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각 또는 연임 모두 딜레마…향후 행보 가시밭길 예상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4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남북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4월 23일 당·청 간 엇박자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 첫 통화 시점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사이,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르면 오늘 핫라인 간 첫 통화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다.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핫라인 첫 통화 시점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4월 27일 회담 이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 미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도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당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근거가 있으니까 말한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 “청와대 교감 또는 기관과 정보 공유를 통해 확인한 말이 아니라, 추 대표의 기대를 담은 것”이라고 후퇴했다.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당 안팎에선 우려 섞인 시선이 흘러나왔다. ‘드루킹 사태→외교 빅이벤트’로 국면 전환할 시기에 집권당 대표가 당·청 간 엇박자를 자초해서다. 남북정상회담 띄우기를 주도해야 할 집권당 대표가 찬물만 끼얹은 셈이다. 이에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꼬집었다.
추 대표는 드루킹 사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추미애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권리당원 배가 운동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 내부에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 대표가 세력화 구축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주당 권리당원 수는 추 대표에 드라이브에 힘입어 지난해 말 150만 명을 돌파했다. 앞서 민주당은 2016년 총선과 지난해 5·9 대선 과정에서 온라인 당원 가입 시스템을 정비, 가입 절차를 약식으로 대체했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의 커넥션 의혹에 휩싸인 드루킹도 20대 총선 전후로 민주당에 가입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권리당원 배가 운동이 부메랑이 됐다”며 “‘정치 낭인’들을 호가호위하게 만든 것이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당 내부에선 갈 길 바쁜 정국에서 야권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뼈아픈 자성도 나온다. 실제 이번 사태를 게이트로 규정한 보수 야당은 문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연일 총공세에 나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연일 “특검만이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고,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문 대통령과 드루킹이 만났는지 답하라”고 압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미애식 공천에 반발해 광주에서는 집권당 대표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광주시민일동’은 4월 23일 광주 서구갑의 전략공천을 철회하라며 추 대표를 압박했다. 당 한 관계자는 “촛불집회 개최는 박근혜·최순실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발단은 이렇다. 추 대표는 광주 서구갑 재보선에 여성인 박혜자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는 안을 구상했다. 그러자 송갑석 광주학교 이사장과 일부 당원들은 “호남 민심에 역행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씨가 당 방침에 반발해 추 대표를 찾아갔다.
송 이사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4기 의장 출신이다. 일각에선 운동권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이 ‘추미애 리더십’에 반발해 들고 일어난 사건으로 규정한다. 추 대표는 4월 18일 당 최고위회의에 불참했다. 추 대표 측근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당 내부에선 우회적으로 불쾌한 심정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결국 추 대표는 당 내부 반발에 백기를 들고 경선으로 논란을 종결지었다.
이른바 ‘추미애 패싱’ 논란도 있다. 이는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 송파을 공천 과정에서 불거졌다. 친문 최재성 전 의원은 송파을 재보선 출마를 강행, 추 대표가 영입한 송기호 변호사와의 한판 승부를 선언했다. 추 대표는 자신과 가까운 최 전 의원의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뜻을 굽히지 못했다. 당 안팎에선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최 전 의원이 추 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종 공천자도 최 전 의원으로 결정됐다. 추 대표의 당 장악력이 약화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의원은 “선거에서 공천 갈등은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오히려 현재 공천 잡음은 잡음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지점은 ‘포스트 지방선거’ 권력구도의 분수령이다. 추 대표 임기는 오는 8월 말까지다. 추 대표의 지방선거 이후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심판이 선수로 뛸 수 없다는 선당후사 정신으로 서울시장직을 포기한 추 대표에게 남은 선택지는 문재인 정부 2기 내각과 민주당 대표 연임 정도다.
