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폭행 영업방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기속기소됐다가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고 지난 3월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 사진=연합뉴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씨가 지난 9월 피해 변호사들과 술을 마셨던 서울 종로구 술집의 CCTV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2일 당시 현장 모습이 담긴 술집 내부 CCTV 내 하드디스크 복원을 사이버안전수사과에 의뢰했다. CCTV 화면은 보통 새 파일이 오래된 파일을 덮어쓰는 방식으로 저장되는데, 이 술집이 CCTV 하드디스크는 디지털포렌식(증거분석)을 해도 사건 당일 파일이 복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피해 변호사 2명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동선 씨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등 폭행 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김동선 씨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
김동선 씨에게 직접 폭행을 당한 변호사 2명 외 동석했던 동료 변호사들도 경찰 조사에서 ‘김동선 씨에게 모욕당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술집에 같은 있었던 다른 손님도 참고인 조사했으나, 이들 역시 “폭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은 술집 측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업무방해죄로 혐의 여부를 조사해왔다. 하지만 김동선 씨의 업무방해 혐의를 밝혀줄 유일한 증거였던 CCTV가 복원되지 않음에 따라 경찰은 내사를 그대로 종결할 가능성이 높다.
김동선 씨는 지난 9월 28일 한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10여 명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가 만취해 변호사들을 상대로 폭언을 하고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동선 씨는 변호사들에게 “너희들은 내 덕에 월급 받는 거야”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지금부터 허리 똑바로 펴고 앉아라” “날 주주님이라 부르라” 등의 폭언을 했다고 한다. 또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을 부축하던 변호사의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붙잡는 등의 폭행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로펌은 한화그룹 및 오너가의 각종 법적 자문 등을 맡아왔다.
한편 김동선 씨는 지난 1월에도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종업원 2명을 폭행하고, 순찰차 일부를 파손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 10월에는 호텔주점에서 역시 만취 상태로 종업원과 몸싸움을 하고 집기를 부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가, 피해자들과 합의한 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