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다선 의원들 하위권 포진…본회의 출석 100% 21명
국회 본회의장.
대표발의 법안 수 하위 10위권 12명 중 10명이 3선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8명이었다. 상임위별로는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경향은 30위권으로 넓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30위권 34명 중 22명이 3선 이상이었고, 외통위 8명·자유한국당 16명이었다. ‘외통위 소속의 3선 이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 법안 수 하위권 의원들의 주요 특징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본회의 출석률도 비슷한 통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출석률 하위 30위권 35명 중 24명이 3선 이상이었다. 외통위 소속은 7명이었고, 20명이 자유한국당이었다. 하위 10명으로 좁혀보면 무려 9명이 3선 이상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5명이 외통위 소속, 7명이 한국당 의원이었다.
12월 4일 기준 20대 국회의원 298명 중 3선 이상 의원은 98명으로 약 33%를 차지한다, 한국당 의원은 116명으로 전체 39%다. 외통위 소속 의원은 22명이다. 이를 감안하면 대표발의 법안이나 출석률에 있어서 이들의 기록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발의 법안 수와 본회의 출석률 모두 하위 10위권에 드는 의원들도 있다. 김무성 김재원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 3선 이상 의원들이다. 김재원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외통위 소속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또 김재원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핵심 친박으로 꼽힌다. 김무성 의원 역시 한때 친박계 인사였다.
자유한국당 한 보좌관은 그 속사정을 들려줬다. 그는 “다선으로 갈수록 지역구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굳이 법안을 많이 내거나 회의에 충실히 참석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지역 활동이나 정당 활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생긴다”며 “초선인 경우 지역구와 당에 재신임받기 위해서 법안 발의와 출석률에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데, 법안 발의를 많이 한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통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외교통일위원회는 외교적 감각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선의원이 주로 포진한다. 남북관계가 얼어 있고, 통상적으로 외교적 실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적어 의원들 사이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외통위 소속 의원 명단을 살펴보면, 8선(1명) 6선(3명) 5선(5명) 4선(5명) 3선(3명) 2선(3명) 초선(2명) 순으로 다선의원이 주를 이룬다.
본회의 출석률이 가장 낮을 뿐 아니라 법안 대표발의 3건으로 하위 7위를 한 서청원 의원실 측은 “워낙 다선의원이다 보니 법안 발의를 했을 때 (공동발의를 부탁하면) 후배 의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다. 법안 발의는 후배에게 양보하고 정치적 조언을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의정활동을 한다”며 “(출석률 관련한 부분은) 지역 행사와 외부 특강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발의를 한 개도 하지 않은 이수혁 민주당 의원실 측은 “외교통일위원회 특성상 무게감 있는 법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보다 내실 있는 법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며 “비례대표 승계 의원으로 시간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 잘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역시 대표발의가 전무했던 김무성 의원실 측은 “다선 의원일수록 당내 주요 당직을 맡거나 다양한 정치, 정무적 활동으로 각자의 역할을 한다. 법안 수 등으로 수치화하면 매년 다선 의원들의 점수가 대체로 낮은데, 좋은 법안은 공동 발의하는 등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발의 법안 건수가 많은 상위 30명 중 19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국민의당(6명)이 그 뒤를 이었다. 22명이 2선 이하였다. 본회의에 100% 출석한 의원은 전체 21명이었는데, 그중 19명이 민주당이었다.
대표발의 법안 220건으로 1위를 차지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세금을 받아쓰는 입장으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입법, 지역 활동, 당의 일에 삼분의 일씩 시간을 할애한다”고 그 ‘노하우’를 털어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법안을 발의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며 “법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국정을 듣고 논하는 본회의나 상임위 출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 교수는 “구, 시 의원을 뽑은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뽑은 거다. 지역 활동을 한다고 입법 안 하고, 회의 참석 안 한다면 우스운 일이다”라며 “국회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정리해서 공개하는 등 입법과 출석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광 인턴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