둘 다 가시밭길이다. 전자의 경우 추 대표가 받을 수 있는 카드는 ‘차기 국무총리’밖에 없다. 5선이자 집권당의 여당 대표가 수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좁다. 또한 추 대표는 60여 년 민주당계열 역사상 첫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당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시작으로, 지난해 장미 대선에서 9년2개월 만에 정권교체를 꾀했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에 버금가는 콘크리트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
후자의 벽도 높다. 당 대표 연임은 통상적인 정치문법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임기를 마친 대표가 연이어 당권을 잡은 사례는 전무하다. 그런데도 당 안팎에선 추미애 연임 도전설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 여의도에선 추 대표 측이 대표직 연임에 대한 당내 여론을 조사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당시 당원들 반응이 ‘좋지 않다’라는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몇몇 측근들은 대표직 연임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총선 공천권을 잡아야만 그 이후를 담보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 추미애 대표 연임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문제는 딜레마다. 추 대표의 연임 도전은 ‘모 아니면 도’ 전략이다. 추미애식 정치를 위한 방향타일 수도 있지만, 고립무원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추 대표의 연임 도전은 ‘정치적 승부수이거나, 무리수이거나 둘 중 하나”라며 “더 큰 정치인으로 가려는 목적이라면, 대표 연임 도전은 악수”라고 분석했다. 진보정당 한 관계자도 “탄핵과 정권교체에다가 지방선거까지 압승한다면, 더 이룰 것이 없는 상황이 아니냐”라며 “중후반기로 갈수록 정부도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대표를 또 맡는 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기 국무총리 등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참여도 마찬가지다. 이는 당 주류인 친문계가 추 대표를 키우겠다는 전략적 선택이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추 대표가 차기 대권 플랜을 피력하더라도 친문계의 지원 없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셈이다. 당 내부에 비토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추 대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전 평론가는 “추 대표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면, 대표 연임이 아닌 자기희생적 결단으로 온 몸을 던져야 한다”며 “지난 2년간 성적을 보면, 집권당 대표로서 거쳐야 하는 과정은 이미 넘은 상황”이라고 충고했다.
윤지상 언론인
공천 떨어진 후 ‘자객’으로 돌변…지방선거 무소속 변수 따져보니 6·13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 변수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 수순은 여야와 선거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부 낙천자가 정치생명을 걸고 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당선의 목적도 있지만 자신을 버린 당의 최종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당선보다는 일종의 ‘자객 역할론’에 가깝다. 6·13 지방선거 중 자객 후보의 득표율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지역은 경남 창원이다. 현직인 안상수 창원시장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측근인 조진래 후보를 창원시장 본선자로 최종 낙점하자, ‘탈당 감행→무소속 출마’ 뜻을 밝혔다. 한때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이었던 안 시장은 2010년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맞붙은 바 있다. 안 시장이 홍 대표의 전략공천 전부터 “경선도 없이 당 대표 측근을 공천하는 것은 사천이자 부정 공천”이라고 반발한 이유도 이런 악연과 무관치 않다. 조 후보는 홍준표 지사 시절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안 지사는 5월 초 당원 5000여 명과 동반 탈당, 무소속 출마로 나설 예정이다. 조 후보가 전략공천 확정 후 안 지사를 세 번 찾아갔지만, 안 지사의 무소속 강행 의지를 꺾지 못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당선 후 다시 복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안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에다가 조직력, 동정론 등 삼박자를 갖췄다”며 “최종 득표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장 경선에서 배제된 이기우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 창원은 탈당파의 전쟁터로 돌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에선 박우량 전 신안군수,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 등이 공천 배제에 반발해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 준비에 나섰다. 한국당에서도 최양식 경주시장 지지자들이 당 공천에 반발해 무기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지방자치단체 뿌리인 기초의원의 탈당 여부 등은 집계조차 못 할 정도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들이 당선된 뒤 귀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라며 “다수는 선거 후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하고 다음 선거 때 다시 철새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자객 역할론과는 거리가 먼 무소속 출마도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표적이다. 원 지사는 바른미래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바른미래당의 통합 정체성, 한국당의 보수 가치성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다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대림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오면서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