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파이 키울 기회” 기대…반면 ‘적자 행진’ 쿠팡 위기설 대두
지난해 8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개장 기념식에서 “11번가 인수를 내부에서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온라인사업 강화 방안을 검토했으며 깜짝 놀랄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의 발언은 해를 지나 실현됐다. 신세계는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에서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오는 2023년에는 연간 매출 10조 원을 달성해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8월 24일 고양시 덕양구 삼송에 자리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오픈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자 업계에서는 각양각색의 표정이 나온다. 적자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하는 이커머스 업계에 신세계가 몰고 올 지각변동에 대해 우려를 보이는 반면, 시장의 파이를 키울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해 정 부회장의 ‘고양 발언’ 이후 신세계의 이커머스업체 인수설이 돌았던 만큼 ‘법인 신설은 생각보다 놀랍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신세계의 포부에 업계 시선은 자연스레 경쟁사인 롯데로 향한다.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재판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지 못한 롯데가 몸을 추스른 후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롯데닷컴·롯데마트몰 등 다수 온라인 몰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 역시 온라인·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꾸준히 노력해온 터다. 또 롯데는 신세계가 노렸던 SK플래닛 11번가를 지난해 인수 검토하기도 했으나 인수 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11번가 인수 무산 이후 이커머스 업체 인수 계획이나 시도는 없었다.
롯데는 옴니채널과 온라인사업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신세계의 이커머스 사업 도전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옴니채널이란 ‘모든’(Omni)과 ‘경로’(Channel)의 합성어로, 오프라인과 온라인·모바일 등 채널의 경계 없이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시스템을 말한다. 롯데는 2015년께부터 옴니채널 구축을 시도해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2015년 1월 신년사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인 롯데의 역량을 바탕으로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글로벌 유통기업에 뒤지지 않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는 신세계의 SSG닷컴처럼 그룹 차원의 온라인 채널 일원화보다 ‘롯데식 채널 통합’을 통해 옴니채널 전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기존에 각기 달랐던 5개 온라인 쇼핑몰(엘롯데·롯데아이몰·롯데닷컴·롯데마트몰·롯데슈퍼몰)의 물류와 고객관리·디자인용 모듈을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롯데는 모듈 통합 작업을 위해 미래전략연구소 소속 옴니채널 태스크포스팀(TF) ‘이투프로젝트’를 꾸린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 신세계와 상관없이 기존 진행하던 4차 산업 혁명 기술 적용을 앞으로 더욱 발전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난해 계열사 온라인 채널을 합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각각의 온라인 사업을 무리하게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보다 모듈 부분을 통합해 콘텐츠 프레임을 유사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커머스 기업들에도 신세계의 등장은 위협적이다. 가뜩이나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통공룡 신세계가 거대 자금을 앞세워 등장함으로써 결국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업체는 쿠팡이다. 2015년 소프트뱅크에서 1조 1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후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에 나섰지만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의 등장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냐는 얘기다. 더욱이 쿠팡은 ‘투자금 소진설’에 휩싸여 있는 탓에 신세계의 영토 확장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위기설’마저 대두되고 있다.
계속된 영업적자에 대한 우려에 “계획된 적자”라고 해명해온 쿠팡은 최근 5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펀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쿠팡은 2015년 소프트뱅크에서 1조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지난해 7월 골드만삭스에서 상품 재고 등을 담보로 3000억 원을 빌렸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소프트뱅크의 투자금을 2년 만에 소진했으며, 유치한 투자금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해 조성한 지 1년이 안 된 물류센터와 판매할 상품 재고까지 담보로 골드만삭스SSG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시장의 우려를 산 바 있다”며 “담보 물건도 문제지만 자금 조달 과정을 보면 쿠팡의 재무 상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쿠팡은 국내 부동산 운용사와 국내외 기관 등을 통해 물류센터 유동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 불리한 조건으로 SSG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손실액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자금 차입은 시장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신세계, 마켓컬리 노리나 신세계는 1조 원대 투자금으로 신선식품 장보기 전용몰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신세계가 ‘마켓컬리’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더파머스가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니만큼 신세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마켓컬리는 회원 수 50만 명 규모의 유기농·신선식품 전문 식자재 모바일 프리미엄 전문 쇼핑몰이다.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의 고급화 전략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세계푸드의 ‘피코크’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