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변호사 일부 “처벌 원한다”는 의견 있어 주목
사건이 발생한 것은 2달여 전쯤. 김동선 씨는 김앤장 신입 변호사 김 아무개 씨 등 10여 명과 서울 관철동의 한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이때 김 씨는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는 뭐하시냐“ ”날 주주님으로 불러라” 등의 폭언을 했다. 그리고 술에 취한 김 씨를 부축해 나가는 변호사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이 과정에서 한 여성 변호사는 머리채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잊히는 듯했던 사건은 지난 20일 저녁, 한 매체의 보도로 드러났다. 김 씨의 폭행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어제 오후, 사건이 발생했던 술집을 찾아 사건 당시를 찍은 CCTV 저장 장치를 확보한 것. 2달이 지난 일이라서 사건 당시 영상은 삭제됐지만, 경찰은 삭제 영상 복원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종업원 등으로부터 “당시 큰 소리가 났다”는 내용의 진술도 확보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도 이례적으로 김 씨를 고발하고 나섰다. 당사자를 대신해 대한변협이 나선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폭행과 모욕 혐의로 김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 김현 변협 회장은 “젊은 변호사들에게 함부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 회원 권익보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피해 변호사들을 상대로 한 진상조사에도 착수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씨가 음주 폭행 물의를 빚은 데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특수폭행 영업방해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기속기소됐다가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고 지난 3월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고 있는 김동선 씨. 연합뉴스
부랴부랴 한화그룹 측도 수습에 나섰다. 이미 폭행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인 김 씨가 같은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게 될 경우 구속은 물론, 실형을 피할 수 없기 때문. 만약 이번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지난 1월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출동한 순찰차의 좌석 시트를 찢은 혐의(특수폭행·공용물건손상죄)로 받은 집행유예 형(징역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취소된다. 이번 사건에 따른 처벌과 함께 징역 8월을 추가로 복역해야 하는 셈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김 씨도 입장을 내놨다. 어제 오후 “술에 취해 기억은 안 나지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심리 치료를 받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김승연 회장도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무엇보다도 피해자들께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과문을 읽어본 다수의 법조인들이 “본인이 쓴 게 아니라, 변호사가 써준 느낌이다, 사과는 하고 있지만 기억이 안난다며 범죄 혐의 당시의 고의성 등을 부인하지 않냐,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며 냈었던 반성문을 돌려 막은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자연스레 김 씨가 다시 경찰·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다.
경찰, 검찰 수사에서 김 씨에게 우선 적용될 수 있는 죄목은 폭행죄와 협박죄 정도. 하지만 둘 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 ‘핵심’이다. 김 씨가 합의해서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을 내면, 범죄 사실이 입증돼도 김 씨를 처벌을 할 수 없다. 반대로 피해자 중 일부라도 ‘불쾌했다, 처벌을 원한다’며 진단서를 내면 김 씨는 상해죄 적용 대상이 돼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결국 관건은 김앤장 소속 신입 변호사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다. 경찰은 어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도 경찰관 2명을 보냈다. 하지만 현재 해당 변호사들은 수사기관과의 접촉을 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이지만, 일부는 ‘처벌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내부 분위기를 잘 아는 변호사는 “소수지만, 1~2명의 변호사들은 김 씨가 처벌받을 필요가 있다고 얘기를 주위에 했다고 들었다”며 “한화와 김앤장에서 해당 변호사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과정부터 개입되어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김동선 씨의 관계도 짚어봐야 한다. 김앤장은 올해 초 발생한 김 씨의 폭행 사건 변호를 선임했는데, 거액을 받고 김 씨를 변호했다. 그 외 다수의 한화 사건을 김앤장이 맡아서 하고 있다. 때문에 피해를 입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 중 일부가 ‘처벌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수사기관까지 그런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한 법조인은 “김앤장은 철저한 상하구조를 가지고 있고, 수임이 될 때마다 팀 단위를 꾸려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주는 구조라 위에 찍히면 팀에 들어가기 어려워 이를 빌미로 변호사들을 설득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미 한화 측에서는 김앤장 해당 변호사는 물론, 김앤장에도 적지 않은 약속을 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합의’ 차원의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화그룹 측 법무팀도 사건이 알려진 20일 저녁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련 흐름을 잘 아는 앞선 변호인은 “김앤장 입장에서 한화는 중요한 고객”이라며 “김앤장이 처벌 의사를 밝힌 해당 변호사들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김 씨의 구속 여부가 달렸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