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추진, 수익위주 경영…GM 독주 견제권 유지·활용 못해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산은 민영화 추진과 ‘수익 위주’ 경영으로 그간의 정책적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산은은 수익을 극대화했지만 GM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를 모두 잃고 말았다. GM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경영권을 쥔 GM에 있지만, 산은이 견제권을 제대로 유지하거나 활용하지 못한 탓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된 7개 장면을 정리했다.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한국GM 사태에 대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1. 이명박 정부 초반인 2008년과 2009년은 한국GM에 최악의 시기였다. 2005년 부평공장 인수 이후 2006년부터 흑자로 전환했고 2007년까지 3년간 1조 2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다. 하지만 2008년 파생상품 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낸 데 이어 2009년에는 미국 GM 본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다.
산업은행은 2009년 민영화를 위해 정책금융 부문을 떼어내고 정책금융공사를 분리, 산은금융지주로 변모한다. 5년 내 정부 지분을 최대한 비싸게 팔아 그 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IB) 도약을 위해 파산한 미국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시도했던 것도 이때다.
#2. GM은 2009년 10월 한국GM 주주 배정 증자에 나선다. 파생상품 손실의 충격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증자 참여를 거부한다. 실권주를 GM 계열사들이 인수하면서 산은의 지분율은 28%에서 거부권 기준인 25% 아래인 17%로 하락한다. 증자에 참여할 경우 회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권을 포기한 셈이다. 증자에 더해 한국GM은 본사에서 연 5.2% 이자율로 자금을 빌려온다. 이를 바탕으로 연 5.6%가 넘는 이자를 냈던 산은 등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단기차입금 1조 3762억 원을 상환한다. 2009년 1조 4785억 원에서 2010년 790억 원으로 급감한다.
#3. 2010년 12월 산은과 GM 간 협약이 체결된다. 산은은 한국GM의 GM기술 무상사용권을 요구했고, 거부권 요건을 25%에서 15%로 하향한다. 17%로 낮아진 지분율로 경영견제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한국GM이 산은에 갚아야 할 우선주 상환대금 1조 5000억 원에 대한 GM 본사 지급보증을 얻어낸다. 당시 산은은 “한국GM의 장기존속을 위한 생산물량 보장은 얻지 못했지만 본사의 지급보증으로 한국시장 존속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당시 협상의 최대 수혜자는 1조 5000억 원 회수의 안전장치를 갖게 된 산업은행이었다.
#4. GM은 2011년부터 한국GM을 통한 우선주 상환작전에 돌입한다. 2002년 발행된 이들 우선주는 배당률은 발행 후 5년까지 연 2% 주식배당, 6~10년 연 2.5% 현금배당, 11~15년차 연 7% 현금배당이다. 한국GM으로서는 2013년부터 연 7%의 고배당을 피해야 했다.
당시 한국GM은 상법상 배당 요건만 갖추면 언제든 우선주 일부 또는 전부 상환할 권리를 가졌다. 이 해 한국GM은 부의 영업권을 자본항목으로 옮겨 마이너스이던 배당 가능이익을 플러스로 전환시킨다. 2011년 2월 18일 이사회에서는 이 같은 회계기준 변경안이 산은 측 이사가 전원 참석한 가운데 가결된다.
#5. 중도상환 요건을 갖추게 된 한국GM은 2012년 12월 우선주 조기상환 계획과 함께 이를 위한 본사 차입 방안을 이사회에 상정한다. 산은 측 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불참으로 반대를 표시했지만 결국 이 안건은 가결됐다. 한국GM은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연 5.3% 안팎의 본사 차입금으로 연 7%짜리 우선주 1조 5000억 원을 상환한다. 2013년 한국GM은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9262억 원을 기록한다.
#6.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대출을 조기회수하고 출자비율도 낮춘다. 산은으로서는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했지만 그 결과 경영 견제능력이 크게 줄어든다. 한국GM 존속을 위한 안전장치도 확보하지 못한다. 이는 2014년부터 GM이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한국GM 비중을 낮추고, 실적부진에도 과도한 연구개발비 등 비용을 부담시키는 데도 산은이 견제하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
#7. 박근혜 정부에서 산은 민영화는 백지화되고 정책금융공사와 재결합해 정책금융 기능을 회복한다. 하지만 2014년 이후 18조 원이던 한국GM 매출은 12조 원대로 급감한다. 2014~2016년 3년간 영업누적적자는 1조 3000억 원이 넘고, 순손실 누적액은 1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자본은 사실상 완전잠식되고 현금은 고갈된다. 2016년에야 산은이 처음으로 소수주주권을 발동해 회계장부열람을 요청하지만 GM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지 못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