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폭로 사건 공소시효 지나…인사불이익 놓고도 내부 의견 분분
JTBC 뉴스룸에서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JTBC 화면 캡처.
서지현 검사(사법연수원 33기)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Me too) 열풍이 문화계를 넘어, 정치계까지 흔들고 있는 가운데 검찰 역시 서지현 검사 사건(성추행 및 인사 불이익) 수사에 여념이 없다. 별도의 검찰 내 성폭력 사건까지 찾아내, 현직 부장검사까지 성추행 혐의로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바라보는 검찰 내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성범죄와 별개인 부분에서 ‘억지로’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출구 전략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조금씩 거세지고 있다.
검찰 조사단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후배 여검사들을 노래방 등에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김 아무개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를 구속 기소한 것. 또 조사단을 꾸리게 된 계기가 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태근 전 검사장(사법연수원 20기)에 대해서는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마치는 등 기본적으로 해야할 것은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
서지현 검사 폭로 사건의 본질인 성추행부터 짚어보자. 안 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난 2010년 10월 동료 검사의 상가집에서다. 안 전 검사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랬다면 미안하다”며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 문제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것. 때문에 조사단은 처벌이 가능한 보복인사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서지현 검사가 주장하는 인사 불이익 여부는 매우 애매하다. 서 검사는 2014년 4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재직할 때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이듬해 8월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났다. 서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발령될 때 안 전 검사장은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는데, 이를 놓고 서 검사는 “안 전 국장이 나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측은 “성추행과 별개로, 인사는 큰 문제가 없었다. 서 검사가 인사 불만을 얘기했다”는 입장을 조사단 측에 전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 검사는 인사 불이익을 주장하지만 법무부 등에서는 ‘서 검사 인사 평가가 현격히 낮았다,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고 설명하지 않았냐”며 “‘성추행’은 처벌할 수 없고, ‘인사 불이익’은 문제가 없었다보니 조사단이 사건을 마무리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을 못했다’고 지목되자, 서 검사는 당연스레 반발했다. 서 검사 측은 ”법무부 면담 과정에서 서 검사가 인사 불만만 이야기했다는 진술은 심각한 2차 가해다, 진상조사단에 해당 발언을 한 법무부 관계자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언론을 통해 조사단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서 검사를 둘러싼 검찰 내 여론은 좋지 않다. 익명의 여검사는 “서 검사가 인사 불이익을 얘기하지만, 우리들 사이에서 서 검사가 사건 처리를 애매하게 해서 서 검사가 수사한 사건의 재판을 진행하는 공판 검사들이 힘들어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며 “성추행을 문제 삼은 것은 우리 조직(검찰)을 위해 고마운 일이지만 인사 불이익을 문제 삼을수록 서 검사 편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위기를 귀띔했다. 그는 오히려 “서지현 검사가 검사들이 선호하는 여주지청에 4년 가까이 있지 않았냐”며 “검사가 한 근무지에서 2년 이상 있는 게 매우 드문 일인데 4년이나 있어서 서 검사 인사를 놓고도 말이 나왔었다”고 언급했다.
조사단은 난처한 상황이다. 서 검사가 미투 열풍을 타고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안태근 전 국장에게 ‘무혐의’를 줄 수는 없다는 것. 조사단은 ‘인사 파일 유출’이라는 별개의 사건을 출구 전략으로 선택했다. 당시 서 검사 인사 파일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산지검 신 아무개 검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신 검사를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검사들은 ‘말도 안 되는 수사‘라고 분개한다. 당시 법무부 검찰국에서 근무하던 신 검사가, 직속상관이었던 이 아무개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에게 “인사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의 개인적인 문건을 정리해서 보낸 것을 ‘파일 유출’의 의혹으로 조사단이 보고 있기 때문.
신 검사와 이 부장검사를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원래 근무할 때 만든 자료 등을 USB에 넣어서 바뀌는 부임지마다 들고 다닌다. 업무가 바뀌어도 일한 기록을 늘 찾아봐야 하는 게 검사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의 삶이지 않냐”며 “자신이 만들었던 자료에서 당시 기록을 검토한 뒤 ‘문제가 없었다’며, 이슈가 불거진 뒤 당사자들끼리 상황을 정리한 것까지 형사 처벌 하려는 게 말이 되냐”고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를 처벌할 경우 거의 모든 검사가 다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지역의 간부급 검사 역시 “검찰이 내부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스스로 수사를 선택했을 경우, 성과가 없으면 ’봐주기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대검찰청 등 핵심들이 ’성추행은 처벌이 어렵고,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된 판단으로 조사단을 꾸렸다”며 “검찰 내 분위기가 이렇게 흉흉한 적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후배 여검사가 무서워요” 일부러 방문 열고, 회식은 1차만… “여검사가 보고하려고 하면, 방문을 일부러 열어둡니다. 둘이 있을 때 지시를 문제삼으면 어떻게 합니까?” (익명의 부장검사 A) 미투 열풍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 부장검사가 털어놓은 속내다. 평소 여검사들에게 ‘젠틀한 선배’로 알려져 있는 A 부장검사. 하지만 A 부장검사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사생활을 얘기한 부분들마저도, 상대방이 ’성희롱이었다‘고 하면 문제가 되는 세상 아니냐”며 “나는 다 당당하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늘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래 여검사들이 들어올 때 사건 관련 얘기가 밖으로 들릴까봐 문을 닫았었는데 문제가 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방문을 열어둔다”며 “동기나 친한 간부급 검사들과 얘기를 많이 하는데, 무조건 제3자 남자 검사를 배석시킨다는 사람도 있다, 정말 후배 검사가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인터뷰에서 언급한 규칙인, ‘아내 외의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뜻의 펜스룰을 언급하는 검사들도 있다. 또다른 B 검사는 “후배 검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성관계도 묻곤 했었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가급적이면 식사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며 “여검사와 얘기를 하더라도 수사관이 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회식 분위기도 바뀌었다. 원래 검찰은 부서 외에도, 선후배 검사들끼리 술자리가 잦다. 1차뿐 아니라, 2~3차까지 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근 미투 열풍이 퍼지면서 1차만 하는 분위기가 늘어나고 있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사단 조사가 막 시작됐을 때, 여검사들끼리 간부급 검사 중 누가 성추행, 성희롱이 잦더라는 얘기가 돈다는 것을 들었다“며 ”내가 거기 명단에 없는 것 같아서 궁금했다가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스파이 노릇을 한다‘고 할까봐 일부러 귀를 닫았다, 지금 검찰은 남자 간부 검사와 여검사들 간 불편한 기류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