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복귀설 선 그어, 전해철 이호철은 출마 유력
3철 중 한명인 전해철 의원(왼쪽)이 지난 2016년 12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가운데)와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3철은 한때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과 비교되며 비선실세 논란이 인 적도 있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비선으로 지목되는 ‘3철’ 가운데 어떤 ‘철’은 여러 해 전에 지방으로 가서 서울에 없다. 3철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셋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에서 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활약했으나 대선이 끝난 후 대통령에게 누가 될 것 같다면서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지금은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최근 출국 7개월 만에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복귀설을 일축했다.
양 전 비서관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시중에 돌고 있는 한 정보지 내용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현재 일부 참모들의 업무 처리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양 전 비서관 복귀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양 전 비서관이 임종석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담겼다.
양 전 비서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떠난 지) 몇 달 됐다고 복귀하느냐”고 일축했다. 임 실장과의 불화설에 대해선 “남자들끼리 뭐하는 짓이냐고 할 만큼 서로 살갑다”고 했다. 하지만 양 전 비서관이 인터뷰에서 “임 실장은 아끼는 후배이자 신뢰하는 동지로 요새도 가끔 통화한다”고 밝히면서 국정 개입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양 전 비서관 입장을 직접 청취해보기 위해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양 전 비서관은 인터뷰 이후 다시 외부와 접촉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에 국내에 들어와 2018년 1월 책을 출간하려고 했으나 청와대 복귀설이 불거져 귀국 날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양 전 비서관 복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지자는 SNS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양 전 비서관을 친문이라는 덫을 파서 매장하려 하는 것”이라며 “3철이 최순실처럼 능력이 안 되는 일반인도 아니고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지 않나. 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복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해철 의원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각각 경기지사와 부산시장 출마설에 휩싸였다. 둘의 출마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의 비문(비문재인) 찍어내기가 시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전 의원과 이 전 수석 모두 경쟁하게 될 후보들에 비해 지지율과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지사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부산시장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가장 앞서 있다는 관측이다.
2017년 12월 28일 <돌직구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경기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시장은 46.1%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전해철 의원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5.1%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7년 12월 23~25일 경기도 거주 성인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한 ARS 여론조사(유선전화 67%+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 번호 33%, RDD 방식, 성, 연령, 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로 진행했다. 총 통화 시도 3만 135명에 응답률은 2.7%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17년 12월 1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부산CBS>의 의뢰로 지난 12월 9~10일 부산지역 성인 8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를 보면 오 전 장관을 무소속으로 설정한 여야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오 전 장관은 17.9%로 가장 앞섰다. 이어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 이호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7.4%를 차지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나와도 이호철 수석을 이긴다는 결과다. 오 전 장관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자유한국당의 한 전직 의원은 “같은 당 내에서도 순종과 비순종이 있다. 지금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 직접 힘을 쓸 수 있으니까 충분히 자기 사람을 꽂아 넣으려는 욕심이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의원은 “지금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비문이 협조적이지만 정권 말기가 되면 비문 광역단체장들이 대통령을 들이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친문이 챙겨야 할 사람이 아직도 많을 텐데 광역단체장이 되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도 많다. 친문이 광역단체장에 욕심 낼 이유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친박계를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였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해철 의원 측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는 그랬는지 몰라도 문 대통령은 선거에 개입하고 그렇게 정치 안하는 분”이라며 “경기지사 출마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으로 청와대와 교감은 전혀 없었다. 저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었는데 당시에도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청와대 인사들이 스스로 출마했다가 공천도 탈락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 결심을 완전히 굳힌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인지도나 지지도가 훨씬 높은 이재명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패하면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이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경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인정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지금은 이 시장이 앞서고 있지만 이 시장도 지난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인지도가 크게 오른 것 아닌가.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 판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지자들은 거의 매일 모임을 갖는 등 사실상 이 전 수석의 부산시장 출마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온라인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본격적으로 이 전 수석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호철 서포터즈 조 아무개 회장은 “팬클럽 활동은 이 전 수석과 전혀 교감 없이 시작한 것”이라며 “제가 이 전 수석 고등학교 후배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산시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없어 이 전 수석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하기 싫다는 문 대통령을 정치판에 밀어 넣은 사람이 이 전 수석이니까 이번에 본인도 책임져야 한다. 안 나온다는 사람을 우리가 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이 출마를 결심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전 수석 본인은 출마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한다. 그런데 이 전 수석 측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인 오거돈 전 장관이 당내 경선에서 친문이 장난을 칠까봐 입당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자 “오 전 장관은 민주당에 입당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당내에 입지가 거의 없다. 당내 경선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직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3철 재등판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직 보좌관은 “양 전 비서관은 본인이 복귀할 마음이 없다고 하니 일단 두고 볼 일이다. 다른 두 사람의 경우는 인지도와 지지율이 떨어짐에도 공천을 받는다면 또 다시 친문 패권주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 “정식 당내 경선을 통해 승리해도 조작이니 친문 동원이니 시끄러울 수 있다. 자칫 전체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공천에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직 보좌관은 “두 사람이 경선에선 이기고 본선에서 패하는 시나리오가 최악이다. 친문이 욕심을 부리다 본선 경쟁력이 뛰어난 후보를 탈락시켜 벌어진 참사라고 비판할 것이 뻔하다. 문 대통령이 책임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