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향’ 품고 바다가 밀려오다
▲ 다향각에서 내려다본 보성 차밭의 이랑이 마치 파도가 출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 ||
보성은 국내에서 가장 차밭이 많은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조성된 차밭만도 십수 개. 면적이 100만 평에 이른다. 우리나라 차의 40%가 보성에서 생산된다. 보성읍에서 회천면에 걸쳐 대규모 단지가 조성돼 있는데 이 일대에 차밭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39년부터라고 한다.
요즘 보성에 가면 찻잎 따는 아낙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첫물차는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채엽하는 것으로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 고급품으로 취급한다. 첫물차 중에서도 청명(양력 4월 5일경)과 곡우(4월 20일) 사이에 따는 차는 ‘우전’이라 해서 최상급으로 친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기후 편차가 심해 채엽 일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보성에서도 차나무의 어린 새싹이 아직 덜 올라 곡우 이전에 채엽할 수가 없었다. 곡우가 훨씬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우전차의 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찻잎은 10월 초순까지도 따지만 여름 이후의 찻잎은 그리 높게 치지 않는다. 여름철 수확하는 찻잎은 떫은맛이 강하다. 9월 하순부터 10월 초순 사이에 따는 차는 섬유질이 많고 아미노산 함량이 적다.
▲ 녹차 제조과정을 지켜보는 외국인들과 곡우를 맞아 첫차를 수확하는 아낙들(사진제공=보성군청). 맨아래는 대한다원 삼나무 숲길. 20m가 훌쩍 넘는 삼나무가 도열하듯 서 있다. | ||
차밭 일대는 따뜻하고 습기가 많다. 그래서 차밭에는 안개가 자주 낀다. 새벽녘 안개에 젖은 차밭은 그윽한 운치가 있다. 기왕 나서는 길 조금 더 재촉해 보면 맛볼 수 있는 풍광이다.
대한다원과 함께 보성을 상징하는 다원이 ‘봇재다원’이다. 대한다원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는 18번 국도를 따라 5분 정도 달리면 봇재가 나온다. 이 봇재 아래로 굽이굽이 짙은 녹색의 차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봇재에는 다향각이라는 정자가 하나 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 같다. 잘 다듬어진 차나무들이 산비탈을 따라 늘어서 있고 산기슭에는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너머로 호수의 수면 위로 햇빛이 부서진다. 다향각 아래로 산책길이 나 있다. 이 산책길을 따라 마을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다. 그 산책길 위에 발을 올리는 순간 당신도 그림의 일부가 된다.
보성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다원이 하나 있다. 바로 ‘회령차밭’. 보성 제2다원으로 대한다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은 여느 차밭이 산비탈에 자리한 것과 달리 평지에 넓게 퍼져 있다. 멀리서만 보면 차밭이 아니라 아직 설익은 ‘벼밭’ 같은 느낌이다.
▲ 회령차밭은 봇재나 대한다원과 달리 평지에 있다. 숨은 명소인 이곳을 아는 사람이 드물어 한적하다. | ||
근처 일림산에서는 다향제가 열리는 동안 철쭉제가 진행된다. 온통 산을 붉게 물들인 일림산 철쭉은 신록의 차밭과 대비되는 5월 보성의 대표 풍경이다.
[여행 안내]
★가는 길: ▶보성다원: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광주(화순) 외곽순환도로→29번 국도→보성 미력삼거리→18번 국도→보성다원 ▶쌍계사 녹차박물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남원 방향 88고속도로 직진→남원분기점에서 빠져나와 구례 방향 19번 국도→쌍계사 방향 좌회전→녹차박물관 ▶제주도 오설록: 95번 서부관광도로→16번 국도(우회전)→서광서리사거리(우회전)→오설록
★숙박: 골망태펜션(061-852-1966)이 대한다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다향각 근처에도 찻집과 숙소를 겸하는 곳이 있다.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면 숙박업소가 많다.
★먹거리: 대한다원 내에 찻집과 음식점이 있다. 녹돈이 인기. 녹차를 먹인 돼지고기 삼겹살이라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건강에 좋다고 자랑이다. 한번 먹어봄직하다. 보성군 벌교로 가면 갯것들을 잘 하는 식당이 많다. 벌교천변 제일고 앞 홍도회관(061-857-6259)의 꼬막 대구탕이 특히 유명하다.
★문의: 보성군청(http://www.boseong.go.kr) 061-852-218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