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기술 배우려 학원까지 다닌다고?
지난 6월 4일 한 시민이 지방선거 후보들의 포스터를 살펴 보고 있다. 고성준 기자
선거 파파라치는 다른 포상금 제도와는 달리 개인별 한도액도 없다. 예를 들어 원산지 표시 위반자 신고 포상금은 1인당 상한액이 1000만 원으로 아무리 많은 신고를 해도 포상금을 1000만 원 이상 받을 수 없지만 선거범죄는 이론상 수십억 원의 포상금을 타내는 것도 가능하다.
또 지방선거는 선출 인원으로 볼 때 최대 규모의 선거다. 총선은 300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지만 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4000명 가까운 당선자를 배출한다. 그만큼 출마하는 후보자도 많고 범법행위를 적발할 기회도 많아진다.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 제도는 지난 2004년 3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포상금 최고액은 5000만 원이었다. 이후 공직선거관리규칙이 개정되며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상금이 최대 5억 원으로 올랐다.
포상금액은 선관위가 포상금심사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다만 최대 포상금이 5억 원으로 상향 조정된 이후 지난 12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5억 원을 타간 신고자는 없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고 특정정당 공천 심사위원에게 3억 원을 건넨 사실을 제보한 신고자가 3억 원의 포상금을 타간 것이 역대 최고 포상금이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포상금 최고액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자에게 불법 활동비를 건넨 사례를 제보해 받은 1억 5000만 원이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선거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13명의 신고자가 총 1억 2000만 원의 포상금을 타갔다.
일요신문이 접촉한 한 전문 파파라치는 “파파라치에는 여러 종목이 있는데 선거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선거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파라치는 없다”면서 “평소에는 쉽게 포상금을 타낼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하다 선거 때에는 특별활동 형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포상금이 워낙 크니까 많은 파파라치들이 도전한다. 일부 파파라치들은 선거운동원, 정당 관계자, 캠프 관계자 등을 미리 포섭해놓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임창오 한국신고포상양성협회 회장은 “선거 파파라치는 포상금을 타내기 매우 어려운 종목”이라며 “저도 지난 지방선거 당시 공익신고를 했었다. 한 동네 이장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특정후보를 찍으라고 회유하는 녹취록을 확보해 신고했다. 선거법상 이장은 선거운동을 하면 안 된다. 확실한 증거와 증인들까지 있었지만 선관위는 요지부동이었다. 포상금 지급에 굉장히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큰 건의 경우 캠프 관계자나 정당 관계자 등 내부 인사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 현수막 불법게시, 소음 측정 초과 등 선거에서도 파파라치들이 쉽게 적발할 수 있는 종목이 있긴 하지만 요즘엔 후보자들이 그런 기준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전문 파파라치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적인 숫자는 알 수 없고 내 제자들 중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만 300여 명이 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공익신고제도는 국가에 상당히 긍정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임 회장은 “일부 몰지각한 공익신고자들이 생계형 영세업체까지 무차별적으로 신고하거나 해서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우리는 영세업체의 경우는 신고하지 않는다. 공익신고자들의 활동이 어찌됐든 사회를 더 깨끗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내 제자들 중 일부는 매년 국세청으로부터 감사패도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 파파라치는 포상금을 타내도 반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신고한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 나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포상금을 반환해야 한다.
임 회장은 “깨끗한 선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선거 포상금 제도를 만든 것 아닌가. 그런데 현재 선거 포상금 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선관위가 좀 더 적극적으로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파파라치 학원 피해자 속출 ‘교육은 뒷전 카메라만 팔더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파파라치는 신종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파라치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원들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잘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고, 투자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정년도 없고 부업으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파라치 학원이 난립하면서 피해자들도 늘고 있다. 일부 파파라치 학원은 제대로 된 교육은 하지 않고 불법 단속에 쓰이는 몰래 카메라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어 공동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연락이 닿은 한 피해자는 “파파라치를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만 믿고 학원에 등록했었다. 파파라치 활동을 하려면 몰래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200만 원을 주고 카메라를 샀는데 알고 보니 시중에서 10만 원가량이면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산 후 연락도 잘 안 받고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카메라를 사지 않으면 학원에서 대놓고 차별을 했다. 카메라를 살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나중에 이런 행위를 신고했더니 10만 원짜리를 200만 원에 팔아도 명백한 강압이나 협박 등이 없었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 학원은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피해자는 이런 사기가 아니더라도 전문 파파라치에 도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는 “파파라치라는 게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불법행위를 촬영해 신고하려면 불법행위를 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전문 파파라치에 도전했다가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카메라 사기를 당한 후 독학으로라도 파파라치를 해보려 했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은 경쟁이 치열하다. 종목별 개인 한도액이 있고, 각 지자체별로도 한도액이 있다. 예를 들어 쓰레기 투기 신고의 경우 1년 포상금 예산을 한 500만 원 책정해 놓고 예산이 소진되면 더 이상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