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논란’ 2030 돌아서고 50대 샤이보수 결집…여당 ‘야권 갈라치기로 1 대 1 무력화’ 준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지난 2017년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포항 지진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여권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공행진 지지도의 역설 때문이다. 애초 1월 초까지만 해도 당·청 내부에는 지방선거가 원사이드(일방적) 게임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일각에선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카드를 꺼내면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도 해볼 만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주당 수도권 한 의원은 “이대로라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우위를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부 곳곳에서 ‘지방선거=여권 무덤’ 공식을 깰 절호의 기회라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 시점인 1월 넷째 주에 기류는 확 변했다. 당·청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몸을 한껏 낮췄지만,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 “뼈아프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2030과 보수 지지층이 많은 50대 이탈이 가속화된 것을 놓고는 ‘전략적 실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자책골로 이탈의 명분을 내줘서다.
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분화 조짐을 보였던 2030세대는 청와대가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에 드라이브를 걸자, 이를 사실상 갑질로 치환했다. 남북관계 해빙기만을 추구하는 전통적 사고관과 2030세대의 자유주의 가치관이 충돌한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젊은 층이 정부가 강조하는 정의·공정 가치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문재인 정부에 반대 명분을 찾지 못한 50대는 평창동계올림픽 논란을 기점으로 ‘반문재인’ 대오로 서서히 이동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50대의 이탈 명분 찾기는 ‘샤이 보수’(여론조사에서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보수 유권자)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점은 6·13 지방선거의 첫 번째 분수령이다. 2030세대의 장기적 이탈은 지방선거 ‘투표율 저하’로 이어진다. 50대의 이탈은 ‘샤이 보수’ 출현의 분기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지방선거 판이 1 대 1 구도로 재편한다면, 승부는 안갯속에 빠진다. 더구나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제외하면 여당에 호재거리도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인 2월 16일은 김정일 생일이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월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청와대의 독자 개헌 발의(여야 합의 실패 전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5월 개헌안 국회 본회의 표결 등 정국 화약고가 산적한 상황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당·청 지지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라고 잘라 말했다.
숱한 악재 속에서 여당이 공천권을 둘러싼 내분을 일으키거나, 문 대통령 지지도가 추가 하락할 경우 지난 1년간 높은 지지도로 형성된 ‘밴드왜건’(대세를 따르는 편승효과)에 균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 1 대 1 구도 경계령을 발동한 것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지방선거 구도와 관련해 “선거는 구도 싸움”이라며 “결국 1 대 1 구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빅3 중 최대 격전지인 서울은 ‘박원순(서울시장)이냐, 아니냐’로 좁혀질 전망이다. 당내 경선과 본선 둘 다 마찬가지다. 경기지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도가 타 후보를 크게 앞서지만, 현직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1 대 1 구도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남 지사가 1월 중순 바른정당을 탈당, 자유한국당에 몸담은 이유도 ‘보수 단일후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다.
민주당 박남춘·윤관석 의원과 홍미영 부평구청장 등이 후보군인 인천시장의 경우 여당의 ‘약한 고리’다. 한국당 소속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1 대 1 구도를 만든다면, 구도상 일방적으로 밀리는 게임은 아니다. 여야의 올인 지역 중 하나인 부산·경남(PK)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진보 단일 후보의 출현 여부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 지지도 하락 전후로 지방선거 목표치를 ‘9+알파’로 낮췄다. 9곳은 민주당 소속 현직 광역자치단체장 지역이다. 서울, 광주, 전·남북, 대전, 충·남북, 세종, 강원 등이다. 여당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은 영남 공략이 쉽지 않은 데다, 막판 변수인 구도의 변화 때문이다.
김영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중 최소한 한 곳에서 승리, PK에서도 민주당의 지자체 정치가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1995년 민선 지방선거 부활 이후 민주당의 PK 성적은 ‘전패’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방선거 목표를 ‘6+알파’로 정했다. 현직인 경기, 인천, PK 3곳, 대구·경북(TK) 등이다.
