을 벌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박 의원 역시 비슷한 말을 들려줬다. 그는 “면세점 입찰 결과는 발표 전에 알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전달해줬다. 주식을 샀더라면 큰돈을 벌긴 했겠지만 불법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실제로 그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샀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득을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됐건 주식 매입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면세점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면세점 발표를 앞두고 입찰에 참여한 몇몇 기업 주가는 급등했다. 면세점으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경우 발표도 나기 전에 상한가를 기록해 사전에 결과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는 발표 후 거의 3배 가까이 올랐다. 발표 전에 샀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다. 한 전문 투자자는 “발표도 나지 않았는데 주가가 폭등하는 것을 보고 ‘결과가 샜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다. 단순 예측으로 인한 차트는 아니었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정당국 관계자는 “면세점 발표 전 내부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사들인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실적은 없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면세점에 선정된 주식을 거래했다는 것에 대해선 관련 첩보가 있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조사가 이뤄지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정권이 친박 인사들의 면세점 주식 거래를 인지하고도 묵인 또는 은폐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들이 면세점 입찰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을 매입한 것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면세점에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평가점수를 자의적으로 매기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면세점 입찰 과정, 최순실 등 비선라인의 개입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시나리오다.
한 친박 의원은 “(면세점 선정 같은) 중요한 입찰이 권력자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됐다. 원칙도 없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진행됐다. 그러다보니 떡고물을 챙기기 위한 사람들도 달라붙었던 것이다. 면세점 입찰 결과가 사전에 돌아 다니고, 또 이를 활용해 주식을 샀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나중에 크게 일이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던 적이 있다. 친박계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