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계열사 등 수천억 손실 불구 올해만 600억 챙겨…구속 신세에도 배당금 되레 증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이 회장은 다음날인 7일 구속됐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 계열사인 동광주택은 지난해 1975억 원의 매출과 2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2016년 매출 3467억 원, 당기순이익 928억 원에 비해 악화된 실적이다. 2017년 250억 원을 배당한 동광주택은 올해 악화된 실적에도 불구하고 210억 원을 배당했다. 동광주택은 이 회장 개인 회사인 동광주택산업이 지분 100%를 가진 부동산 임대·분양업체다.
특히 동광주택은 지난해 연매출의 4분의 1에 달하는 450억 원을 일괄 기부금 처리했다. 동광주택 창립 이래 이처럼 많은 기부금이 한 번에 지출된 사례는 없었다. 2011년 매출 2697억 원을 올린 동광주택의 기부금은 35만 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그 이듬해에는 매출이 3760억 원으로 1000억 원이 넘게 늘어났지만 오히려 기부금은 없었다. 부영은 기부금 450억 원에 대한 세부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동광주택은 부영의 골프장 운영업체인 부영CC에 빌려준 977억 원에 대한 상환 만기연장을 지난 7일 승인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부영CC는 골프장 매각 말고는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이 달리 없는 상태다. 2016년 36억 원의 매출을 올린 부영CC는 지난해 4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영CC가 지급한 금융 이자는 201억 원으로 나타났다. 즉 영업활동을 통해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영 계열사로부터 부영CC가 빌린 단기차입금 합은 1932억 원에 달한다.
이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또 다른 골프장 회사 남양개발에도 동광주택의 돈이 흘러갔다. 지난 2년간 매출 0원인 남양개발에 동광주택은 292억 원을 빌려줬다. 재계 안팎에선 부영이 회사 이윤과 거의 무관한 골프장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회사를 독립된 법인이 아니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돈을 벌어도 자기가 벌고, 손해를 봐도 자기가 본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 수사와 구속 신세에도 배당 등을 통한 이 회장의 ‘현금잔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진 2017년을 기점으로 부영의 배당 증가세는 뚜렷하다. 이 회장이 지분 98%(특수관계인 지분 포함)를 가진 동광주택산업은 2016년 101억 2000만 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해 지급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중간배당을 포함해 모두 335억 8000만 원을 배당했다. 같은 기간(2016~2017년) 동광주택산업의 영업수익은 1440억 원에서 67억 원으로 무려 20배 이상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237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그룹 지주사 격인 ㈜부영 역시 지난해 중간배당 등 189억 6000만 원을 배당했다. 2016년 169억 3000만 원의 배당에서 늘어난 것이다. 이 회장은 ㈜부영 지분 93.79%를 가진 최대주주다. 또 이 회장 개인회사 광영토건은 2016년 배당이 없었지만 2017년 배당을 결정하고 올 초 102억 3000만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대부업을 영위하는 부영대부파이낸스도 2016년 4억 5000만 원에서 2017년 22억 원으로 배당 규모를 늘렸다.
LNG공급업체인 대화도시가스는 최초 감사보고서에서 배당 부분을 누락했다가 뒤늦게 정정신고를 내고 10억 원의 중간배당을 기재했다. 지난해와 올해 대화도시가스는 20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이 회장이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챙기는 동안 그룹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2016년 매출 1조 5596억 원에서 2017년 8981억 원으로 실적이 급감했으며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액은 2774억 원이다.
이 같은 ‘배당잔치’로 이 회장이 거둔 수입은 올해에만 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상장사 배당으로 이 회장보다 많은 수익을 거둔 경영인은 없다. 기한을 늘려 최근 5년간 이 회장이 회사에서 챙긴 배당금 합은 2013~2017년 ㈜부영에서 받은 배당금 약 600억 원을 포함, 15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2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가운데 부영 피해자들이 법원 앞에서 이중근 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그간 부영은 계열사 간 자금 대여와 내부 거래로 수익을 만든 뒤 이를 오너 일가에 몰아주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예를 들어 분양 사업으로 여윳돈이 많은 회사(동광주택 등)는 다른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금전 거래에서 발생한 금융수익은 배당 등의 형태로 이 회장에게 건너가는 ‘돌려막기’가 이뤄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 회장과 그 일가는 이득을 봤지만 회사는 일부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부영 측 변호인은 “이 회장이 회사 지분 80~90%를 가졌기 때문에 회사의 손실은 곧 이 회장의 손실”이라며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회장은 자신이 받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검찰이 부영 경영 비리 의혹의 핵심인 캄보디아 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재판에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부영이 캄보디아 사업과 관련해 내부 계획서와 장부 등을 수사팀에 제출했는데 이를 캄보디아로 가서 일일이 따질 수 없던 상황”이라며 “의혹만 갖고 기소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친인척 명의 계열사들 사정은? ‘회사 돈이 곧 그의 건데…’ 개인재산만 추징보전 정부 당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부영 회장 일가는 재판 중에도 재산상 이득을 보고 있다. 지난 9일 법원은 부영 경영 비리 사건에 연루돼 함께 기소된 이 회장의 조카 유 아무개 씨에 대한 추징보전 청구를 일부만 인용했다. 추징보전은 검찰이 피고인의 재산상 범죄가 확정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압류 조치를 하는 것을 뜻한다. 법원은 “유 씨의 개인재산과 흥덕기업의 법인재산은 다르다”는 취지로 개인재산에 대해서만 추징보전을 허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유 씨는 34억 원 상당의 개인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 씨는 흥덕기업이란 용역업체를 운영하면서 부영으로부터 미리 입찰 관련 내부 정보를 입수하고, 98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영이 친족기업인 흥덕기업을 계열사 현황에서 누락했다”며 검찰 고발 조치했다. 즉 흥덕기업은 부영의 위장 계열사인 셈이다. 부영 전직 고위 임원은 “부영이 흥덕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것은 맞고 이중근 일가가 돈을 번 것도 맞다”고 했다. 부영의 또 다른 위장 계열사인 대화알미늄은 부영으로부터 실내 건축과 관련한 일감을 받고 고속 성장했다. 이 회장 처제인 나남순 씨가 대표인 대화알미늄은 지난해 기준 2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대화알미늄 본사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부영과 대화알미늄은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앞의 부영 전직 임원은 “대화알미늄 대표는 나남순 씨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나 씨 남편이 하고 있다“며 ”그(나 씨 남편)가 예전에 말하기를 ‘대화알미늄은 내 것이 아니라 대장(이중근) 것‘이라고 했을 정도인데 회사 경영이 부영과 분리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화알미늄은 직원 수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이지만 40억 원 상당의 종편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이 회사는 82억 원 규모의 사내 유보금을 갖고 있어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나남순 씨 부부는 개인 명의로 회사에 26억 원을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 씨 사례처럼 법원이 개인재산과 법인재산을 분리해 판단할 시 추징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대화알미늄 외에 라송산업 등 또 다른 위장 계열사 역시 수십억 원대 유보금을 갖고 있지만 배당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당이 각 회사 대표 의지가 아닌 ’제3의 인물‘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대화알미늄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을 꼭 배당으로 쓸 이유는 없다”고 했으며, 부영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