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오이캉 6전 전승 우승…한국대표 최광호는 3위로 마감
“내년 부안에서 다시 만나요.” 제12회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나흘간의 열전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일요신문] 전 세계 55개국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0일 막을 올린 제12회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중국 자오이캉 선수의 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프로 아마를 통틀어 55개 국가가 한 자리에 모인 대회는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유일하다. 바둑이 한·중·일 그리고 최근 부쩍 강해진 대만까지 포함해 네 국가의 싸움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아시아, 유럽, 미주, 대양주,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인들이 전북 부안으로 집결한 것은 의미가 깊다. 대회 창설 12주년을 맞은 올해는 아시아 12개국, 유럽 29개국, 미주 11개국, 대양주 2개국, 아프리카 1개국이 출전했다.
9월 11부터 13일까지 3일간에 걸쳐 스위스리그 6라운드를 통해 열전을 벌인 결과 중국의 자오이캉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둘째 날 4라운드까지 전승을 달리던 자오이캉은 마지막 5~6라운드에서도 태국과 일본 선수를 연파하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99년생인 자오이캉은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일본의 오제키 선수와의 대국이 가장 힘들었다. 공배를 다 메우고 계가 하면서도 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1집반을 남아 어리둥절했다.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수담을 나눈 후에 악수로 마무리하는 것은 세계공통이다.
한국대표 최광호는 3위에 머물렀다.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최광호는 대회 2일째까지 4전 전승으로 순항했으나 13일 열린 5라운드에서 일본의 오제키 미노루 선수에게 발목을 잡혀 우승이 좌절됐다. 그러나 최광호는 3~4위전이라 할 수 있는 최종 6라운드에서 대만 쉬용위 선수를 꺾고 3위를 차지했다.
12회 대회까지 한국은 총 7회 우승했으며 중국은 이번 대회까지 4회 우승을 차지했다. 대만도 2011년 제6회 대회에서 천쯔지엔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편 이번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메인대회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이벤트들이 줄을 이어 펼쳐져 참가선수들과 관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개막식에서 대한바둑협회 신상철 회장은 부안군 나누미근농장학재단에 장학금 1000만 원을 기탁했다. 장학금 기탁식에서 신상철 대한바둑협회장은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는 어느 분야건 매우 중요한 시점에 부안군에서 전국 최초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데 큰 감명을 받았다”며 “부안의 우수인재 육성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장학금을 기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나누미근농장학재단 김종규 이사장은 “바둑을 통해 삶의 질 제고를 선도하는 대한바둑협회 회원들의 뜻을 깊이 새겨 전국 최고의 장학재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줄포만갯벌생태공원에 마련된 대회장 전경.
또 대회가 치러진 부안군의 부안곰소소금 여자바둑팀도 대회장을 찾아 외국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효정 감독을 비롯해 김혜민 7단, 김은선 5단, 이유진 초단은 숙소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지도다면기를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 김승준 9단과 디아나 코세기 초단은 현장에서 공개해설을 벌여 선수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으며 주요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시상식까지 공식일정을 모두 마친 선수들은 14일 부안 청자박물관, 누에타운, 내소사 방문 등 개최지 부안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즐길 예정이며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제12회 국무총리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는 대한바둑협회가 주최·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후원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라북도, 부안군이 재정후원하고 한국기원과 아시아바둑연맹이 협력했다.
유경춘 객원기자
김승준 9단과 디아나 코세기 초단이 참가선수들을 대상으로 대회기간 내내 공개해설회를 진행했다. 또 주요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대회 둘째날 오후 식사를 마치고 휴식시간을 이용해 부안군 특산물인 곰소소금으로 색깔소금만들기 행사가 벌어졌다. 선수들이 직접 만든 소금이 참가 기념품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내년 13회 대회도 이곳 부안에서 치러진다. 각국 선수들은 “내년에도 자국내 선발전을 꼭 통과해 부안에 다시 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