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찬 유동성 확보에도 위기설 끊이지 않아
이랜드의 유동성 문제가 새삼 대두된 까닭은 최근 미국 뉴발란스 본사의 한국시장 직접진출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2009년 이랜드와 미국 뉴발란스 본사 간 상표권 사용 계약 이후 한국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뉴발란스를 미국 본사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랜드가 뉴발란스 사업 전개권을 잃는다면 크나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뉴발란스가 이랜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뉴발란스는 2017년에만 48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미국 뉴발란스 본사의 한국시장 직접진출설이 퍼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이랜드그룹이 언제쯤 정상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문은 이랜드가 추진하는 대규모 자금 유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랜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자금 유치를 계획, 현재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에서 2000억 원,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메리츠종합금융)에서 3000억 원, 총 5000억 원의 수혈을 한 상태다. 나머지 5000억 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국 뉴발란스 본사 직접 진출 소문이 악재가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내놓은 근거 없는 이야기거나 양사간 신뢰 문제가 발생해 나온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지금이든 재계약 시기든 이랜드가 바라보는 뉴발란스의 브랜드 파워와 뉴발란스 본사가 인지하는 이랜드의 국내 유통 노하우를 두고 양사간 협의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뜬소문이며 양사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표권 계약기한인 2020년까진 별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랜드는 올 상반기 내로 부채비율을 15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부채비율이 2012년 370%, 2013년 399%로 치솟으면서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한 신용평가원은 “현재 부채비율 200%는 과거 300%를 웃도는 부채비율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노력의 결과”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지는 이랜드 자구계획안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하기에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힘들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이랜드의 자구안이 의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이후에도 개선 노력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부터 급박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랜드는 2016년까지 부채비율을 여전히 300%(315%) 아래로 내리지 못했다. 킴스클럽 매각 작업을 비롯해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기는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해 ‘진의’에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랜드가 본격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1월 티니위니를 중국 의류업체 브이그라스(V GRASS)에 8770억 원에 매각하면서다. 대신 킴스클럽 매각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은 급격히 빨라졌다. 지난해 5월 이랜드리테일 지분 69%를 이랜드월드(25%)를 포함해 사모펀드(PEF) 등에 상장 전 지분 매각(프리IPO) 방식으로 6000억 원에 매각했다. 또 같은 달 홈리빙사업부 ‘모던하우스’도 MBK 파트너스에 7000억 원에 매각했다. 7월에는 제화 브랜드 엘칸토를 405억 원에 SK증권-케이프투자증권PE에 매각하면서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췄다.
새해 들어서도 지난 8일 제주켄싱턴호텔·상록호텔 부지를 비앤엠개발에 128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비록 여러 사업부문을 매각했지만 아직 주력사업들이 많다”며 “올 상반기 내로 부채비율을 150%로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