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를 것 없다…종교만 걷어내면 모두 똑같은 사람”
한국 사회에는 무슬림 약 20만 명이 생활하고 있다. 무슬림은 이슬람교를 종교로 가진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16만 명은 외국인 무슬림이고 한국인 무슬림은 약 4만 명이다. 5100만 인구 가운데 0.4%에 지나지 않는다. 허나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5월 기준 전세계 인구 76억 명 가운데 무슬림은 20%가 넘는 약 18억 명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일컫는 메나 지역(MENA: Middle East North Africa) 무슬림이 약 10억 명에 육박하고 동남아시아에 8억 명이 분포한다. 산술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사람 다섯 가운데 하나는 무슬림이란 소리다. 이렇다 보니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과 무슬림 사이에 사랑의 기운이 싹트기도 한다.
A 씨(29)는 올해 초 아는 사람들 모임에 놀러 갔다가 동남아에서 온 한 무슬림 여성과 만났다. A 씨는 무슬림 여성이 마음에 들어 밥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연인 관계가 시작됐다. 허나 둘의 관계는 석 달 정도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데이트는 보통 함께 먹는 식사부터 시작된다. 둘은 데이트를 할 때마다 음식 때문에 곤혹스런 상황을 많이 맞이했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슬림에게 한국은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A 씨는 전했다. 서울 외에는 할랄 음식을 파는 곳조차 찾기 어렵다. 할랄이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한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일정 의식을 거친 음식을 가리킨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할랄 인증 제과점. 연합뉴스
무슬림은 이슬람 문화가 잘 발현되지 않는 지역에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는다. A 씨의 여자친구는 할랄 의식을 거치지 않은 소고기 등도 간간이 먹었다고 했다. 그럴 경우 무슬림은 자신의 행위를 회개를 해야 해서 A 씨는 즐겁게 식사를 가진 적이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자친구와 함께일 때 A 씨는 이슬람 율법에 금지된 돼지고기와 술을 입에 댈 수조차 없었다.
A 씨는 여자친구와 손 잡기도 쉽지 않았다. 무슬림 여자친구가 이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었다. 껴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무슬림 문화권에서는 결혼할 사이가 아니면 손을 잡거나 그 이상의 스킨십이 어렵다”고 A 씨는 전했다. 이따금 손을 잡고 안기는 했지만 자신의 여자친구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며 A 씨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럴 때마다 여자친구는 A 씨에게 미안한 기색을 많이 보였다고 했다.
음식과 스킨십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미래가 문제였다. A 씨는 미래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제는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 만약 결혼을 꿈꾸더라도 A 씨는 종교에 귀의할 생각이 없었다. A 씨는 여자친구와 결혼하려면 반드시 무슬림이 돼야 했다. 무슬림 남성은 유대교인이나 기독교인 여성과 결혼할 수 있지만 무슬림 여성은 무조건 무슬림 남성과만 결혼이 허락된다.
B 씨(30) 역시 무슬림 여성과 교제해 본 남성이었다. A 씨가 동남아 지역 출신 무슬림과 사귀었던 것과 달리 B 씨는 메나 지역 소말리아 출신 C 씨(여·27)와 만났다. 2016년 초봄부터 2017년 늦봄까지 사계절을 넘겼다. 국제 펜팔로 만났다가 가까워진 사이였다. C 씨가 살고 있는 유럽의 한 나라로 B 씨가 취업하게 되며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C 씨는 이집트를 거쳐 유럽으로 귀화한 사람이었다.
둘 사이는 C 씨 가족에게 비밀이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남녀가 사귄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탓이었다. 다만 소말리아 문화권에서는 슈칸시(Shukaansi)라고 부모에게 이성 교제를 공식적으로 알리면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물론 무슬림 남성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시내에서 둘은 자주 손을 잡았다. 다만 C 씨 집 근처에선 손을 놨다. C 씨가 소말리아 무슬림 집단 거주 지역에 살았던 탓이었다. 자신을 아는 누군가에게 목격되면 부모 귀에 들어갈 게 뻔했다.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따금 둘은 소말리아 남자 집단에게 위협받는 상황도 맞닥뜨렸다. 아프리카 사람은 같은 아프리카 사람이더라도 겉모습만 보고 국적을 쉽게 알아 맞힌다. 자국 여성이 다른 나라 비무슬림 남성을 만나는 걸 탐탁지 않아 해서 시비를 걸거나 욕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둘이 껴안기를 넘어 더 가까워지는 데에는 큰 장벽이 따랐다. B 씨는 무슬림이 되길 원치 않았다. C 씨가 종교를 바꾸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C 씨가 종교를 바꾸려면 다른 나라에서의 삶을 그려야 했다. 하지만 무슬림 가족 특유의 끈끈한 유대 관계 때문에 C 씨는 가족을 쉽사리 떠날 수 없었다. 이슬람 문화권은 부계 사회라고 알려졌지만 남성만 바깥 생활을 하는 탓에 엄마와 아이의 유대관계가 매우 깊었다. 함께 사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 그들이었다. 결국 둘은 깊어 가는 사랑을 멈추고 좋은 친구로 남자며 연인 관계를 정리했다.
A 씨와 B 씨 모두 무슬림 여성과의 연애는 보통의 나날이었다고 전했다. 둘은 “사귀기 전까지는 외국인, 그리고 무슬림 여성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면서도 “그래 봐야 잠시였다. 사귀다 보면 대부분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더라. 종교를 걷어내면 무슬림과의 사랑은 보통의 연애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여성 할례, 그 아픈 기억 ‘첫날밤 살 찢기는 고통이…’ 무슬림 여성과의 이성 교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할례를 경험했던 옛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남성도 있었다. 여성 할례란 중·북부 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남쪽 지역 일부 등지에서 이뤄지는 여성 성기 일부를 제거하거나 봉합하는 의식이다. 할례는 무슬림 문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종교보다는 일부 지역의 악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D 씨(30)의 옛 여자친구는 동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유럽의 한 나라로 귀화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할례를 했다. 할례는 보통 성기 일부를 제거하거나 봉합하는 방식 등으로 나뉜다. D 씨의 옛 여자친구는 봉합술을 받았다. 소변과 월경이 가능할 정도만 제외하고 성기가 모두 봉합됐다. D 씨는 옛 연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갔다. “봉합술을 받은 여성은 고통 때문에 거의 성관계를 생각할 수 없다”며 “최근 들어서야 여자가 결혼 직전에 봉합된 부위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수술을 받게 됐다. 그나마 유럽으로 이주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매우 잔인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여자가 결혼 뒤 살이 찢기는 아픔을 그냥 견디는 식으로 첫날밤을 보냈다고 하더라. 도저히 안 될 경우에만 시술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부작용도 따랐다. D 씨의 옛 여자친구는 봉합된 성기 때문에 쇼크가 와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귀화하기 전까지 D 씨 옛 연인의 가족 모두는 할례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귀화한 뒤 변했다고 했다. 옛 여자친구가 응급실 실려갔던 때쯤 했던 말을 D 씨는 여전히 기억한다. “엄마가 갑자기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왜냐고 물으니까 그러더라. ‘예전에는 몰랐는데 귀화하고 보니 내가 너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준지 이제야 알겠다’고 말이야. 근데 그거 알아? 우리 엄마도 할례를 했어.”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