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자구안 놓고 채권단 내부 갈등 조짐
지난 12일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합의서를 보냈다. 사진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연합뉴스
지난 3월 박 회장은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일부 채권단은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을 찬성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끝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박 회장이 인수를 포기해 더블스타가 유일한 인수 후보가 됐다. 동시에 호남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중국업체에 매각하면 안된다”는 반대 여론을 형성했다.
지난 8월 말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약 9500억 원이었던 매각가를 8000억 원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여론의 질타까지 받다보니 빠르게 매각해 상황을 종료하고 싶었다”며 “더블스타는 이러한 채권단의 심리를 읽고 가격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더블스타는 결국 인수를 포기했지만 채권단이 9500억 원의 매각가를 고수하기는 어려워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FI)들에 풋백옵션을 줬다”며 “FI들이 풋백옵션을 신청하자 박 회장이 이에 해당하는 돈을 내지 못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너졌는데, 금호타이어에서 이를 반복할 수 있어 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풋백옵션은 FI가 미리 약속한 날짜와 가격에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채권단이 2014년 12월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킨 게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2014년 131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워크아웃 졸업 후인 2015년, 2016년에는 각각 675억 원, 37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금호타이어는 108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더블스타가 가격 인하를 요구한 이유도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다. 앞의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노조나 금호아시아나에서 워크아웃 졸업을 요청했다”며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졸업 요건을 갖추고 있어 졸업 시기를 연기하려면 다른 무리수를 둬야만 했다”고 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박삼구 회장의 자구안을 바라보는 채권단의 표정은 각기 다르다. 박 회장은 지난 12일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은 보완을 요구했고 다음날인 13일 금호아시아나 임원이 채권단을 방문해 자구안을 설명했다. 자구안 결과에 따라 매매가가 변동될 수 있어 채권단으로서는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자구안의 주요 내용은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올해 말까지 금호타이어 유동성 문제 해결 ▲내년 3월 말까지 중국법인 지분 매각 등이다. 박 회장은 “자구안이 실패하면 경영권 및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중국 현지은행으로부터 3160억 원의 빚을 졌고 이중 1900억 원이 올해 만기지만 자구안에 상환 계획은 없었다”며 “금호타이어는 상환할 능력이 없어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할 텐데 채권단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지난 12일에는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이 방문했지만 그가 금호아시아나의 유상증자에 대해 설명할 위치가 아니어서 돌려보낸 것이지 자구안 자체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자구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니 회계법인 같은 제3자에 평가를 요청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 의지는 여전하지만 인수 의사를 보인 것은 박 회장 외에는 없다. 정부에서는 해외 업체로 매각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은 지난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지역 경제와 글로벌 경쟁력, 핵심기술의 유출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이제 와서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을 도울 사모펀드가 몇 군데 거론되긴 하지만 특별한 이익이 없으면 사모펀드가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자구안을 제출했다는 건 회사가 그만큼 망가졌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곳에 투자할 펀드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현재는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다른 국내 대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완성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이나 석유화학이 강한 롯데그룹 등은 사업 연관성도 있고 인수할 능력도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롯데 모두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