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하면 홍준표 대표직 사퇴→홍 빼고 ‘보수 대연합’ 큰그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월 20일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해 4월 5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0.1%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53.2%)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리얼미터 주중 여론조사는 지난 4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4.1%였다. 기타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광역단체 6곳을 지키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만큼 당내에선 일부 비홍(비홍준표) 인사들이 벌써 지방선거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12월 대대적인 당무감사로 물러나게 된 전직 한국당 당협위원장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홍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물러날 사람 아니냐. 그 이후에 당이 정상화되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고 답했다.
한국당 의원실 한 보좌진은 “바른미래당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거다. 지방선거에서 처참하게 깨지고 나면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나 차기 총선 전에는 보수 대연합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현재 양당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이지 않나. 지방선거 참패하고 나면 홍 대표가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이고, 그 이후 보수가 대연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에게 반기를 들다 물러난 전직 한국당 당직자도 “홍 대표 취임 이후 당무감사를 통해 잘린 사람도 있고, 당무감사를 통과했는데도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사람들 챙겨준다고 하루아침에 잘린 사람도 있고, 홍 대표 비판했다고 잘린 사람도 있고 한국당 적으로 돌아선 사람이 한둘이냐”면서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해당행위까지 하면서 지방선거를 망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선거를 돕지 않고) 방관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 역시 당내 이런 움직임을 잘 알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광역단체 6곳을 이겨 현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당내 일부 반대 세력이 (나를 물러나게 하려고) 지방선거에 힘을 합치기보다 철저히 방관하거나 언론에 당을 흠집 내는 기사를 흘리며 패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 이후에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재신임 카드를 들고 나와 대표직 연임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의 전직 당직자는 “지방선거 6석 못 지키면 홍 대표가 물러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단언컨대 홍 대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홍 대표를 일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 “선거에서 지면 홍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재신임을 묻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바른정당에서 온 사람들과 홍 대표가 꽂아 넣은 당협위원장, 지방선거에서 공천 받는 친홍계(친홍준표계)까지 합치면 선거 패배 후 열리는 조기 전당대회에서도 홍 대표가 이길 거다. 전당대회에서 이기고 나면 다음 총선 공천까지 자기가 하고 자신이 다시 한 번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본다. 홍 대표가 사당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난 3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암시한 바 있다. 한국당 당헌 제27조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인 경우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대표직에서 사퇴하면 당헌에 따라 한국당은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현재 홍 대표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인데,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 대표로 선출되면 임기가 2020년 6월 이후까지 늘어난다. 홍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도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홍 진영에서 빨리 지방선거 이후를 준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편안한 지역에서 당을 위한 노력 없이 선수만 쌓아 온 극소수의 중진 몇몇이 모여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면서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을 추진하겠다”고 적었다. 최근 홍 대표의 행보를 비판하며 결집하고 있는 비홍계 중진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주목할 것은 사실상 차기 총선까지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비홍계로 분류되는 한 전직 한국당 의원은 “홍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재신임을 추진하면 한국당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 전체가 망하는 길”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선전해서) 책임지는 상황이 안 벌어지는 게 제일 좋겠지만 공천 등을 보면 당이 잘 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홍 대표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비홍 진영이 지방선거 망하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에서 쫓겨난 분들은 당을 위해 뛰고 싶어도 뛸 공간이 없는 것”이라며 “어떤 역할을 주고 뛰라고 하면 뛸 텐데 (비홍 진영을) 무시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직 의원은 “홍준표 미워서 우리 당이 지길 바라는 사람 어디 있겠느냐”면서 “지역에서 왕창 져놓으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재신임을 추진할 경우에는 홍 대표를 뺀 나머지 보수 진영이 대연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른바 반홍(반홍준표) 보수연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홍준표계로 분류되고 있는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도 홍 대표를 배신하고 바른미래당과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앞서의 한국당 의원실 한 보좌진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홍 대표가 지방선거 지고도 연임하겠다고 하면 당에서 반발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 당에서 홍 대표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침묵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홍 대표가 마음에 안 들지만 당이 어려운데 괜히 분란 일으킬 필요 없으니까 지방선거 때까지는 참는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홍 대표를 향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