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혜택 미끼삼아 계열사 카드 발급·금융자회사 할부 유도...공정 경쟁 침해 소지
가전업계를 비롯해 상당수 기업들이 할인혜택을 미끼로 고객들에게 계열사 신용카드 발급을 권하곤 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실제 인터넷 결혼준비 카페 등을 보면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LG베스트샵, 삼성디지털프라자를 두고 할인조건과 금액을 비교한 글들이 많다. 이 글에 따르면 각 기업 계열사의 신용카드를 만든다거나,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를 설치해 결제하면 할인혜택을 준다고 설명한다.
자동차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판매사와 금융계열사인 캐피털사가 직접 연결돼 고객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할부금융 상품도 함께 권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고객들이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을 이용해 할부 받을 것을 유도하고 있다.
외제차 역시 비슷한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의 경우 BMW파이낸셜코리아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벤츠파이낸셜코리아라는 금융 자회사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물론 고객들은 이러한 대기업 서비스를 통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위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상품을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낭비가 있다.
앞서 조 씨는 “할인혜택을 받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었지만 그 카드는 이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계열사 회원수를 확보해주기 위한 ‘자기 식구 밀어주기’ 마케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롯데·신한·삼성·KB·현대·우리·하나 등 카드사의 휴면카드 수는 598만 7000장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러한 행위는 대기업의 계열사 지원 문제가 될 수 있다. 매출과 회원수 규모 확충을 위해 다른 계열사를 동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을 앞두고 각 금융그룹 경영진에게 구체적 개선사항을 내놓았다. 이 중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에서는 롯데카드가 집중적으로 지적을 받았다. 롯데카드 매출의 30% 이상이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계열사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 매장에서 이벤트 등을 통해 롯데카드 발급 및 결제를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앞서 여신금융협회의 휴면카드 조사에 따르면 롯데카드 휴면카드 매수는 118만 1000장으로 업계 평균(85만 5300장)보다 30% 이상 웃돈 수치를 나타냈다. 특히 매수뿐 아니라 총 신용카드 수 대비 휴면카드 비중도 12.51%로 가장 높았다. 비중이 10%가 넘는 곳은 롯데카드뿐이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높은 금융 계열사 내부거래 비율로 지적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들도 지나치게 높은 내부거래 비율로 지적을 받아 왔다. 영업의 많은 부분이 현대차와 기아차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70%가량이 현대캐피탈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금융 비중은 지난해 2분기 기준 91.7%에 달한다.
외제차 금융 자회사들도 모회사의 지원 속에 급성장하고 있다. BMW파이낸셜코리아는 지난해 자동차금융 영업수익 7157억 원에 순이익 386억 원을 기록, 전년대비 각각 19.4%, 68% 성장했다. 반면 BMW는 지난해 순이익 366억 원을 내, 금융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낸 모양이 됐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역시 지난해 자동차금융 영업수익 1조 1685억 원에, 순이익 665억 원을 기록했다. 벤츠의 순이익 726억 원에 근접한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대출 시장에서 은행권의 비율은 4~5%대에 불과하다. 카드사가 8~9% 수준이고, 80% 이상을 캐피털사가 독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회사 외연을 확장하고 성장시키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계열사를 통해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럴 경우 다른 기업들의 기회가 그만큼 빼앗기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옳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