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루민취안 영입 승부수…신의 한수 될 줄이야
여자바둑리그는 지난해보다 한 팀 늘어나서 올해는 9개팀이 참가하여 총 18라운드 72경기 216국이 치러진다. 상위 5개팀에게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포스트시즌은 4위와 5위가 와일드카드결정전(4위는 2경기를 치러서 1승 또는 1무승부를 거두면 승리, 5위는 무조건 2승을 거둬야 승리)을 치르고, 이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결정하게 된다.
다승 1위 부광약품 김채영 3단. 지난해 포스코켐텍을 우승으로 이끈 김채영은 올해 부광약품으로 팀을 옮겨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여자바둑리그는 김채영 3단의 맹활약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지난해 포항 포스코켐텍의 주장으로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에서 13연승을 거두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김채영은 서울 부광약품으로 팀을 옮긴 올해도 7연승을 달리며 소속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부광약품은 2주전과 3주전의 전력이 뛰어나지 않아 당초 상위권 전력으로 꼽히지 않았으나 김채영의 맹활약에 힘입어 5승 2패, 공동2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채영은 “원래 스타일은 제한시간이 긴 장고바둑을 선호하는 타입이었는데 최근 초속기 추세에 적응하면서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여세를 몰아 다승왕은 물론 다시 한 번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부광약품 권효진 감독은 “작년보다 팀 전력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에 솔직히 지금 성적은 의외다. 김채영 3단이 에이스다운 면모를 잘 발휘해주고 있다. 또 팀의 맏언니답게 동생들도 잘 이끌어 팀 분위기가 좋은 것이 최근 호성적의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개인부문을 살펴보면 이밖에도 서귀포칠십리 오정아 3단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오정아는 랭킹1위 최정 9단과의 맞대결에서 불계승을 거두는 등 올해 6승1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성적(7승7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정아는 “지난해까지 패배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머릿속에 가득해 위축된 채 대국에 임했지만, 올해는 마음을 편히 먹고 그냥 내 바둑을 두겠다는 마음으로 대국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SG골프의 최정은 7승 1패로 이름값을 해내고 있으며 포스코켐텍의 조혜연 9단과 여수 거북선 이슬아 4단도 각각 5승 2패로 다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바둑 여신’이라 불리는 대만 출신의 헤이자자 7단은 한국여자바둑리그와 중국여자바둑리그 출전 외에도 모델로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자바둑리그는 3판양승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잘 뽑은 용병 하나가 팀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역대 우승팀의 중심에는 언제나 똘똘한 용병이 존재했었다.
올해는 중국랭킹 1위 위즈잉이 빠졌지만 루민취안(서울 부광약품), 판양(경기 호반건설), 가오린(인제 하늘내린) 등 중국 신예들의 참전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루이나이웨이(충남 SG골프), 왕천싱(포항 포스코켐텍), 헤이자자(서울 바둑의 품격), 후지사와 리나(부안 곰소소금) 등 여수 거북선과 서귀포칠십리를 제외한 7개 팀에서 용병을 수혈했다.
가장 재미를 본건 서울 부광약품이다. 부광약품 루민취안은 세 번 출전해 모두 승리를 거뒀다. 김채영과 함께 제대로 투톱을 이뤘다. 그런데 루민취안의 영입 배경이 재밌다.
부광약품 권효진 감독은 “원래는 판양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바둑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 웨량이 현재는 루민취안이 낫다고 하고, 우리 팀 선수였던 위즈잉에게도 조언을 구했더니 앞으로는 루민취안이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눈 딱 감고 루민취안을 선택했는데 아직까지는 남편 덕을 보고 있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고민 대상이었던 판양이 아직 적응이 안 됐는지 3패를 당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충남 SG골프는 루이 9단이 합류하며 안정을 찾았다. 최정 외 다른 선수가 부진했던 SG골프는 루이가 4라운드부터 착실히 승점을 더하며 살아났다. 현재 5승 3패를 기록 중이지만 여전히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다.
신생팀 서울 바둑의 품격도 용병 헤이자자의 덕을 톡톡히 봤다. 헤이자자는 개막전에선 패했지만 6라운드와 8라운드에서 연승을 거두며 팀을 5할 이상의 승률로 올려놓았다.
용병끼리의 대결. 바둑의 품격 헤이자자 7단(오른쪽)이 호반건설 판양 3단을 꺾고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바둑의 품격 송태곤 감독은 “우리는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팀을 창단했기 때문에 재정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용병은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선수 수급이 원활치 않아 헤이자자 7단을 영입하는 용단을 내렸다. 마침 주장 박지연 5단을 헤이자자가 잘 따른다고 해, 둘이 같이하면 성적도 동반상승할 것으로 봤는데 이것이 멋지게 들어맞았다. 초반 3연패를 당했을 때 눈앞이 캄캄했었는데 매주 회원들이 돌아가며 대국장을 찾아 열성 응원을 펼쳐준 덕분에 4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꿈만 같다”고 반환점을 돈 소감을 말했다.
송 감독은 이어 “우리는 일단 5할 승률로 5강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1~4위가 워낙 전력이 좋아 무난히 포스트시즌에 오를 것 같고 하위권에서는 2승 5패로 처져 있지만 인제 하늘내린이 후반기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이며 2, 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 초읽기는 각자 40초 5회이다. 우승팀에게는 5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팀 상금과 별도로 매 대국 승자 100만 원, 패자 30만 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유경춘 객원기자
■ 2018 여자바둑리그 중간 순위표
순위 팀명 승 패 개인승
1 여수 거북선 6 1 13
2 서울 부광약품 5 2 12
3 포항 포스코켐텍 5 2 11
4 충남 SG골프 5 3 16
5 서울 바둑의품격 4 3 10
6 서귀포 칠십리 3 4 13
7 경기 호반건설 2 5 8
8 인제 하늘내린 2 5 8
9 부안 곰소소금 0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