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사’ 임종석 ‘부산시장’ 조국 등 20여명 자천타천 거론…업무 공백 우려 목소리도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비서실장과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조국 민정수석까지 후보군으로 분류되면서 지방선거 전후로 청와대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 예비등록일은 2018년 2월 13일이다. 당내 경선 일정을 생각한다면 출마자는 늦어도 내년 2월 초에는 사표를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24일 오전 지진으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포항시 북구의 포항여고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90일 만인 지난 11월 16일에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참모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또 다시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 장흥 출신인 임종석 실장은 전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된다. 임 실장은 불출마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지만 지난 10월에는 이틀이나 청와대를 비워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광주 및 전남 일정을 소화해 출마설에 다시 불을 붙였다.
조국 수석도 부산시장 출마설에 선을 그었지만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부산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어 출마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무소속 상태에서 민주당 입당을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랫동안 당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 경선이 부담된다는 이유다.
충남도지사직을 놓고는 청와대 인사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 비서관이 출마예상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박수현 대변인 출마는 거의 확실시 된다. 박 대변인은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비리혐의로 물러난 후 정무수석직을 제안 받았으나 내년 지방선거 준비를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지사 선거는 현 안희정 충남지사가 중앙정치 진출을 결심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안 지사가 직접 박 대변인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안 지사 최측근이다.
처음 출마설이 불거졌을 때는 충남지사에 도전하기에 박 대변인의 정치적 무게감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박 대변인이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치면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지인 <굿모닝충청>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세종리서치에 의뢰해 충남지사 후보군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박 대변인은 17.2%로 1위를 차지했다(해당 여론조사는 충남지역 19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유‧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유효 표본은 10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0%, 응답률은 5.05%를 기록했다).
반면 나소열 비서관은 박 대변인보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낮지만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조직력이 강해 경선 과정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문대림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도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문 비서관은 지역신문인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지사 출마를 위해 빠르면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 비서관직을 사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영순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대전 대덕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 행정관은 대덕구에서 열리는 지역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치며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정관은 지난 9월 대덕구민의 날 행사에도 참석했다. 박 행정관은 구청장 출마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출마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성남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재명 현 성남시장은 경기지사 출마가 점쳐진다. 윤 수석은 성남 분당구에 본사를 둔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자택도 성남에 있다. 성남시장 후보로는 민주당 성남 중원구 지역위원장이었던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도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문고리 실세로 불리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부천시장 출마설에 휩싸였다. 윤 실장은 2년 전 서울 성북구에서 부천으로 이사했다. 이후 지역에서는 윤 실장이 부천시장 또는 부천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 소속 김만수 부천시장이 3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안으로 윤 실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권 내부에서 김 시장과 윤 실장을 교통정리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광주시장 출마설이 돌고 있다. 광주가 고향인 장 실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안철수 신당 광주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통합한 뒤 윤장현 현 광주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출마가 무산됐었다.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정책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장 실장은 이 자리에서 4000억 원대에 이르는 광주·전남 추경예산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오중기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경북지사 후보, 백두현 청와대 지방자치분권 선임행정관은 경남 고성군수 후보, 이재수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춘천시장 후보, 김병내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광주 남구청장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서초구청장 출마를 권유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경우 여당의 험지인 경남 양산에서 꾸준히 출마했던 인물이라 차출설이 거론된다.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참모진도 있을 수 있어 향후 청와대 인력 공백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참모진은 청와대 업무와는 상관없는 지역구 행사 등에 적극 참석하고 있어 이미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11월 6일 열린 청와대 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문대림 제도개선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년 제주도지사 출마입장을 밝힌 것은 심각하다”면서 “청와대 비서관 자리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경력을 만들어 주기 위한 자리냐”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전직 의원은 “과거에도 청와대 참모진이 지방선거나 총선에 참여하는 일은 흔했다. 개인이 출마하려는 것을 대통령이 막을 수도 없다”면서도 “한 번에 20명 가까운 청와대 참모진이 지방선거 출마설에 휩싸이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월에 출범했으니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내년 2월에 사퇴한다고 하면 후보자들이 청와대에서 1년도 근무하지 않고 떠나는 것이다. 무책임한 태도다.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후임자는 또 업무를 파악하느라 한동안 업무효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과거 청와대 참모진·내각 출마 성적표는? ‘진박’ 마케팅만 ‘대박’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인사들은 각종 선거에 출마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서울시장),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경기지사),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경남지사),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광주시장) 등 장관급 7명과 청와대 참모진 10명을 차출했지만 장관급 7명이 모두 낙선하는 등 성적표가 좋지 못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이명박 정부 황준기 행정자치비서관과 정용화 연설기록비서관, 강석진 정무2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각각 성남시장, 광주광역시장, 거창군수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진박(진정한 친박) 마케팅으로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곽상도 민정수석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대구에서 당선됐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을), 김선동 청와대 정무비서관(서울 도봉을), 주광덕 정무비서관(경기 남양주병), 이양수 청와대 행정관(강원 속초시·고성군·양양군) 등이 당선됐다. 특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험지인 전남 순천시·곡성군에서 당선됐다. 반면 전광삼 춘추관장은 영양·영덕·봉화·울진군 경선에서 탈락했고 조윤선 정무수석은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이혜훈 의원에게 패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