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문가가 진단한 MB정부-UAE 간 원전 이면합의 논란 진실과 해법은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최준필 기자
―UAE는 용병 비율이 높고 외부의 군사 지원 및 거래가 활발한 국가다.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군사 지원 및 무기 거래 등은 투명한 편인가.
“이면 계약이나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거래가 전체 군사 관련 거래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중동의 전통적인 관행이기도 하고 상당히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이런 부분이 국민들에게 공개되면 왕정으로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비밀리에 하려고 노력한다.”
―UAE도 이러한 군사적 문제에 대해 예민한 편인가.
“UAE는 세습 군주제다.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서 국가 정책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의회도 존재하지 않고 선거도 없다. 의사 결정 과정이나 세밀한 부분은 곧 왕족의 민낯을 보여주는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또 최근 중동 정치 역학이 상당히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이란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중동의 정치 행위자로 복귀하면서 수니파 주변 국가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서 또 정권 생존을 위해서 다른 국가들하고 취하는 군사적 협정과 방산 협력을 공개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UAE와 군사적 협력 관계에 놓인 유럽은 어떠한가.
“인권을 강조하는 유럽 국가들도 군사적 교류는 자국에 공개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판 무기가 예멘에서 민간인 학살에 쓰인다는데도 영국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MB의 이면 합의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MB를 두둔하는 게 아니고 상당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고 한 원전 계약이었고 관련된 군사 협력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원전 계약은 단순히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아니고 30~50년 동안 운영·보수·안전 관련 협력 등 추가적인 계약이 계속 나온다. 장기적 안목에서 원전을 협력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이를 위해 군사적 상호 협력을 동반해 준 것이다. 우리도 북한과 대치하면서 무기를 생산해 왔고 이를 산업화할 필요가 있다. 그럼 방산 수출을 해야 하고 제3국가들이 우릴 중견 국가로 생각하고 우리의 기술력을 믿고 우리의 방산 무기를 수입하고 방산 협력을 하자고 하는데 이거에 대해서 ‘NO’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에미리트 펠리스 호텔에서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공무원 순환 근무제가 문제다. UAE 사태도 전문가가 중간 역할을 했다면 사태를 무마시켰을 수도 있었고, 중동 정세에 걸맞지 않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 조언을 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공무원 순환 근무제 시스템이 외교적 갈등까지 가져온 셈이다. UAE 같은 부유한 작은 나라하고의 문제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지만 주요 국가하고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우려스럽다. 전문가들을 많이 양성해야 하고 정부 부처에 최소한 절반 이상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어야 한다. 그런 시스템으로 점차 바꿔 나가야 외교적 문제와 이로 인한 국내의 여론 분열을 막을 수 있다.”
―UAE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사우디나 오만은 우리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우방 국가이기도 하다. UAE와의 이면 합의가 사실일 경우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는데.
“UAE와 사우디는 사이가 매우 좋다. 사우디 왕세자와 두바이 왕세자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동의 정치적 상황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사우디와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UAE와 오만과의 국력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문제 삼을 수 없다.”
―이란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 나라가 이란이다. UAE와 주변 국가와 군사적 분쟁이 생기면 아마도 이란일 것이다. 사우디와 UAE가 위협적으로 느끼는 국가는 이란이라는 말이다. 이란이 군사적 협력을 한국과 체결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심 한국에 대해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란 또한 UAE엔 문제를 삼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서방 군사 보호 하에 있었기 때문에 UAE가 또 다른 군사적 협력을 한다고 해서 문제 삼진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또한 이러한 중동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서 비밀리에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 특유의 외교 스타일과 특징이 있나.
“친구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친구로 만들면 끝까지 간다. 중동인들은 아라비아 상인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의심도 많고 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이득을 보려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친구가 되면 모든 것을 준다. 아덴만 작전 당시 우리가 체포한 소말리아 해적을 항공편으로 데리고 와야 하는데 어떤 민항기도 태워주지 않았다. 그런데 아부다비 왕세자가 아부다비 왕실 전용기를 보내줘 우리나라로 싣고 올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많은 것을 베풀고 배신하지 않고 의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친구를 버릴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현재 입장에서 중동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 에너지 80%가 중동에서 온다. 사우디에서 석유를, 카타르에서 액화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유가가 유지됐을 땐 해외 건설 프로젝트의 67%가 중동에서 왔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 400억 달러까지 수주한 셈이다. 최근에 중동에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우방 국가를 필요로 하는 외교적 상황에 놓여 있다. 또 북한과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국가가 이란과 시리아다. 이와 관련해 대북한외교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의 창이기도 하다.”
―UAE와의 관계를 두고 국내에선 전-현 정부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UAE 입장에선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UAE는 석유 자본을 가지고 서방의 강대국이나 주변 국가들과 군사적 협력과 지원을 통해 물리적 안보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자신들은 나름대로 서방 의존에서 탈피해서 중견 국가로서 전략적 동료를 찾기를 원했다. 또 9·11테러 이후 미국과 걸프국 간의 불편한 관계가 됐다. 따라서 미국 등 서방의 다른 대안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UAE는 한국의 정치발전과 경제발전 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부다비 왕실은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 원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양해각서가 재검토되는 등 이런 것들이 불쾌하고 불편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중동과의 대외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에너지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GDP의 60% 이상이 수출이다. 구매력이 높은, 또 석유 자원을 갖고 있는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외교나 중견 국가로서의 지평을 넓히는데 중동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다. 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을 개최할 때마다 긍정적인 표를 우리에게 던진 나라들이 대부분 중동 국가들이다. 우리와 우방의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