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서 누가 나와도 유정복 시장을 두배 가까이 앞질러…제3당 후보가 변수
유정복 인천시장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누가 나와도 유 시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준 기자
자유한국당은 인천시장 후보로 유정복 시장을 고수하고 있는 분위기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월 18일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에서 유정복 시장의 지지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경선도 안 하고 (후보 공천을) 유정복 시장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확률 5000분의 1에 그쳤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해 서울을 수복한 것처럼 인천의 승리가 한국당 전체의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민경욱 인천시당위원장도 “당원과 지지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유정복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한국당은 유정복 시장에게 ‘경선 프리패스’를 약속하면서 특혜 아닌 특혜를 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당에게 그리 녹록지 않다. ‘인천일보’와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6~28일 인천지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자 대결에서 민주당에서 어느 후보가 나오더라도 두 배에 가까운 지지율 차이로 유정복 현 인천시장을 가볍게 눌렀다.
3자 대결에서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46.4%의 지지율로 유정복 시장(26.2%)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10.3%)을 제쳤다. 또한,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민주당)이 나와도 47.6%의 지지율을 얻어 26.1%인 유 시장과 10.3%인 문 전 의원을 앞질렀다.
홍미영 부평구청장(민주당)도 40.4%로 1위를 기록해 유 시장(28.0%)과 문 전 의원(15.1%)과 큰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출마해도 윤 의원 41.8%, 유 시장 25.6%, 문 전 의원 15.9%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서 뚜렷하게 앞서가는 후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 나오더라도 유정복 시장을 오차범위 이상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인천은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에 표를 몰아주던 지역이다.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49.2%의 표를, 18대 대선 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51.6%의 표를 몰아준 것만 봐도 짙은 보수성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41.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흐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 흐름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이어지고 있다.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 박은숙 기자
유정복 시장이 이 같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제3당에서 후보를 내 여권 성향의 표가 분산되는 상황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바로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 그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병호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간 의원으로 보수보다는 진보에 가까운 정치성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문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진보 성향의 표가 문 전 의원과 민주당 후보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 전 의원의 출마에는 변수가 있다. 바로 바른미래당 출범에 따른 후보 조정이다. 최근 바른정당의 인천시장 후보로 이학재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한 바른미래당이 내세울 후보가 이 의원이 될지 문 전 의원이 될지는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문병호 전 의원은 통합과 당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시장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이학재 의원도 “지금은 통합을 이뤄내고 당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만약 문 전 의원이 출마하면 여권 성향의 표가 분산돼 유정복 시장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보수성향을 가진 이학재 의원이 공천을 받으면 유정복 시장의 표를 갉아먹는 상황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인천시는 오랜 기간 동안 재정난을 겪어왔던 곳이다. 인천도화도시개발사업이나 재개발사업, 그리고 2014년 인천아시아게임, 인천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여러 사업들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부채에 허덕였다.
정치권은 인천시 재정건전화를 두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인천시가 ‘부채 3조 7000억 원 감축’을 홍보한 것에 대해 “부채가 아직 10조 1000억 원이 남아있다. 인천시를 제외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빚이 가장 많은 부산시의 부채가 6조 원이다. 인천시는 빚을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공격했다.
이에 한국당 소속 인천시의회 의원들은 “박남춘 의원은 지난 3년 반 동안 시의원들이 시민을 위한 예산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며 이룩한 재정건전화 성과를 부정했다”면서 “이는 명백히 인천시의회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망발”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논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