최근 당·청 지지도의 격차가 좁혀진 것도 여권 전략 수정에 한몫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당·청 간 격차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민주당을 외면하는 유권자층이 10∼15% 존재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70%에 육박했을 때는 그 사이에 20% 이상의 유권자가 끼어있었다.
이 계층은 중도보수층과 중도진보층 사이의 유권자다. 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개혁신당(가칭)에 드라이브를 건 것도 이 계층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당직자는 “대통령 지지도와 당 지지도 격차는 당의 과제”라고 말했다.
변수는 ‘1 대 1 구도’의 현실성이다. 한국당, 통합개혁신당, 국민의당 호남파가 주축인 민주평화당 창당추진위원회 간 3자 통합·연대는 현실성 낮은 카드다. 이들은 당분간 야권 발 정계개편의 주도권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홍준표 대표는 “미니정당과의 연대는 없다”고 잘라 말했고, 안철수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과 통합개혁신당과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야권은 선거 막판 전패 위기론이 엄습할 경우 빠르게 이합집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통합은 현실성이 전혀 없고, 최대치가 연대”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을 선거 상수로 놓고 한국당, 통합개혁신당과 민주평화당 창당추진위가 기 싸움을 벌인 뒤 특정 지역에서 단일화를 통해 다자 구도가 1 대 1 구도로 재편한다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야 1 대 1 구도라면, 선거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론도 있다. 이념과 가치가 판이한 이들의 선거 공학적 연대가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통합 반대파인 정동영 의원은 안철수·유승민 대표를 향해 “한국당과 합칠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당 통합파는 박지원 의원 등을 겨냥, “민주당으로 가고 싶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야권의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1 대 1 구도도 어렵지만, 합치더라도 지난해 장미 대선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반문 연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변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상 언론인
여성 거물 후보 기근현상…박영선 빼곤 안 보이네 “거물급 여성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여성 후보 기근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차기 대선의 징검다리로 삼는 여성 거물급 후보군은 극소수다. 2월 초 현재 광역자치단체장 예비후보로 나서는 여성 주자는 서울시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전현희 의원, 인천시장 후보인 민주당 소속 홍미영 부평구청장, 경남지사 후보인 김영선 전 한국당 의원, 광주시장 후보인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 등에 불과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후보도 서울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현재로선 출마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군으로는 성남시장 도전설에 휩싸인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 이천시장 후보인 김경희 전 이천 부시장 정도다. 이 중 차기에 근접한 후보는 박영선 의원이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가 여성 장관 30% 공약 달성에 성공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예고했지만, 여전히 남초 상황인 선거 벽은 높은 셈이다. 지방선거의 여성 후보 기근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 나선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57명 가운데 여성 후보는 단 1명에 그쳤다. 그것도 기성 정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였다.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도 5.77%(694명 중 40명)에 불과했다. 여성 기근 현상은 이번에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러한 선거 풍토와 관련해 “제도보다는 문화, 문화보다는 내부 권력구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헌(제8조 2항)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제외한 공직 선거 지역구 후보자 추천에서 여성 30%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자치단체장 선거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광역·기초 의원 공천의 할당량은 정해진 셈이다. 민주당 여성 의원 및 예비후보들은 여성 후보에게 유리한 룰을 적용하는 ‘여성 특구 지역’을 당 지도부에 제안했다. 당은 여성 정치 신인에게 25%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한국당도 당헌(제11조)에 여성 우선추천지역을 명시했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다. 여성 특구와 여성 우선추천지역은 사실상 ‘전략공천’이다. 이들 지역은 과거 여성 공천권 확보를 명분으로 반대파를 내치는 도구로 사용하기로 했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서울 종로 등을 포함한 1차에 이어 서울 강남과 포항 등 추가 6곳을 여성 추천지역으로 선정했지만, 친이계 이재오 의원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포항을 포함한 것과 관련해 “칼을 들고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며 친박계 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후 당 지도부는 추가 지역을 포기하는 대신 여성·장애인 10% 가산점 도입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민주당 한 여성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조차 여성 의무공천 30%가 빠진 지방자치단체장에 기존 룰인 ‘여론조사 50+당원투표 50’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성 후보는 공천 룰 변경 없이 이기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