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 수사 비난 여론에 검경 서로 “네 탓” 주장…청와대의 애매한 태도 지적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얘기가 나오면, 나오는 반응이다. 검찰은 경찰을, 경찰은 검찰을 비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검·경의 갈등을 바라보는 이들은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국익보다 조직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 특히 가르마를 타 줘야 할 청와대가 애매한 자세로,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드루킹 사건 봤어요? 경찰 하는 거 말입니다. 정말 어떻게 그렇게 수사를 할 수 있습니까. 쉬쉬할 사건이 아닌데. 왜 경찰한테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지, 우리보다 얼마나 더 정치권에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거 아닙니까!” (서울지역 부장검사)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현재 검찰과 경찰, 양쪽의 의견을 청와대가 취합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종결권과 수사지휘권 등을 경찰과 어디까지 나눌지가 관건인데, 당연히 검경 입장은 다르다. 그 중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게 수사종결권이다. 경찰이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 경찰도 피의자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선 검사들은 “경찰에 절대 종결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예로 드루킹 사건을 언급한다. 정치권도 외부 압력에 취약한 경찰에 종결권을 주면, 사건을 확인하기는커녕 제대로 망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드루킹 김 아무개 씨가 법원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 경찰이 드루킹의 정치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걸 봐라. 이렇게 확대될 여지가 많은 사건을, 정권 눈치를 보면서 뭉개고 있다가 언론에서 지적하니까 갑자기 확대하지 않느냐”며 “수사권을 다 줄 수 있겠나. 정권을 직접 겨눌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면 수사를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 밝혀야 하는데, 경찰은 큰 사건을 해본 적이 없고 정권 눈치만 봐서 안 된다. 경찰 능력의 명백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사건부터 짚어보자. 경찰은 명백한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다. 앞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드루킹 김 아무개 씨의 연관성에 대해 “김 씨가 김 의원에게 대부분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거의 읽지조차 않았다,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매우 드물게 ‘고맙다’는 의례적 인사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며 김 의원을 두둔하는 듯한 얘기를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URL을 보내면서 ‘홍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까지 덧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김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셈.
그러자 이 청장은 “제가 김경수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기자간담회 당일 사실과 다른 말씀을 드린 것은 경위를 떠나서 수사 최종책임자이자 지휘관인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당초 10명으로 수사하던 것도, 언론 등에서 “제대로 수사하라”고 지적하며 40여 명으로 확대했다.
경찰들도 할 말은 있다. 오히려 검찰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반발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초기에 ‘김경수 의원에 대해 해명식 브리핑’을 하는 등 실수를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그건 개인의 판단 실수이고, 사건을 확대할 때 오히려 검찰이 가지고 있는 드루킹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검찰이 협조요청 공문을 다시 작성하라며 돌려보내지 않았냐. 진짜 수사를 방해하는 건 검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압수수색 청구권이 검찰에 있는 점도, 경찰에게는 불만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신청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보좌관 한 아무개 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대부분 기각했다. 경찰은 한 씨의 자택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김 의원의 국회의원회관 내 한 씨 사무실, 경남 김해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 한 씨의 은행계좌 등 6개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한 씨의 통화내역과 계좌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경찰은 언론 브리핑에서 “검찰이 영장을 안 받아줬다”고 대놓고 밝혔다. 수사를 하려고 했는데, 검찰이 영장을 내주지 않아 할 수 없었다며 책임을 떠넘긴 것. 영장 신청 여부와 이에 대한 청구 여부는 명백한 기밀사항이다. 검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영장이 기각된 사실을 경찰이 간담회 형식의 브리핑을 통해 알리자, 서울중앙지검 측은 “제대로 신청을 했어야 청구를 해 줄 수 있다, 경찰이 수사기밀을 누설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검경의 충돌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기싸움이라고 진단한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 검찰도 경찰도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서로의 흠을 잡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결국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없었으면 나오지도 않았을 문제다, 조정 후에는 볼 수 없을 문제”라고 내다봤다. 경찰 관계자 역시 “지금 청와대와 언론을 향해 ‘내가 잘하고 있다, 실수는 쟤(상대방) 탓’이라며 서로 어필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수장들도 이제 마지막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문무일 총장은 지난달 25일 대학생 블로그 기자단과의 자리에서 “남은 검찰 개혁 과제는 후임 검찰총장에게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나머지 반도 더 하고 싶지만 구성원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개혁안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청와대에 전한 것. 그 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이 급히 나서 문 총장과 면담 자리를 가졌는데, 이 같은 작심 발언 배경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기소 등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적폐 청산’을 다 했다는 자신감도 포함됐다는 게 검사들의 중론이다.
성추행 조사단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검찰이 자충수를 꽤 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성추행 조사단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그렇고, 검찰 내부 문제에 적절한 대책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 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때도 그렇고, 강원랜드 수사 개입 폭로 때도 그렇고, 검찰이 스스로 문제가 터질 때마다 TF를 꾸려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그 어떤 의혹도 제대로 된 내용이 나온 게 없다”며 “의혹의 실체가 없었으면 TF를 꾸리지 말았어야 했고, 있었으면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서는 안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수사 능력과 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는 실수였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양보할 부분을 찾아 합의해야 하는, 당사자들 간 의견 조율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하는 모양새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 위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이 더 야기된다는 지적이다. 경찰대 출신의 한 경찰 관계자는 “지금 검찰과 경찰이 이렇게 서로 불편해진 상황은 결국 청와대가 유도한 셈인데, 문제는 청와대가 구체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다보니 서로 ‘이것만큼은 지키겠다’며 국익이 아닌 조직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선 법무부 관계자 역시 “우리(검찰)가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 우리도 일선 경찰 형사 사건을 다 지휘하고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경찰과 스스로 조정해서 양보하는 것과 청와대가 애매하게 개입하는 것은 다르니, 청와대가 나설 거면 확실하게 나서서 가르마를 타 주든가, 아니면 확실하게 뒤로 빠져 검찰과 경찰이 알아서 하게끔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